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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다. '포인세티아'를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본 일이 있나?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나는 오지랖이다. 대형 마트에서 중년 아주머니 둘이 포인세티아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카트에 덥썩 담는 모습을 보고는, 아! 뭔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불쑥 치민다. 그러다가 그이들의 웃음 가득한 즐거운 얼굴을 보고는 괜스레 알은 체 하고 싶은 마음을 눌러 담는다.

대단하다. 이 추운 겨울에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붉은색을 내뿜으며 전하는 강렬한 생명력이라니. 한 해의 마지막과 새로운 해를 여는 때 씩씩한 자연을 만나면 덩달아 거기에 묻어가고 싶어진다. 포인세티아는 그런 타이밍에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마트에서 봤던 아주머니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실패의 말이다. "포인세티아 키우는 게 참 쉽지 않아요"라는. 왜냐하면 나는 몇 년 동안 해마다 포인세티아를 죽였기 때문이다.

해마다 죽이다
 
포인세티아 선명한 붉은색 잎이 펼쳐진 포인세티아. 사실 붉은색 잎은 꽃이 아니라 포엽이다. 포엽 중앙에 보이는 노란색이 진짜 꽃이다.
▲ 포인세티아 선명한 붉은색 잎이 펼쳐진 포인세티아. 사실 붉은색 잎은 꽃이 아니라 포엽이다. 포엽 중앙에 보이는 노란색이 진짜 꽃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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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에 키운 포인세티아는 전통적인 색상인 녹색과 붉은색의 조합이었다. 날이 추워서 몇몇 식물은 거실로 옮겨와 피난살이를 하는 중이었고, 베란다 정도의 추위를 견딜 수 있으려니 판단한 식물은 그대로 두었다.

포인세티아는 어떻게 할까 한치의 고민 없이 턱하니 베란다에 놓아 두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식물이니 당연히 추위에 강할 거라 생각했다. 발이 시려워도 베란다에 자주 나가 포인세티아를 살폈고, 거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베란다를 힐끗거렸다.

아 좋구나. 겨울에 바라보는 붉은빛은 기대하지 않은 활력을 주었다. 살짝 들뜨는 기분이었다. 포인세티아는 일주일 넘게 베란다에 그대로 있었다. 특별한 성장이나 변화를 보여 주지 않아도 붉은빛을 머금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런 설렘과 평화는 잠시였다. 한파가 닥친 다음 날, 포인세티아는 얼어 죽었다.

으아, 세상 억울했다. 왜 어느 누구도 포인세티아가 추위에 약하다는 걸 말해 주지 않았을까. 마땅히 원망할 대상이 없어서 더 억울했다. 겨울철에 나오는 식물이 추위에 강할 거라 제멋대로 오해한 내 잘못이구나.

나는 뒤늦게 포인세티아에 대해 알아봤다. 맙소사. 포인세티아의 원산지는 따뜻한 멕시코였다. 열대성 식물인 포인세티아를 키우려면 적어도 15도는 유지되어야 한다. 겨울철 가게에 장식하는 포인세티아는 밤 시간대에 얼어죽을 확률이 절반 이상이고, 밖에 내놓은 경우라면 전멸, 집에서 키우는 포인세티아 역시 추운 베란다는 위험하고 실내로 옮겨야 한다.

반전의 식물

포인세티아는 반전의 식물이다. 우리가 꽃이라고 생각하는 붉은 잎은 사실 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포엽이고, 수술이나 암술처럼 보이는 노란색 부분이 진짜 꽃이다. 암꽃은 한 송이고, 수꽃은 여러 송이다. 꽃이 향기가 없고 눈길을 끌지 못하니 잎을 화려한 색으로 꾸며서 곤충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꽃의 모습 뿐 아니라 성장하는 환경도 반전이다. 겨울철에 나오지만 따뜻한 곳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 그리고 톡톡한 잎이 튼튼해 보이지만 예민하고 까다롭다는 것. 기본적인 성격과 관리하는 정보를 모르면 백프로 실패한다. 대충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얼어 죽인 다음 해에는 의지를 다지며 실내에서 키웠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포인세티아 아래쪽 초록잎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잎은 가속도가 붙으며 툭툭 떨어졌고 어떻게 상황을 수습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래도 물주기가 자신 없었다. 과습을 주의하라고 했는데 물빠짐이 원활하지 않거나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냉해를 신경쓰다 보니 실내로 옮겨오면서 통풍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게 상당히 어렵다. 붉은색 잎까지 하나둘 떨어지더니 앙상한 줄기만 볼품없이 남았다.

