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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공장식 유령수술의 피해자가 돼 세상을 떠나고 맞는 다섯 번째 새해입니다. 다들 안녕하신가요? 지난 5년, 저희 가족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동생은 스물다섯이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만 같았지요. 아버지와 어머니, 저와 동생의 가까운 친구들까지, 모두가 깊은 상처를 감당하기도 버거워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경찰과 법조인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의료문제를 갖고 5년째 법정 다툼을 이어오는 동안 참 많은 역경이 있었습니다. 수차례 언급했듯, 검찰은 가장 큰 고난이었지요. 병원이 고용한 변호사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사법연수원까지 함께 나온 막역한 사이의 성재호 검사가 우리 사건을 망쳐놓았습니다. 검찰의 불기소에 하자가 있다는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 판단을 받기까지 아버지는 일터에서, 어머니는 거리에서 눈물을 머금고 싸우셔야 했지요.

수사가 끝나기 직전에야 집도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봐주기 수사가 의심되는 동안 저와 저희 가족들은 부끄럽게도 '우리보다 더한 피해자는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유령수술로 막내를 죽게 한 의사들은 "법대로 하자"라며 당당하게 나오고, 도와줄 줄 알았던 담당 수사 검사가 핵심이 되는 혐의를 불기소하는 동안 저희는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울부짖는 것 외에는 기댈 곳도, 방법도 몰랐으니까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정인이 사건을 아실 겁니다. 겨우 16개월의 아기가 온몸에 멍이 들고 뼈가 부러지고 영양결핍에 고통받다 사망한 사건이지요. 가해자가 아닌 아기 이름을 따 '정인이 사건'이라 불러야 하는 억울함에도,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의 의심스러움에도,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유족이 없기 때문이지요.

싸워줄 유족이 없다는 것

지난 5년간 병원과 검찰을 상대로 싸워오며 배운 것들이 많습니다. 의료사고와 같이 돈과 품이 많이 드는 사건을 해결하는 건 피해자 그 자신이란 거지요. 경찰과 검찰은, 물론 좋은 분들도 많이 계시겠으나, 정말 불운하게도 저희 사건의 검사 같은 사람을 만나거나 정인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을 만나면 사건을 망치게 되기도 합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 친구들이 마치 수사관이 된 것처럼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감정을 받고 의혹을 제기하고 한 뒤에야 사건이 기대한 것처럼 흘러가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들었지요. 어머니는 아꼈던 아들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수술실CCTV 영상을 500번 돌려봤고, 저희 가족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건을 묵히는 검사에 대항할 방법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비단 저희만의 사례가 아니었다는 거죠.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마치 수사관인 양 뛰고 움직여 수사기관을 재촉하고 압박해야 겨우 수사가 굴러가곤 하였습니다.

정인이 사건이 다른 수많은 불행보다 특별히 더 안타까운 건 유족이 없다는 겁니다. 저와 저희 부모님, 대희의 친구들과, 저희를 도와주신 수많은 의로운 분들께서 이 사건에 더 분노하고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검찰청 앞에서 정인이 사건 1인 시위 중인 고 권대희 어머니 작년 12월 21일, 어머니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인이 사건의 살인죄 처벌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참여하였다
▲ 검찰청 앞에서 정인이 사건 1인 시위 중인 고 권대희 어머니 작년 12월 21일, 어머니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인이 사건의 살인죄 처벌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참여하였다
ⓒ 권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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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선 사건이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기 이전부터 여러 날 동안 서울남부지검을 찾아 다른 분들과 1인시위를 함께 하셨어요. 처음엔 우리 사건으로 몇 년 동안 몸이 축나게 고생하신 어머니가 왜 다른 사건을 위해 한겨울에 1인시위를 나가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죠. 형사사건에서 유족이 없다는 건 단지 외로움 그 이상을 의미한다는 걸 말입니다.

경찰수사에서 참고인을 부르고, 피고인을 부르고, 영장을 청구하고, 송치하고, 다시 검찰이 사건검토를 거쳐 기소에 이르기까지 유족들이 상황을 통지받고 사건기록을 확인할 수 있지요. 경찰과 검찰 수사관들과 통화할 기회도 있고, 검찰 공소장도 열람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정인양 수사기록은 확인할 길이 없네요. '단독' 두 글자를 붙여 내보낸 수많은 언론사 기사들도 일찌감치 1인시위를 했던 시민들이 공유한 내용을 넘어서질 못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검찰이 쥐고 있을 겁니다. 정인이에게 제대로 된 가족이 있었다면 볼 수 있는 그 자료들을 우리는 알 수 없지요.

황당합니다. 서운합니다. 화가 납니다. 슬픕니다. 미안합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외롭게 떠난 정인이를 지킬 수 있을까요. 유족이 있는 우리도 그토록 괴롭고 버거웠는데, 정인이는 다가올 재판에서 또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해야 하는지요.

정인이 사건 공소장은 누가 볼 수 있는가

10일 저희 대희 사건을 오래 취재해온 기자에게 국회의원들이 정인이 사건 공소장을 법무부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소장엔 검찰이 정인이를 죽게 한 이들에게 살인죄 대신 처벌이 약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이유가 담겨 있겠지요. 그 자료를 누가 볼 수 있을까요. 바로 검찰들과 그 부모들, 변호사들입니다.

정인이의 양부모이고, 양조부모들이고, 또 그들의 대리인들은 그 자료를 갖고서 정인양 죽음에 혐의가 크지 않다고 벗어나기 위해 밤새워 법리를 검토하겠죠. 정인이는 어떡하나요. 정인이를 낳고 잘 살기를 기원하며 친권을 포기한 생모도 볼 수 없고, 정인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온 마음을 다했던 위탁모도 확인할 수 없고, 정인이에게 미안해하며 눈물짓는 이 나라 시민들도 알 수 없는 공소장을 왜 그들은 볼 수 있나요. 그게 정의고, 공평입니까.

저와 저희 가족은 검찰을 믿지 않습니다. 성재호 검사가 우리에게 자행한 일들과 그를 한 차례도 감찰하지 않은 검찰조직을 어떻게 믿겠어요. 그 검찰이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고 정인이를 또다시 원통하게 할까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정인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검사님들, 그 어린 몸 안에서 장기가 끊어지고 뼈가 수시로 부러진 사건입니다. 변호사들과 의사들이 나서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요. 13일 있을 첫 공판부터 지켜보겠습니다.

부디 정인이의 불행을 멈춰주세요.

대희 형 태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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