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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4월부터 학기가 끝나는 12월까지 밀알두레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회참여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사회참여 프로젝트 수업'이란 내가 속한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 실천해 공동체의 발전을 지향해보자는 수업이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가 어떤 불편을 주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어떠한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지를 고민하게 하고, '사회참여 활동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해진 수업의 틀을 넘나들며 실천방안을 모색했다. 아이들이 선택한 주제로는 세월호 참사와 유기견 문제, 미세 플라스틱 문제, 위안부 문제, 악플 문제가 있었는데, 그중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다.

아이들과 세월호 참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세월호 유가족분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기억하며 실천할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애들아!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 아픔을 당한 이웃들을 위해 그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가 보지 않을래?" 공감하는 몇몇 아이들과 사회참여프로젝트 수업의 한 부분으로 세월호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과 오랜 시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누구인지, 우리 사회에 어떠한 가치를 훼손하는지를 분석하면서 문제 해결에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했다. 고민하는 과정에서 진솔한 고백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세월호 키링팀', '세월호 작곡팀', '세월호 포스터팀'으로 나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월호 키링'에 아픔을 담다
 
 ‘세월호 키 링’ 판매 수익금을 세월호 유가족 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 기부금 전달  ‘세월호 키 링’ 판매 수익금을 세월호 유가족 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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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먼저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기부함을 만들고, 기부금을 모아 키링에 걸 세월호 모양을 직접 디자인하고 주문했다. 세월호 키링에 함께 걸 수 있는 부자재들을 구매해 손수 장식해 키링에 완성도를 더했다. 제작이 완료된 후 SNS, 학교 행사, 점심시간, 쉬는 시간마다 돌아다니면서 키링을 판매했다. 

제작 단가가 비쌌기에 8000원에 100개나 되는 키 링을 판매해야 했다. 아이들은 우려했지만 모두 판매하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어 냈다. 모든 과정을 아이들 스스로 일구어냈고, 판매 수익금 전액을 안산 세월호 추모 공원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분에게 전달했다. 키링에는 세월호를 기억하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기에 세월호 유가족분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세월호 키링은 누군가의 가방에 달려 '세월호를 기억해야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내가 초등학교 때 일어났다. 수많은 언니 오빠들이 물속에 가라앉아 있었고, 곧 구출될 거라 했다. 나는 그 말을 당연하게 믿었다. 하지만 당연해야 했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아 구출되지 못했다. 잊을 수도 없고, 잊히지 말아야 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에 기억할 상품을 제작하기로 했다. 시작은 막막했다. 우리가 이걸 할 수 있을지도 또 이렇게 해낼지도 몰랐다. 그래도 우리의 모든 노력과 모든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자는 마음으로 제작을 시작했다. 

다행히 예상했던 기부 금액이 모여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온종일 동대문을 돌아다니며 어떤 게 어울릴지를 고민하고, 씨름하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작하고 나서 판매하는 것도 일이었다. 잘 만들려 노력하다 보니 원가가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흔쾌히 사주시는 분들이 많아 고마웠다. 세월호 키링 소리가 날 때마다 세월호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장수이 학생, 키링팀 대표)

▲ 세월호 키링 
ⓒ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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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월호 참사를 숨기고 정확한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일까? 유가족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내가 지금까지 너무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반성하게 됐고 활동을 더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유가족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세월호 키링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적자를 내기만 하고 망할까 봐 많이 걱정됐다. 하지만, 많은 분이 세월호 키링을 사주셨다. 우리가 이 수익금을 세월호 유가족분들에게 기부하려고 생각하니까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내가 어떤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한 게 정말 좋았고 앞으로도 남을 돕는 일을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다." (이성진 학생) 

"세월호, 사실 많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음만 아프고 잊은 사건이다. 세월호를 선택하고 프로젝트를 열심히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아이템이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많이 힘들고 지치기도 했었지만 다 끝나고 보니 너무나 뿌듯했다. 지금은 작은 일로 시작했지만, 이 일을 통해 한 번이라도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세월호를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다." (지유빈 학생) 


