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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클럽이 완전히 문을 닫고 2주일이 지났다. 어느 날 갑자기 문자로 금일 10시부터 폐쇄한다고 통보가 왔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만 보 걷기를 나름 계산도 하며 걷기를 1년, 헬스클럽에서 걷는 대신 공원도 걷고 동네도 걷고 그러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처음엔 하루 이틀 정도 쉬는 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다음엔 책상에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에서 몇 자 글을 쓰고 있으면 어느새 오후 5시, 6시가 되어 밖에 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부천 중앙공원 부천 중앙공원
▲ 부천 중앙공원 부천 중앙공원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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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간은 정말 빨리 갔다. 집안 청소에 종일 각자 방에 틀어박혀 있는 식구들 밥을 챙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저문다. 밖이 어둑해지면, 다 늦은 시간에 뭘 나가나 싶어 귀찮은 마음이 생기고 그대로 주저앉기를 매일이다. 그러다 보니 나름 건강을 지킨다고 하던 운동을 아예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우리 가족은 진짜 사회적 거리두기 모범 실천 가족이다. 주말에 잠깐 남편과 함께 장 보러 나갔다 오는 것을 제외하면 아이들은 늘 집에서 버티고 있다. 일정이 미뤄졌지만, 공시 준비로 다들 각각 책상에서 씨름 중이다. 시험이 언제 치러질지 모르는 채로 마음만 조급하다. 나라에서도 여러 상황들이 중첩되어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도서관도 문을 닫아 책을 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도 이곳 부천은 서점에서 바로 대출 서비스를 통해 한두 권씩 책을 빌려 읽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책을 빌려서 본 지도 벌써 한 달도 더 되었다. 어렵겠지만 대출 신청 예약을 받아 도서관 입구에서 시간을 정해서라도 대출 서비스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느 지역은 그렇게도 한다는데... 

오늘 드디어 마음먹고 공원으로 나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 다니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운동하는 동안 나만 쉬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걷다가 중간에 발길을 돌렸다. 
 
부천 중앙공원 아이들 데리고 나와 놀게하는 모습
▲ 부천 중앙공원 아이들 데리고 나와 놀게하는 모습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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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들어오기는 혼자서도 괜히 민망해서 미니 정원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작년에 시에서 조성한 미니 정원이 곳곳에 작게 만들어져 있는데, 앉아서 찬찬히 둘러보니 그곳마다에 사람들이 둘셋씩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걷지를 못하니 돌아서라도 들어가자 싶어 일부러 빙 돌아오니 아이들이 자전거나 보드를 탈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공간에 엄마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아이들은 풀어놓고 놀게 하고 한쪽에 앉아서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빙빙 돌며 신나게 에너지를 발산한다. 하루 종일 뛰어도 지치지 않는 아이들이니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지나며 들으니 매일 이곳을 나온다고 옆에 앉은 아는 이를 향해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더 계속되어야 할까. 아직 새 학기 개학도 못한 상태라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할 수 있게 철저히 지키자고 방송에서는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라앉아야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한 걸까, 공원에서 본 만큼의 거리두기로도 충분한 걸까. 질문이 많아진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니 답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수도, 사망자 수도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매일 조금씩 여전히 생기고 있다. 더불어 사람들의 인내심도 매일 조금씩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집 옆의 학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뛰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마스크도 없이 뛰는 모습은 불안하다. 조금씩 괜찮겠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느슨해질까 걱정스럽다. 말은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들이 생겨나는 시점인 것 같다. 

아파트 단지의 목련은 활짝 핀 것을 감상할 틈도 없이 꽃잎이 벌써 다 떨어져 붉은 자국을 남기고 있다. 부천시는 꽃과 관련된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관람로도 폐쇄했다. 꽃구경에 나선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 많아 다른 지자체도 아예 폐쇄하거나 꽃밭을 엎어 버린다는 말도 나온다. 나가서 볼 수는 없더라도 마음속에 꽃을 맞을 여유는 오래 간직하고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 다시 마음을 다잡을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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