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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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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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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사름벼리 그림
 스토리닷
 2020.3.10.


동시책이자, 수수께끼책이자, 우리말 이야기책이자, 사전이자, 시골이며 서울에서도 언제나 숲을 노래하기를 바라는 숲책이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마음을 읽으며 삶을 되새기기를 꿈꾸는 마음책인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를 여미었습니다.

혼자서 여미지 않았습니다. 앞장서서 글을 쓴 사람은 '최종규'란 이름이지만, 곁님 '라온눈'하고 열세 살 어린이 '사름벼리'하고 열 살 어린이 '산들보라'가 함께 이야기를 펴면서 가다듬었고, 사름벼리 어린이가 그림을 맡았습니다. 네 사람은 전남 고흥이란 시골자락에서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란 서재도서관을 꾸립니다. 그래서 '숲노래' 기획이란 이름이 붙어요.

그런데 네 사람 힘으로만 여밀 수 없는 책이자 사전이자 동시꾸러미입니다. 왜냐하면 네 사람은 마음으로 나무랑 풀이랑 꽃이랑 풀벌레랑 바람이랑 해랑 구름이랑 냇물이랑 숲이랑 바다랑 돌이랑 모래랑 세간이랑 붓이랑 종이랑…… 우리를 둘러싼 숱한 숨결하고 말을 섞었기에, 이 모든 둘레 숨결도 이 책을 같이 여미었다고 여겨야 옳아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하고, 귤. '귤' 수수께끼가 있기에 귤하고 함께.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하고, 귤. "귤" 수수께끼가 있기에 귤하고 함께.
ⓒ 스토리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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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성'이 출발이다
→ 말썽울 풀려면 먼저 '뉘우칠' 노릇이다
→ 이를 풀자면 '돌아보기'부터 할 일이다


수수께끼를 열여섯 줄 동시로 여미자는, 더구나 한자말이나 영어가 한 톨조차 깃들지 않도록 가다듬는 옹근 우리말 이야기로 엮자는, 이러면서 수수께끼 이야기가 저절로 '낱말풀이'가 될 뿐 아니라, 열여섯 줄 동시가 고스란히 '보기글'이 되도록 하는 사전이 되게끔 하자는, 그런 마음을 어떻게 품었나 하고 돌아봅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알쏭달쏭한 '인문지식인 말버릇'을 아이들한테 들려줄 수 없다는 생각이었지 싶어요.

이를테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성'이 출발이다" 같은 글월은 겉보기로는 한글이되, 속은 하나도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그저 토씨일 뿐이지요. 적잖은 먹물글님은 1980년대 첫무렵까지만 해도 "問題를 解決하기 爲해서는 '反省'이 出發이다"처럼 글을 썼어요.

일제강점기나 개화기라 할 1900년대 첫무렵부터 1980년대 첫무렵까지, 여든 해를 웃도는 나날을 시커먼 먹물로 글을 썼다가, 겉보기로는 한글로 쓰는 오늘날인데, 도무지 달라질 낌새가 안 보여서 마치 수수께끼를 풀듯, 알쏭달쏭한 일본 말씨나 번역 말씨를 '어린이 말씨'나 '시골 할매 말씨'로 추스르려고 하면서 동시로 이야기하자는 생각이 피어났습니다.
   
 수수께끼를 써서 아이들한테 먼저 읽히기도 하고, 이웃님한테 종이에 옮겨적어서 건네어 읽히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가다듬은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수수께끼를 써서 아이들한테 먼저 읽히기도 하고, 이웃님한테 종이에 옮겨적어서 건네어 읽히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가다듬은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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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004

우리 몸에서 아픈 데를 쳐
세게 들이치기도 하고
부드러이 적시기도 하고
확 퍼붓기도 하지

멧골에서 고이 잠들었다가
해님 보고 퐁퐁 깨어나고
숲을 한껏 돌아보는데
여러 마을도 두루 거치지

바다가 될 수 있어
아지랑이나 이슬이 되고
구름이나 안개가 되는데
우리 눈에도 있어

모두 다르지만 모두 나야
모두 나를 마시지만
마음에 품은 씨앗에 따라서
다들 다른 네가 되더라

예부터 어른·어버이는 아이한테 수수께끼를 냈습니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내었지요. 왜 수수께끼를 냈느냐 하면, 아이는 아직 모르는 말이 많아요. 돌이 왜 '돌'인지, 돌이란 어떤 숨결인지를 잘 모르니, 마음으로 하나씩 헤아리고 짚으면서 스스로 알아내도록 수수께끼를 냅니다.

낫이 왜 '낫'이고, 키는 왜 '키'이며, 절구는 왜 '절구'인지, 또 노래는 왜 '노래'이고, 마당은 왜 '마당'인지를 아이가 스스로 알아차리라고, 어느새 깨달을 줄 알면 아이가 철이 들어 어른이 된다고 넌지시 가르치는 길에 수수께끼를 썼어요.
 
수수께끼 055

바람을 마시며 가볍고
해를 먹으며 튼튼하고
물을 머금으며 부드럽고
빛을 맞이하며 아름답지

겉과 속을 잇는 길
안과 밖을 맺는 터
넓게 퍼져 춤추고
곱게 엮어 노래해

서로 맞닿으며 따뜻하네
한쪽이라도 다치면 힘들어
같이 뒹굴면서 빙그르르
구석구석 아끼면서 기운나지

쓰다듬으니 좋아
주물주물 풀면서
토닥토닥 반가워
넋이 입은 빛살옷

수수께끼는 놀이로 아이한테 건네는 말이면서, 고스란히 말놀이입니다. 또 '말 가르침'이자 '말 배움'이에요. 이러면서 저절로 글꽃(문학)이 됩니다. 일본에는 하이쿠라고 하는 짧은 글자락이 있는데, 한국에는 '수수께끼'가 한 줄짜리 노래(시) 구실을 했어요. "길고 긴데 기면서 땅밑에 있으면?"처럼 한 줄짜리 수수께끼요 문학입니다.