'네 곁에 있을게' 앨범에 슬픔을 담다
 
‘네 곁에 있을게’ 음원 녹음 현장
▲ 녹음실에서 ‘네 곁에 있을게’ 음원 녹음 현장
ⓒ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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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하늘의 별 이젠 닿을 수 없는 너/모든 게 다 내 탓 같아/매일 밤 난 잠들지 못했어/네 뺨에 흐르는 눈물/닦아 주고 팠던 내 맘 알까/우리 함께 했던 날들이/좋은 기억으로만 남길 바랄게/가끔만 아주 가끔만 날 기억해/나 언제나 네 곁에 함께 할게/돌아오지 않을 시간/빗물에 젖어버린 추억/어딜 가든 보이는 너/네가 없는 게 익숙하지 않아/네 뺨에 흐르는 눈물/닦아 주고 팠던 내 맘 알까/우리 함께했던 날들이/좋은 기억으로만 남길 바랄게/가끔만 아주 가끔만 날 기억해/나 언제나 네 곁에 함께 할게/아주 조그마한 바람에도 휘청일 때/아주 조그마한 파도에도 넘어질 때/내가 네 곁에 있을게 ('네 곁에 있을게' 가사)

"음악에는 힘이 있고 듣는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가사를 먼저 쓰고, 거기에 멜로디를 입혔다. 가사를 먼저 쓴 만큼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과 분위기에 최대한 알맞게, 하지만 너무 슬프거나 쳐지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작곡했다. 한 곡에 많은 것을 담고 싶은 마음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추려서 완성했다. 꼭 가사를 듣지 않더라도, 음악 그 자체가 가진 힘으로 듣는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유겸재 학생, '네 곁에 있을게' 작곡·편곡 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그리고 우리는 세월호 생존자들의 눈물, 아픔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죄책감'이다. 우리는 죄책감에 시달려 아파하고 있을 세월호 생존자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기로 했다. 음악이 주는 큰 힘을 알고 있었기에 우리가 만든 노래로 작게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했다. 가사 하나하나, 멜로디 한 음 한 음을 신중하게 고민하며 선택했고, 어떻게 하여야 우리의 위로가 와전되지 않고 부드럽게 전달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네 곁에 있을게'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신 담당 선생님과 먼저 나서서 도와주신 선생님, 제대로 된 음원 발매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의 정성과 마음도 함께 담겨있는 곡이다. 한 단계씩 나아갈 때 우리는 진지했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 부분이 없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부르긴 하였지만, 우리는 이 곡에 담은 위로가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불렀다." (박서진 학생) 


노래를 불렀던 허승빈 학생은 "세월호 생존자분들과 유가족분들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지치거나 힘든 분들이 노래를 듣고 삶의 여유를 더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불렀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그림에 담다
 
세월호 포스터
 세월호 포스터
ⓒ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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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그림에 담았던 이예진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 그림은 검은색 바탕과 파란색으로 그라데이션 돼 있다. 여기서 파란색은 물이고 검은색은 하늘을 표현한 것이다. 위쪽 배경의 별은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학생들을 의미하고 있다. 배에 적혀 있는 성경 말씀은 유가족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소망하며 선택한 말씀이다.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잊지 않게 매주 고민하고 생각한 점이 나에게 도움이 됐다. 내가 매일 만들던 엽서보다 훨씬 작업이 어려워 생각만큼 미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친구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하면서 포스터를 제작할 수 있어 뿌듯했다."

아이들은 포스터를 그리고 학교 게시판, 교실 등 이곳저곳에 붙여가며 세월호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포스터를 방과 후에 남아서 그리기도 했다. 신주원 학생은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만나고 왔었는데, 우리의 나이였던 자녀들을 잃으신 부모님들을 직접 뵈니 더 속이 상했다. 억울한 일들이 다 풀리고, 참사가 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일'이 아닌 내가 할 일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꿈꿔 본다. 우리 사회 아픔을 공감하고 왜곡된 것들을 바로 잡는 일은 누군가의 일이 아니다. 바로 내가 할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회참여 프로젝트 수업'이라는 그릇에 우리 이웃의 슬픔을 담아갈 것이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속도보다는 올바른 방향이라는 가치가 우리 교육 현장에 녹아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태그:#밀알두레학교, #세월호 수업, #네 곁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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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안 학교 교사 입니다. 별칭은 복남쌤! 아이들로 인해 마음이 가난해지고, 주린 마음에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교사가 되고 싶어 기독교사가 되었고, “기독교사로서 교단 에 서는 것은 아프리카 오지에 해외선교사로 파송되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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