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저소득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간이 43년으로, 이전 정부 때보다 6년 더 길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3억 원 올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상승분(1억2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정권의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2008년 12월 자료부터 제공)과 한국은행, 통계청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각 정권 출범 첫 달과 마지막 달의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을 비교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간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채당)3억1400만원 폭등했다. 상승률로 보면 52%나 증가한 수치다. 보수정권 시절에 비해서도 가격 상승률은 확연히 높다.
이명박 정부(2008년 12월∼2013년 2월) 시절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는 1500만원 하락(-3%)했다.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에서는 1억3400만원(29%) 올랐다. 두 정권 기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6%였다.
즉 문재인 정부 3년간 상승률(52%)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상승률(26%)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것이다.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에 따른 불로소득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155조 원, 493조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토건정부라 불렸던 이명박 정부 때에는 오히려 35조원이 감소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저소득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간은 더 길어졌다. 각 정권 때 최저임금으로 중위 가격의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따져보면 정권 말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각각 38년과 37년이 걸렸다.(최저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경우)
문재인 정부 때는 43년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많이 인상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그보다 훨씬 높아진 탓이다. 소득 1분위가 가처분소득을 모아서 집을 마련한다고 하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진다. 소득 1분위가 가처분소득으로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 사려면 무려 7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며 3년간 최저임금을 가장 많이 인상했으나 서울 아파트값이 3억원 넘게 오르는 바람에 최저임금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소득층의 경우 큰 변화가 없었다.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 가구가 서울 아파트 구매에 걸리는 시간은 이명박 정부(임기 초 7년→임기 말 6년), 박근혜 정부(6년→7년), 문재인 정부(8년→10년)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경실련은 "부동산 문제가 점점 악화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있다"며 "진정으로 집값을 되돌릴 의지가 있다면 무분별한 대규모 개발정책을 중단하고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선분양제 전면 시행 등 근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