곰곰이 보면 수수께끼 놀이란, 수수께끼 동시를 우리가 함께 쓰면서 아이하고 나누는 말살림이란, 생각짓기(철학)라고 할 만합니다. 무엇을 가리키는 이름이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 나가는 말짓기 놀이입니다. 말을 어렵게 짓지 않았다는, 말을 늘 사랑으로 즐겁게 지었다는, 말 한 마디에 생각이 자라도록 북돋우는 씨앗을 담았다는, 여러 이야기를 수수께끼로 엮어서 들려줍니다.
 
 열세 살 사름벼리 어린이가 그린 '수수께끼 그림'/ 무엇일까요?
 열세 살 사름벼리 어린이가 그린 "수수께끼 그림"/ 무엇일까요?
ⓒ 사름벼리/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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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141

멀리서만 찾더라
늘 여기에 있는데
딴곳에서만 보더라
바로 이곳에 사는데

상냥하게 웃어 주겠니
그만 미워하겠니
따스하게 안아 주겠니
이제 싫은 티 그치겠니

아직 모르나 보던데 바람이야
여태 잊었나 보던데 눈물이야
군더더기 안 붙여도 돼
껍데기 안 씌워도 돼

있는 그대로 사랑이야
고이 바라보아 주렴
사는 그대로 기쁨이야
새로 걷는 꿈을 지으렴

아버지는 두 아이를 사랑으로 돌볼 보금자리를 찾아 숲이 그윽한 작은 시골자락 집을 마련합니다. 두 아이는 하루를 스스로 지으면서 마음껏 뛰놀고 꿈꾸면서 풀꽃나무하고 동무가 되며,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자랍니다. 곁에서 바람이 상냥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구름은 폭신한 잠자리가 되며, 골짝물은 시원한 숨결로 온몸을 적십니다.

이름을 알고 싶은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가리키면서 묻습니다. 이름을 알고 난 다음에는 그 이름에 깃든 뜻을 알고 싶어 "그건 뭐야?" 하고 "이건 뭐야?" 하며 끝없이 묻고 거듭 묻고 새로 묻고 또 묻습니다. 이리하여 아버지는 아이들한테 수수께끼를 내기로 합니다. 마치 스무고개처럼 열여섯고개로 간추린 수수께끼입니다.

열여섯고개를 넉고개로 가르고, 넉고개는 봄여름가을겨울로 꾸며서, 겉보기로는 넉 줄을 넉 자락 이은 "열여섯 줄 동시"가 됩니다. 겉은 동시이면서 속으로는 수수께끼요 이야기밭입니다. 이 열여섯 줄짜리 '수수께끼 동시'는 어린이한테 '이야기가 늘 새롭게 흐르는 상냥한 마음을 사랑으로 가꾸는 씨앗을 생각으로 심는 말'로 스며들기를 바라는 말배움길입니다.
 
 열세 살 사름벼리 어린이가 빚은 '수수께끼 그림'. 무엇일까요?
 열세 살 사름벼리 어린이가 빚은 "수수께끼 그림". 무엇일까요?
ⓒ 사름벼리/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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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수수하고 흔한 말로 수수께끼를 짓습니다. 때로는 아이한테 아직 낯설 테지만, 앞으로 마주할 여러 살림살이나 숲이나 숨결하고 얽힌 낱말을 슬그머니 섞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수수께끼를 풀다 보면 시나브로 알아차릴 만한 '살림을 그리는 오래되면서 새로운 말'을 곁들이는 셈입니다.

그나저나 앞자락에서 세 가지 수수께끼 동시를 옮겼는데, 풀어내셨을까요? 세 가지 수수께끼 풀이를 뒷자락에 옮기면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라는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맺겠습니다.
 
 두 가지 '동시 사전'을 나란히.
 두 가지 "동시 사전"을 나란히.
ⓒ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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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004 → 비(빗물)
: 비는 온누리를 촉촉히 적시면서 새로운 기운을 퍼뜨려요. 풀 꽃 나무는 비를 먹으면서 무럭무럭 커요. 어디에든 고르게 뿌립니다. 지저분한 것을 말끔히 씻으니, 비가 지나간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지요. 먼 옛날부터 어린이는 비오는 날을 새삼스레 반기며 놀았고, 어른은 고마운 비님이라며 비손(두 손을 비비면서 바라는 몸짓)을 드리곤 했어요.

수수께끼 055 → 살갗(살)
: 우리 '살갗'뿐 아니라 짐승도 살갗은 어느 곳이든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마치 끝없는 들판 같습니다. 살갗으로 해·바람·비를 누리면 튼튼해요. 까무잡잡한 살빛은 기름진 흙빛처럼 싱그럽게 살아숨쉬지요. 이 살갗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사랑이란 기운이 퍼집니다. 모든 숨결이 입는 옷이요, 풀이랑 나무도 반짝반짝 입어요.

수수께끼 141 → 나
: 우리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자꾸 바깥에서 찾으려 하고, 거울로 들여다보려 하곤 해요. 그렇지만 '나'는 늘 여기에 있답니다. 남하고 견주며 고운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 고우니, 바로 우리가 스스로 사랑할 '나'예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에도 같이 올리려고 합니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 모든 이야기는 수수께끼

최종규 (지은이), 사름벼리 (그림), 숲노래 (기획), 스토리닷(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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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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