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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곧 30년이 됩니다. 각 시·도·군·구의 주민들을 대표해 지방자치를 실현해가야 할 주체로서 과연 제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요? 백경록 대구의정참여센터 운영위원장과 함께 지방의회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대구시의회가 8일 열린 제277회 임시회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행부와 의장석, 의원 간 비말차단 칸막이를 설치하고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의회가 8일 열린 제277회 임시회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행부와 의장석, 의원 간 비말차단 칸막이를 설치하고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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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 대구광역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는 '죄송하다'는 말이 연이어 나왔다.

대구광역시 국제통상과장은 "저희가 놓친 것은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고개 숙였고, 자치행정국장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반복했다. 이틀 후에도 두 사람은 "그런 절차는 잘못됐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사죄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대구시의회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기획행정위원회는 대구시 주요정책의 기획과 홍보, 예산의 수립·집행, 자주재원 확보, 공무원 조직의 감시와 견제, 역량강화,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등 시정 전 분야에 걸친 총괄 조정과 감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업무 중 하나가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심사 및 승인인데(물론 본회의에서 의결과정을 거친다), 사건은 7월 27일 제3차 기획행정위원회 심사안건으로 올라온 '대구시 2020년도 제1차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에서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이날 상정된 안건 내용은 ① 휴·폐업공장 매입 및 리모델링 ② 제3산단 제2임대형 지식산업센터 건립 ③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④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계획 변경 ⑤ 가창 119안전센터 건립계획 변경 모두 5건이었다. 이중 ④번이 문제였다.

법 있는데도... 맘대로 사업비 늘린 대구시

대구시 자치행정국장은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계획 변경' 건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제안설명했다.

"2021년 6월 예정인 세계가스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2021년 2월 준공목표로 건립 중인데(현재 공정률은 48%), 주요변경사항은 연면적 2만㎡이 연면적 4만472㎡로 변경돼, 총 사업비가 1895억 원에서 2694억 원으로 증액돼 변경하게 된 것이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표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대구시의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계획 변경 내용
 대구시의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계획 변경 내용
ⓒ 백경록
   
변경 절차에 대해서는 "2017년 공유재산 심의에서 원안가결, 2017년 12월 의회에서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승인 받은 후 연면적 증가와 사업비 증가에 따라 건립계획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정천락 대구시의원(달서구5, 국민의힘)은 결정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 시행령 7조에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보면, 승인받고 난 이후에 토지 또는 건물 등 시설물 기준 가격이 30% 이상 증감될 경우에는 의회의 의결을 받도록 돼 있다."

결국 대구시 측은 절차를 어긴 게 돼 거듭 고개를 숙여야 했던 것이다.

공유재산법 시행령 7조가 명시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에는 지자체 재산인 건물의 신축이나 증축 또는 매각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세부조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의결 받은 관리계획과 관련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변경계획을 수립한 다음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① 사업목적 또는 용도가 변경된 경우
② 취득·처분하고자 하는 공유재산의 위치가 변경된 경우
③ 토지의 면적이 30퍼센트를 초과해 증감된 경우
④ 토지 또는 건물 등 시설물의 기준가격이 30퍼센트를 초과해 증감된 경우. 다만, 공사 중 물가 변동으로 인해 계약금액이 변경된 경우는 제외한다.

정천락 시의원은 바로 3, 4번 조항을 근거로 잘못을 지적했다.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계획을 2018년, 2019년 2번이나 변경하면서 그동안 보고도 안 하고, 착공 이후 공사가 5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변경승인을 받으려 하는 것은 절차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결국 3차 기획행정위원회는 이날 심사유보 결정을 내렸다.

이후 7월 29일 4차 회의에서 대구시는 '앞으로 행정절차 누락이 없도록 업무처리에 철저를 기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고, 기획행정위원회 간담회에서도 '동일 및 유사사례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나아가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계획 추진상황을 감사한 후 9월 회기 전 의회에 결과를 보고하기로 한 끝에 계획안 원안은 가결됐다.

시행령 어기고 '꼼수증액'... 그래도 '징계 없음'
 
 논란이 된 엑스코 제2전시장 투시도
 논란이 된 엑스코 제2전시장 투시도
ⓒ 출처 : 대구광역시의회 회의록

그렇다면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일까? 시민도 불법을 저지르면 과태료를 낸다. 공유재산법 시행령을 어긴 지자체는 어떤 '벌칙'을 받을까 궁금했다.

지난 8월 21일 공유재산법의 정부 소관부서인 행정안전부 회계제도과에 물어봤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벌칙조항은 따로 없고, 감사를 받게 되겠죠."

지방자치단체에서 함부로 절차를 어기는 이유가 소관부서인 행안부의 느슨한 법제도 운영에 있는 것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6월 경기 오산시의회에서는 '오산시 버드파크' 사업이 건축면적이 38.8% 증가됐음에도 의회 의결을 받지 않아 논쟁이 벌어지는 등 집행부가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향후 행안부의 책임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잘못된 행정, 그러니까 처음에는 예산을 적게 잡아 통과시킨 다음 공사비 등을 증액시켜나가는 관행을 쉽게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지방의회에서 법 절차 불이행과 관련해 인사상 불관용 원칙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행안부에서 말한 감사에 대해 알아봤더니, 사건 이후 대구시청 관계자 2명에게 '훈계'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결국 대구시 감사관실은 다시 한번 '제 식구 감싸기' 감사를 한 셈이다. 법 절차 위반이 확실한데도 '훈계'라는, 징계 영역에도 들어가지 않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는 성실하게 법을 지켜가고 있는 대다수 시민들 입장에서 좌절과 분노를 유발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공유재산법 제3조 2항이 명시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처분의 기본원칙은 아래와 같다.

① 해당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이익에 맞도록 할 것
② 취득과 처분이 균형을 이룰 것
③ 공공가치와 활용가치를 고려할 것
④ 투명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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