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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멘 사람들이 제주도로 와 난민 신청을 했다. 당시 난민으로 받아주면 안 된다는 청원에 몇십만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반대 이유 중 하나는 '이슬람권인 데다가, 젊은 남자들도 상당수 있어서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범죄자로 단정 짓거나 테러와 연결하는 등, 이슬람에 부정적인 사람들을 그동안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라도 생각해 보자. 우리의 이슬람에 대한 이와 같은 부정적인 시각이나 태도가 과연 타당한가를 말이다.

<인권, 세계를 이해하다>(철수와 영희 펴냄>는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 그리고 '건강하며 바람직한 세계관'을 위해 인권연대가 기획했다.
 
 <인권, 세계를 이해하다> 책표지.
 <인권, 세계를 이해하다> 책표지.
ⓒ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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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독일과 일본, 이슬람, 팔레스타인 지역 전문가들과 유네스코 등 국제협력활동가들. 저자 중 한 사람인 이희수(이슬람 문화연구소 소장)씨에 의하면 우리가 이슬람에 대체로 부정적인 것은 "잘 모르는 데다가, 강대국 혹은 서구 중심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말하자면 "그래서 미처 알 기회도 없이 나쁜 쪽으로만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 꼭꼭 숨겨진 학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알제리 독립전쟁 시기 자행된 학살이에요. 프랑스를 상대로 알제리는 8년 독립전쟁을 벌입니다.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독립전쟁으로 꼽혀요. 1954년에 시작해서 결국 1962년에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합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기에 무려 200만 명의 알제리인들이 희생당했다고 해요. 그 당시 알제리 인구가 900만 명 정도였다고 해요. 죽은 사람이 그 정도니 부상 당한 사람들은 훨씬 많았겠지요. 심지어 전쟁에서 살아남은 수십만 명은 프랑스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합니다. 그런 프랑스를 두고 인권과 톨레랑스의 나라라고 말하는 것은 알제리인들이 볼 때 역사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려면 공과를 모두 보아야 해요.

더 놀라운 것은, 프랑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알제리 독립전쟁 기간 중 있었던 학살을 인정한 게 1999년입니다. 1997년 의회 선거에서 사회당이 승리하고 2년 후 공식적으로 '독립전쟁'으로 인정해요. 그전까지만 해도 알제리 독립전쟁은 테러이자 반정부 소요, 내란이었습니다. 이를 진압하다가 빚어진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논리로 대학살의 책임을 회피했던 거예요. 강대국, 지배자의 시각이 이러하다 보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아요. 식민지배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기억과 역사적 관점이 외면당하는 거예요.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강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본다는 데 있습니다.-(65~66쪽)
 
책에 의하면 이슬람이 유럽 여러 나라를 1천 년 가량 지배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배하지 못한 유럽 다른 나라들과 전쟁이 되풀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와 일본처럼 유럽 여러 나라와 이슬람이 앙숙이 될 수밖에 없었고, 유럽인들에게 '이슬람 포비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이 중동 지역을 2백년 가까이 점령하는데, 책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비인간적인 폭력이 자행되는(64쪽)' 등 훨씬 잔인하게 통치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알제리 학살처럼.

책의 취지는 이슬람은 물론 오랫동안 국제적 쟁점이 된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 남북통일을 이야기할 때 종종 힌트로 제시되곤 하는 독일, 풀어야 할 숙제가 산재한 일본 등을 서구 중심적인 그동안의 보편적인 시각이 아닌 우리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보자는 것. 그리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자. 그에 필요한 것들을 알아야 한다. 알려주자이다.

책은 유럽에 형성된 '이슬람 포비아' 그 역사적 배경, 이슬람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른 나라를 통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한계와 위험성,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때문에 갖게 되는 선입견 등, 이슬람에 대한 객관적 시각과 올바른 이해를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책에 의하면 통일신라 때부터 적지 않은 수의 이슬람인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기 시작, 몇백 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았었다는 것이다. 

무슬림, 혹은 대식국(만), 회회인과 같은 이슬람 관련 용어나 이야기들이 실록 등에 등장할 정도로, 고려 수도 개경에 이슬람사원인 예궁까지 설치되었을 정도로, 국보 제193호나 보물 제627호, 보물 제635호 등을 비롯한 여러 이슬람 유물이 고분에서 출토될 정도로, 이슬람권 국가였던 페르시아 왕자와 누구라고 추정 가능한 신라 공주의 결혼에 대한 기록물이 영국 국립도서관에 남아 있을 정도로, 오늘날 존재하는 여러 유물에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아무나 참석 못 했다는 왕의 즉위식(세종대왕의)에까지 초대될 정도로 친밀하며 영향력 있는 존재로 말이다.
 
 국보 제193호 '경주 98호 남분 유리병 및 잔(국립중앙박물관 자료)'과 보물 제635호 '경주 계림로 보검(2019.8.11 경주박물관 촬영)'
 국보 제193호 "경주 98호 남분 유리병 및 잔(국립중앙박물관 자료)"과 보물 제635호 "경주 계림로 보검(2019.8.11 경주박물관 촬영)"
ⓒ 국립중앙박물관/김현자(경주박물관 촬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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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은 1418년 세종 즉위식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시에 종실과 문무백관이 조복으로 경복궁 뜰대에 반열과 서차대로 늘어서다. 임금이 원유관에 강사포로 근정전에 나오니, 여러 신하들이 절을 올려 하례를 하고, 성균관 학생과 무슬림 원로와 승도들도 모두 참여하다.
(...)우리는 그동안 1970년대 이후 정치 현상학적으로 만들어졌던 이슬람 포비아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세계관이 얕아지고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어요. 서구를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의 눈으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21세기 우리의 경쟁력이자 공존과 상생의 성숙한 인권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04~106쪽)
 
박물관에서 이국적인 유물과 맞닥뜨릴 때면 중국과의 무역이나 사신 왕래 등을 통해 들어왔겠거니, 지나치곤 했다. 이슬람권인 서아시아나 중앙아시아 관련 유물임을 밝히고 있음에도 더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우리와 이슬람은 전혀 다른 세계로 알고 있어서 호기심은커녕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 것이다.

이슬람 인구는 세계 인구 4분의 1인 17억~20억. 이중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슬람인은 3%도 안 되는 극소수(집단)라고 한다. 게다가 우리와는 적대적이었던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슬람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이와 같은 인식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처음으로 묻게 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솔직히 이슬람은 막연히 께름칙한 존재였다. 책을 통해 이슬람에 대해, 그리고 우리 역사 속 이슬람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 여전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뭣보다 우리의 지난 역사와 문화 일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슬람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외에 독일, 일본, 팔레스타인 지역에 관한 글 3편과 세계협력활동 관련 두 편의 글, 이렇게 여섯 편이 실려 있다. 강의 형식으로 이해 쉬운 글들이다.

인권, 세계를 이해하다 - 인권과 함께 떠나는 인문학 세계 여행

김누리, 이희수, 김효순, 홍미정, 서현숙, 김민 (지은이), 인권연대 (기획), 철수와영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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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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