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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더위 식히며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더운 날씨를 보인 11일 서울 양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얼음팩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얼음팩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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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열사병, 열탈진 환자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폭염이 시작됐다. 기상청은 올여름이 평년보다 무덥고 지난해보다 폭염일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4일 조용수 전남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가 위와 같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우려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2019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신고된 환자는 1841명(사망자 11명)이었다. 이례적으로 더웠던 2018년(온열질환자 4526명, 사망자 48명)만큼일지는 미지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온열질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다. 온열질환은 코로나와 똑같이 고열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온열질환자 역시 격리된 상황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열사병 환자에 대한 대처가 늦어질 수도 있다. 또 갑자기 늘어난 환자로 인해 코로나19 진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역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름철 온열질환으로 건강상 피해를 볼 수 있는 계층이 코로나19 고위험군과 정확하게 겹친다"며 코로나19와 온열질환이 표면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더위에 진료시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의료진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인천에서는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직원 세 명이 탈진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D등급 방호복(가장 낮은 등급 방호복)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D등급 방호복 대신 수술용가운, 페이스실드(얼굴가리개), N95 마스크, 장갑을 이용하라는 '하절기 선별진료소 운영 안내'를 마련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고, 선별진료소가 야외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의료진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름 무더위에 대비해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어떻게 세우는 것이 좋은지, 진료 현장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일지에 대해서 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조용수 교수에게 물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지금 의료 현장에선 '계속 할 수 있을까' 생각이"

-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코로나19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지금 추세를 보면 그래 보이진 않는다.
"별 상관없는 것 같다. 일종의 감기니까 여름이 되면 완화가 될  거라고 기대하는 시각이 있긴 했다. 그런데 동남아 쪽을 보면 여름이 되었다고 괜찮아질 것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인천에선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던 의료진 3명이 쓰러졌다. 현장에서 보는 의료진 상황은 어떤가?
"현장에서 보면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은 정상 생활로 돌아간 것 같은데, 저희 의료진은 그런 적이 없다. 2월부터 똑같은 상황이라고 느끼면서, 똑같은 긴장감 속에 일하고 있다. 추울 때도 힘들긴 했지만, 요즘 낮에는 견디기가 힘들다. 추운 게 낫다.

D등급 방호복을 계속 입고 있는 것은 지금 상황으로는 불가능하다. 선별 진료소는 실내에 있지 않고 실외에 있다. 물론 의료진이 대기하는 장소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지만, 환자가 올 때마다 나가서 맞이해야 한다. 보호장구를 입고 몇 분만 밖에 있어도 힘들고, 환자가 몰려들기까지 하면..."

"온열질환자, 코로나19 의심해 일반병원에서는 받지 않기도"

- 코로나와 온열질환의 증상이 비슷하다고 한다. 현장에서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말이 들린다.
"기본적으로 온열질환을 진료할 때 코로나19에 대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가능성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열이 나는 환자는 선제적인 격리를 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 (기존보다) 치료 과정이 지연되고 검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자가 늘어나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온열질환자들이 아직 많진 않은데, 다른 병원에서 (코로나19가 의심된다며) 환자를 받기를 거부해 119가 우리 병원으로 전부 환자들을 모시고 왔다. 사실 열탈진 환자를 못 받을 이유가 없는데, 코로나 검사가 되기 전까지는 못 받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면 우려가 되는 지점이 경증의, 작은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열탈진 환자들이 격리실을 채운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막상 코로나19 환자가 올 때 제대로 진료를 볼 수가 없다. 반면 열사병은 빠르게 처치를 해야 환자가 생존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의심된다며 가까운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않을 경우 상태가 굉장히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 실제로 온열질환과 코로나19 환자가 구분이 어렵나?
"의료진은 열사병인지 코로나19인지 보면 견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건 다른 문제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든, 지자체든, 기준을 정해줘야 한다. 그러한 기준에 맞게 진료하면 판단에 대한 책임 주체가 분명해 진다. 각자에게 맡기면 회피할 수밖에 없다. 답답한 상황이다."

"국가든, 지자체든, 기준을 정해줘야... 각자에 맡기면 회피할 수밖에"
 
 고3학생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서울 중랑구 원묵고등학교에서 8일 오전 학생, 교직원 600명을 대상으로 교내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손소독을 한 뒤 교문을 들어가고 있다.
 고3학생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서울 중랑구 원묵고등학교에서 8일 오전 학생, 교직원 600명을 대상으로 교내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손소독을 한 뒤 교문을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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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지자체에선 '무더위 쉼터'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노인 등 고위험층 온열질환은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기존의 무더위 쉼터는 다중밀집시설로 노약자분들에게 좋지 않다. 자원을 많이 투자해서 환기가 잘 되는 쉼터를 많이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취약계층에게 에어컨을 설치해주거나, 전기세를 깎아주는 등의 조치 등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 현재 '생활 속 거리두기'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돌아가거나 극단적으로는 '록다운'(이동제한)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방식이 최선일까?
"의료진 입장에선 최대한 강한 정책을 펼수록 좋다. 그러나 그게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적어도 가벼운 감기와 열사병은 구분할 수 있을 테니, 더 급한 데에 인력을 더 쏟아야 한다. 검사 또한 '다중밀집시설 이용자'와 같은 정말 위험한 사람들에 집중하는 게 좋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인력을 더 위험하고, 더 필요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

- 벌써 코로나19 사태가 5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장기전 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장기전 대비가 안 되고 있다.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증 환자는 따로 돌보는 시설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예를 들어서 감기 환자가 대학병원까지 올 이유는 없지 않나. 코로나19에 따른 초과사망률이 6%라고 한다(1분기, 전년 대비 4494명이 더 사망). 코로나19로 인해 응급환자에 대응하는 일이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심근경색 같은 경우에도 여러 가지의 시술을 빠르게 해내야 하는 그야말로 '시간 싸움'인데, 코로나19 검사를 하게 된다면 늦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초과사망'은 특정한 원인으로 인해 평시보다 초과해서 일어나는 사망을 의미한다. 6%나 증가했다는 사실에서, 비코로나 사망자 역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제 곧 휴가철인 것도 코로나19 대유행의 위험 요소 아닌가. 
"피서를 안 갔으면 좋겠는데... 최소한 너무 밀집된 곳은 안 갔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한 해수욕장 같은 곳은 좀 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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