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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편집자말]
'읽는 직업? 나랑 똑같은 직업을 가졌네... 누구신가요, 당신은.'

표지를 보자마자 책장을 넘겼다. 역시 예상대로 편집자의 책이었다. 인문출판사 글항아리 이은혜 편집장이 쓴 <읽는 직업>. '글항아리 창립멤버로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며 15년간 기획과 편집을 해왔다'고 책 날개에 적혀 있었다. 또 '저자들의 탄생, 발전, 만개, 죽음을 모두 지켜본 최초의 목격자이자 조력자'라고, '앞으로도 책을 써나갈 그들을 더 잘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쓰여 있었다. 
 
 읽는 직업, 이은혜 지음
 읽는 직업,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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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 문장이 나에게로 와서는 이렇게도 읽혔다. "(나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초기 멤버로 편집부에서 17년간 기획과 편집을 해왔다. 시민기자들의 탄생, 발전, 만개, 죽음을 모두 지켜본 최초의 목격자이자 조력자이며, 앞으로도 글을 써나갈 그들을 더 잘 돕는 편집기자가 되고 싶다"로.

'읽는 직업' 편집자와 편집기자인 나의 비슷한 고민

틀린 말은 없다. 모두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와 이런 공통점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저자들의 조력자'인 그가 저자들과(좀 더 구체적으로는 '연약하고 상처 입은' 저자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그랬다. 그 고민의 결이 나와 꼭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저자는 말했다.
 
편집자는 메인스트림으로 직진해서 어떤 주제를 섭렵하기 좋은 직업이다.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를 선명히 구분하지 않고 둘의 경계를 지웠을 때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들의 글과 삶에서 받은 영향이 내 사적 영역에까지 스며들도록 나를 활짝 열어두었다. - 36p
  
나는 아니었다. 정반대였다. 고백하자면 나는, 나를 지키면서 일하려고 애썼다. 취재기자가 아닌지라 핸드폰 번호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공개할 필요가 없었고, SNS 친구도 개인적인 관계에 한정했다(친구 수락의 기준은 딱히 없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 습관적 친구 요청은 대부분 거절했다. SNS를 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친구 수는 고작 100명을 웃도는 정도다. 모든 게시글은 친구 공개에 한정했다. 첫 책을 내고 한 권이라도 더 팔아볼 요량으로 이 좁아터진 SNS 문을 과감히 개방할까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몇 해 전부터는 명함도 새로 만들지 않았다(자주 쓸 일도 없는데 괜한 쓰레기만 만드는 것 같아서다). 카톡으로 일하는 게 너무도 편한 걸 알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시민기자와는 친구 등록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일과 관련해 시민기자와 소통이 필요할 때는 다른 방법을 취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쪽지를 하나라도 더 보내고,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면 전화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시민기자와 미팅도 잦았다. 

매일 적어도 한 명의 처음 보는 시민기자를 상대하는 게 내 일이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나를 지킨다'는 명분은 있었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고민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사적으로 친근하게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보호벽은 이미 쌓아지고 있었다. 내가 아는 나는, '마음의 힘듦'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내 마음은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혀서 뾰족한 모서리가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질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너무 잘 알아서다. 자주 찢기고 상처 나고 곪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다.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더 오래, 즐기면서 하려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이 보호벽 안에서는 시민기자에게 크게 상처받을 일도, 내가 상처를 줄 일도 없었다(아주 없었겠냐마는). 이 나름의 업무 원칙에 작은 균열이 생긴 건 7년 전쯤이다.

'만 시간의 법칙이라며... 한 분야에서 그 정도의 시간을 일하고 나면 이 일을 계속할지, 말지... 뭐 그런 게 생긴다는데 나는 과연 그런가... 나는 정말 편집기자로 더 살고 싶은 걸까.'

자고 일어나면 매일 나에게 물었다. 답이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알람처럼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그러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 8시간 매일 '읽는 사람'이었던 내가, 잠자기 직전에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게 참 신기하리만치 재밌었다. 이 좋은 걸 왜 진즉 시작하지 않았는지 매일 과거의 나를 반성할 정도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시민기자들도 그랬다. 어떻게든 더 잘 쓰고 싶어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블로그에 쓰든, 브런치에 쓰든,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를 쓰든 그들 역시 독자에서 '쓰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저자도 그랬다. 글쓰기는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결국 쓰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며 덧붙인다.
 
편집자가 글을 꼭 써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이 점점 바뀌어 편집자는 글이든 책이든 써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가령 글쓰기는 삶에 대해, 자신과 타인에 대해 귀속감 같은 것을 뿌리내리게 한다. 다만, 아직 쓰고 있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글 쓸 계기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그 계기가 주어질 때 분출시킬 만한 자원과 생각과 문장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 165p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되고 나니 
 
 '쓰는 사람'으로 계속 살라고 후배가 선물해 준 책갈피
 "쓰는 사람"으로 계속 살라고 후배가 선물해 준 책갈피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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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되니, 쓰는 '사람'이 보였다. 글이 아니라 그 글을 쓰는 시민기자에게 자연히 관심이 생겼다. 관심의 정도만큼 시민기자와 거리는 좁혀졌지만 우려하는 일이 걱정한 만큼 생기지 않았다. 설사 우려하는 일이 생겨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늘 있었다.

관계는 관계고 일은 일로 대할 수 있었다.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시민기자와의 거리감이 나는 좋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라도 업무 관련 요청이나, 문의는 시민기자 게시판을 이용하는 정도의 배려.  

그런 과정에서 어쩌면 '시민기자와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도 조금씩 생겨났다. 아니, 친구보다는 배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싶다. 서로의 사적인 관계를 원한 게 아니라, 밀도 있는 콘텐츠를 위해 긴밀해지길 원한 것이었으므로. 그것은 시민기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매일 시민기자의 글에서 삶을 배운다. 그들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기꺼이 길을 내준다. 시민기자들은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 위해 잠시 이용하는, 독자들에게 잠깐 소비되고 마는 취재원으로서의 시민과는 전혀 다른 존재다. 시민기자는 뉴스가 자신의 삶 속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스스로를 관찰하고 사유하며, 구체적이고, 진실되고, 정직하게 기사를 써서 보낸다.

그러한 글들은 첫 번째 독자인 나의 삶에도 당연히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서로를 이해하는 성숙한 태도가 동반된다면 시민기자와 편집기자는 '친구와 동료 사이' 그 어느 지점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게 된 이유다.

그러한 관계를 통해 설사 생채기가 나더라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도 믿게 됐다. '편집자로 산 지난 15년간 얻은 게 조금 있다면, 이성적 인지능력과 공감 능력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눈길이 계속 머물렀던 건 그 때문일 거다.

책은 저자가 편집자로 지내면서 만난 저자들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일과 일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최종적으로 독자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종 다소 진지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책 표지 뒤 '그녀가 나의 편집자여서 좋고, 그녀가 나의 벗이어서 좋다'는 추천사 글귀를 읽게 됐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의 표정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좋았을까. 글쓰기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지금 상태를 내가 알 방법은 전혀 없지만, 책 뒤 빼곡한 추천의 말을 보니 이거 하나는 알겠다. 계속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거라는 걸. 나도 그런 편집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은혜 지음 '읽는 직업' 뒷표지. 소설가 김훈을 비롯, 김영민 교수까지 추천의 글이 가득하다.
 이은혜 지음 "읽는 직업" 뒷표지. 소설가 김훈을 비롯, 김영민 교수까지 추천의 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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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이은혜 (지은이), 마음산책(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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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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