쓰레기 봉투에 흙과 줄기를 쓸어담으면서 포인세티아는 나랑 맞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다시는 키우지 말아야지. 그러다 포인세티아를 선물로 받아 마뜩잖은 마음을 안고 또 한번 키우게 되었다. 이런 과정도 필요하다.

똥손인 내가 식물을 그럭저럭 꾸려가는 것은 안타깝지만 죽음의 데이터가 쌓인 덕분이다. 실패의 자료를 바탕으로 요리조리 살아남는 요령을 터득한 것이다. 냉해와 과습, 통풍에 주의하면서 조심스럽게 키웠다. 하지만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느낌이 아니라 죽지 않을 만큼만 근근히 버티는 기색이었다.
 
포인세티아 포인세티아는 겨울 장식으로 인기가 많다. 어떤 장식물과도 잘 어울리고, 특히 토분에 심으면 찰떡궁합이다.
▲ 포인세티아 포인세티아는 겨울 장식으로 인기가 많다. 어떤 장식물과도 잘 어울리고, 특히 토분에 심으면 찰떡궁합이다.
ⓒ 김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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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한겨울을 지날 무렵부터 붉은잎 가장자리에 조금씩 초록잎이 번지기 시작한다. 차츰차츰 물들어가면서 완연한 초록잎으로 변해 갔다. 초록잎의 포인세티아는 마치 다른 식물로 탈바꿈한 것처럼 낯설었다. 몇 번 키우면서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고, 뭐 그럴 짬도 없이 죽어나갔으니 아는 게 없다.

포인세티아는 단일식물이다. 쉽게 말해 햇빛의 양이 줄어들어야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농장에서는 출하하기 한두 달 전부터 햇빛 쬐는 시간을 짧게 하고, 인위적으로 빛을 차단해 붉은색의 강렬한 상품을 만들어 낸다. 요즘에는 붉은색뿐 아니라 분홍색, 노랑색, 연두색 등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해 다양한 원예변종이 만들어진다. 어떻게 저런 색깔을 만드는지 궁금하다.

쉽게 키울 수 없는 꽃이지만
   
포인세티아는 건강한 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매점에서 화분을 종이나 비닐로 싸 놓았다면 안쪽 상태를 눈으로 확인해서 잎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줄기가 튼튼한지 살펴보자. 예쁘게 물든 잎에 현혹되어 줄기나 뿌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을 구하면 돌이킬 수 없다.

꽃집에서 포인세티아는 물 주는 것만 신경쓰면 쉽게 키울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열 받는다. 천년만년 키우는 걸 바라지 않으니 합리적인 관리 방법은 알려줬으면 좋겠다.
 
독특한 색감의 포인세티아 조화로 오해할 만큼 포인세티아의 잎은 톡톡하다. 요즘에는 다양한 색감이 원예종으로 많이 나온다.
▲ 독특한 색감의 포인세티아 조화로 오해할 만큼 포인세티아의 잎은 톡톡하다. 요즘에는 다양한 색감이 원예종으로 많이 나온다.
ⓒ 김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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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식물을 구입할 때는 작은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대한 뿌리가 튼튼한 식물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식물의 원산지를 꼭 알아두고 주의사항을 체크하자. 한철 왁자지껄 즐기고 뒤돌아서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식물이 되는 건 좀 슬프니까.

나는 초록잎으로 변한 포인세티아를 초여름까지 키웠다. 그게 가장 오래한 추억이다. 이번에도 잎이 떨어지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온실가루이 같은 병충해가 아니었나 싶다. 참 미안한데 한편으론 홀가분했다.

식물을 키운다는 게 적당히, 설렁설렁 함께 지내는 정도가 좋은데 포인세티아는 팽팽하게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 주인공처럼 마음 졸이면서 한 장 한 장 떨어지는 잎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봐야 하다니. 언젠가 더 편해진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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