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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울산 동구 방어동에 있는 문현5일장의 모습. 평소와 달리 거리가 텅 비었다
 3월 1일 울산 동구 방어동에 있는 문현5일장의 모습. 평소와 달리 거리가 텅 비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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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인회 회장이 '당분간 장이 폐쇄되니 오지마라' 하데예. 동구청에서 회장에게 연락이 왔다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이 노점상인들인데 이제 뭘 먹고 살라고..."

지난 1일 오후 2시쯤 울산 동구 방어동에 있는 문현 5일장을 서성이던 한 상인은 이처럼 말했다. 상인회장이 장사를 하지 말라 했지만 생계를 위해 판을 펼까말까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다.

매월 1과 6이 붙은 날(1.6장)과 토요일이면 이곳 상가와 거리에는 노점 백여 개가 들어선다. 따라서 2월 26일과 29일(토), 3월 1일에는 장이 서야 했지만 노점상인들과 주민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달에 10여번 꼴로 찾아오는 장날이면 울산 동구지역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이곳 거리의 텅빈 모습을 보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울산시와 각 구군에 따르면 이곳 뿐 아니라 울산 전역에 서는 5일장은 지난 27일을 전후로 당분간 폐쇄됐다. 전국적으로도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구군에 따르면, 5일장에 장을 펴는 노점 상인들은 외지를 오가는 등 이동이 있는데다, 장날 사람들이 밀집하면 자칫 코로나19 확산이 우려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인회장을 통해 노점상인들에게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노점상인들은 모두 무허가로 운영해 만일 이 지침을 어기고 장을 차리면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5일장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는 노점상인들은 생계 위협을 받지만 장을 펼 수가 없다. 이들에게는 5일장 폐쇄가 기침이나 고열 등으로 나타나는 코로나19 증상보다 더 무서운 증후군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특히 울산 동구 문현장을 찾는 노점상인들의 상당수는 부부가 함께 나서는 경우가 많다. 부부는 채소나 생선, 과일 등을 팔아 얻은 수입으로 자녀교육비를 대는 등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5일장 폐쇄가 장기화되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 반면, 5일 장이 서는 지역의 개인이 운영하는 중형 마트들은 최근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6일 찾은 문현장 내 한 중형마트 직원은 "평소보다 매출이 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이날 만난 노점 상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정부에서 10조니 20조니 하는 천문학적인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투입한다지만 막상 우리들에게는 그 어떤 지원이나 대책도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울산 동구는 지난 수년간 이 지역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해 지역 주민이기도 한 수만 명의 원하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가 극도로 침체된 상태다.

그마나 최근 "현대중공업이 조선 물량을 확보했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이제 기나긴 경제침체의 터널을 벗어나나" 라며 희망을 품던 주민들에게 코로나19 라는 복병은 다시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태그:#울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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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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