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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발생해 국내 확산 조치가 상향되고 있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에 지나는 버스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2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를 지나는 버스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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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이 무서운 건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그 심리가 다시 감염병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감염'이 야기하는 불안과 공포는 인간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새로운 양상을 불러일으키며, 실제로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심리'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마스크였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마스크가 '절대적 요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가 강력한 예방책이긴 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사용해야 하는지 그 의견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었다. 예를 들어 의료진과 의심환자만 쓰면 되는지, 탁 트인 야외에선 괜찮은지, 면 마스크는 되는지, 재활용은 가능한지 등의 논점을 두고 가지각색의 의견이 나왔다.

지난 1월 초 중국으로부터 처음 코로나19 소식이 전해진 뒤 약 세 달이 지난 현재까지, 마스크는 감염병 그 자체만큼이나 정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특히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신천지 집단감염 소식이 알려진 2월 19일을 기점으로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실책도, 야권·언론·시민 일부의 문제도 있었다.

심리 위축은 인간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감염병이 도는 와중에 마스크에 대한 여러 의견이 혼재돼 있다면, '무조건 쓰고 최대한 확보하는' 쪽으로 심리가 기울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있었다면 되짚어볼 필요도 있다.

심리의 문제는 당장의 논리로 해결하기 어렵다. 마스크를 둘러싼 지난 세 달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감염병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1월초~첫 확진자 직후] 차분한 분위기 속 마스크 발표·보도

1월 초, 중국에서 바이러스성 폐렴이 집단으로 발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것이 이후 '우한 폐렴'으로 불릴 때만 해도 국내에서 마스크와 관련된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설 연휴 등을 거치며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 착용 대상자를 중국 등 해외 방문객이나 호흡기 증상자로 한정했고, 일반인에겐 손씻기, 기침 예절, 안전한 물과 음식섭취 등 개인위생 수칙을 강조했다. 
 
 24일 김포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이용객이 이동하고 있다.
 24일 김포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이용객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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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에도 비슷했다. 당일 질병관리본부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발표했다. 언론의 보도 또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1월 23일 '침-콧물로 전파... 일반 마스크로도 예방 가능' 기사를 통해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면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다"며 "마스크를 써도 다른 사람의 침방울이 손에 묻어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손을 30초 이상 꼼꼼히,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1월 25일 '마스크가 우한 폐렴 차단? 전문가들 "손 씻는 게 더 중요"' 기사에서 "(마스크) 효과가 없진 않지만 손 씻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했고, <중앙일보>도 1월 27일 '시민 유일무기 마스크... 지름 0.1㎛ 바이러스 막을 수 있을까' 기사를 통해 "마스크로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마스크 착용과는 상관없이 자주 비누로 손을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첫 확진자 직후] 정부 말바꾸기 논란

다만 위 기사 일부에서 알 수 있듯, 이때부터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나'가 논점으로 등장했다.

이에 1월 29일 식약처는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차단 성능에 따라 제품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원칙론적인 이야기임에도, 이는 KF80이나 면 마스크는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이라, 이후 '정부의 말바꾸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스크 수급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자 2월 6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KF94, KF99는 의료진에게 권장되는 마스크다"라며 "일상생활에서는 보건용 마스크나 방한용 마스크로도 충분히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3월 6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건강한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줘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스크 수급 계획을 지나치게 낙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월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건용 마스크는 (중략) 일일 생산 약 800만 개, 일일 출하 약 1300만 개여서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3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관해 국민들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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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확진자~신천지 집단감염 후] 중국·색깔론·가짜뉴스 혼돈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2월 19일 신천지 집단감염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스크는 정쟁의 요소가 되기도 했다.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곳곳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의 목소리 또한 거세졌다. 이에 중국에 대한 반감과 색깔론, 사실 왜곡이 첨가되면서 소모적 논란도 이어졌다.

'정부가 마스크 300만 개를 중국에 보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월 2일 "중국에 마스크 300만 개를 보내는 것이 합당하고 다급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틀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과 마스크 300만 개를 중국에 지원했다는 점을 들며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마스크 300만 개를 중국에 보냈다'는 주장에는 다소 오류가 있다.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한 곳은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과 유학생단체였고, 정부는 전세기로 운송을 도왔기 때문이다. 3월 5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 장을 지원한다는 최근 일부 언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한 지역에 긴급 지원된 마스크 200만 장 등 의료용품은 중국 유학생 모임의 자발적 모금활동을 통해 마련된 것이다. 우한 지역에 교통편이 차단돼 물품을 전달할 방안이 없으므로 정부가 교민수송 임시 항공편 및 전세 화물기편으로 운송을 지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위 국민청원은 146만9000여 명이 참여한 채 5일 마감됐다. 맞불 형태로 2월 26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 국민청원에는 3월 12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약 130만9000명이 참여했다.
 
마스크 다시 쓰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4·15 총선 공천 잡음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까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황 대표가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 마스크 다시 쓰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4·15 총선 공천 잡음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까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황 대표가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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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틈타 가짜뉴스 또한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로 선정된 '지오영'의 대표가 영부인과 고교 동문이란 주장이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이 내용은 <조선일보> 등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숙명여대와 숙명여고를 교묘히 혼합한 주장(지오영 대표는 숙명여대, 영부인은 숙명여고 출신)이었다. 3월 10일 청와대는 "지오영 대표와 김정숙 여사는 일면식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방역 마스크를 북한에 보내 마스크가 부족해졌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3월 6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은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마스크 5부제 후] 언론의 자기부정

마스크 수급문제가 끊이지 않자 3월 5일 정부는 '마스크 5부제(생년에 따라 일주일에 하루 마스크 2매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정함)'의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3월 9일부터 시행된 마스크 5부제도 색깔론과 '비판을 위한 비판'이 덧대지면서 정쟁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마스크 5부제는 공적 마스크 제도(배급제)의 일종이다. 5부제는 아니지만 2월 초부터 실명제 등 공적 마스크 제도를 실시한 대만은 호평을 받아왔다. 보수언론 역시 대만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그런데 3월 8일 <동아일보>는 '공적 마스크가 드러낸 문재인 사회주의'라는 김순덕 대기자의 칼럼을 실었다. 3월 12일 차명진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는 "마스크 사회주의"가 적힌 그림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김 기자의 칼럼이 실린 날, 같은 <동아일보>에 '마스크 대란 대만은 어떻게 해결했나... 모범사례로 떠올라'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기사에는 "신속하게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하고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색깔론까진 아니지만, <동아일보> 외에도 주요 보수언론은 같은 공적 마스크 제도를 두고 대만은 칭찬, 한국은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 5부제 도입 후 여러 인터넷 카페를 도배한 글.
 마스크 5부제 도입 후 여러 인터넷 카페를 도배한 글.
ⓒ 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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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시행 계획이 발표된 후 '마스크구매가 힘든가봐요', '마스크 5부제 들으셧어요????????'라는 글이 인터넷 여러 카페에 도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띄어쓰기 잘못과 오타까지 같은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여론조작 논란이 일었다. 마스크 구입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하는 것을 두고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 총선에 활용된다'는 가짜뉴스까지 만들어졌다. 

시행 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 마스크 5부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처럼 원활히 구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터무니 없이 기다려야 하거나 마스크를 아예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벗어났다. 마스크 5부제와 함께 매점매석에 대한 수사, 마스크 양보 운동 등이 더해지면서 점차 '마스크 대란'을 극복해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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