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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은 1980년 1월 23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항소심 2차 공판 당시 사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은 1980년 1월 23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항소심 2차 공판 당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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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사 양병호의 소수의견이다.

대저 국헌문란의 목적이라 함은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불법으로 철폐, 소멸시키고 국가의 기본조직인 통치기구 기타 헌법기관을 폭력으로 파괴 전복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할 것인바,

원심이 그 판시 취지와 같이 피고인의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거사였다는 그의 주장을 가리켜 대통령 서거 후 국민적인 합의로 정부나 국회에서 유신헌법을 개정할 것을 전제로 하는 개헌작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국민의 각계 각층에 민주화운동이 팽배하게 된 시기를 틈타서 갑자기 민주회복을 위하여 장애가 되는 대통령인 자연인 박정희를 살해, 제거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는 것으로,

위장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대통령을 시해하여 폭력에 의하여 정부를 전복시켜 오직 정권을 탈취하려고 불법적으로 국가의 기본통치기구를 파괴할 것을 목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사실인정을 하려면 모름지기 이에 관한 정확한 증거의 적시가 있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이밖에 피고인이 그 판시대로 중앙정보부의 권한과 동부의 조직력을 이용하여 계엄군을 장악하려 하였다면 군사단체가 아닌 중앙정보부로서 어떠한 권한, 조직과 방법으로 계엄군을 장악하려 한 것인지를 밝혀야 하고 또 무력으로 사태를 제압하고 입법, 사법, 행정권을 총괄하는 혁명위원회를 구성한다 함은,

무력으로 국가의 각 기관이나 국민의 의사를 제지, 억압하면서 기도한 바 정권을 잡을 방향으로 사태를 끌고 가려했다거나 국회와 법원, 정부를 뒤엎어 없애고 혁명위원회 자체가 3권을 모두 행사하려고 한 것인지 그 내용을 명백히 하여야 할 것이고,

피고인이 집권기반을 확보한 후에 대통령에 출마하려 하였다는 것이 정당을 조직하여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는 것이 아니고 계엄령이나 긴급조치로 반대의견을 일체 금지하는 등 무력 기타 강압적 수단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한 것일 뿐 헌법에 규정된 정당한 선거제도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 행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음을 명시하였어야 할 것으로 본다.

만약 다른 고위직 인사도 아닌, 적어도 일국의 대통령을 살해하였으니 정부를 전복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아니볼 수 없다는 소견이 있다면 권력의 정상이 대통령의 지위, 신분에 비추어 의당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라는 견해로 보겠는데 이는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국가정부의 기관이요, 대통령이 곧 정부는 아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고귀한 지위, 신분을 운위하기 전에 그의 지닌 바 책무를 더 중요시하여야 할 것이고 대통령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공무원의 한 사람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상과 같은 여러 점에 대하여 아무 살핌이 없이 피고인에 대하여 내란목적살인죄를 범한 것으로 단정하였으니 증거없이 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있는 경우로도 되려니와 대통령직에 있는 자연인 살해행위에 지나지 못한 것인지 국헌문란 목적의 살인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가 중대관건으로 되어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적어도 이를 가려보기 위하여 좀더 사실과 증거에 대한 심리를 더 하여야 할 것인데 이를 다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사실을 인정해 버리고 만 심리미진, 이유불비의 위법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할 것이므로 논지들은 이유있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재규, #김재규장군평전, #양병호판사, #김재규상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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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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