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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생활화하기로 했다. 올해는 SNS 계정도 없앴다.
▲ 침묵은 무기다 침묵을 생활화하기로 했다. 올해는 SNS 계정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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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앞자리 숫자가 4로 변했다. 불혹(不惑)이다. 그러나 여전히 바깥세상에 미혹(迷惑)된다. 이따금 거울을 보면 흠칫 놀란다. 주위 사람들은 '꽃중년'인데, 내 '꽃'은 언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다. 흘러간 세월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마음의 매무새라도 잘 가다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가장 후회했던 일을 떠올려 봤다. 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건 바로 '내 입'이었다. 편하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새끼를 치기 시작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내가 감당치 못한 결과까지 만들어 냈다. 정말 실없는 말이 송사까지 갔다. 그래서 마흔이 된 나의 새해 목표는 '침묵하기'로 정했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말을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 부류의 책도 많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을 적게 해서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후회라는 감정은 모두 말을 많이 내뱉고 나서 몰려왔다. 요즘은 발 없는 '카톡'이 천 리를 가더라. 말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실언도 하게 된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또 말을 덧붙이면 '누란지위(累卵之危)'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어디나 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요즘은 "우리 때는 말이야"라며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으면 '꼰대'로 취급받기 일쑤다. 함구무언(緘口無言) 중에 촌철살인(寸鐵殺人) 몇 마디 내던지시는 분도 계시다. 영화 속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멋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잘 알면 세 마디로 족하지만, 모르면 서른 마디도 부족한 법이다. 마흔이 넘어가니 어쩌다 나도 내 경험을 우위에 내세우며 말을 뱉는다. "우리 때는 안 그랬어~"

침묵은 좋은 점이 있다. 독일 의사소통 전문가 코르넬리아 토프는 <침묵이라는 무기>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말이 적으면 똑똑하고 교양있고 유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친다. 실제로는 어떻건 간에 말이다. 거기에 미소까지 보태지면 20%는 더 지적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해버린 결과 

실은 그간 나는 어색한 침묵을 몹시 불편해했다. 정적이 흐르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침묵이 길어지면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곤 했다. 한번은 지인과 식사하면서 여러 얘기를 했다. 소액 투자한 주식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자랑질까지 하게 됐다. 상대방은 경청해줬다. 자동으로 밥값 계산은 내 차지였다. 불로소득을 자랑한 대가였다.

'진짜 암탉은 알을 낳고 나서 운다'라는 독일 속담이 있다. 자랑은 실질적인 성과를 보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가장 좋은 건 웬만하면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 먼 훗날 알게 되었다. 그때 나와 함께 식사한 그 지인이 '진정한 주식 부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침묵은 돈이고, 경청은 금이다.

'전설의 보험왕' 강의를 들은 적 있다. 영업 비법을 알려줬다. 바로 미국 라이브 토크쇼 진행자 래리킹의 3, 2, 1 대화 법칙이다. 3분간 들어주고, 2분간 맞장구치고, 1분간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지갑을 열었다. 보험에 가입했다. 이것이 '경청'의 힘이다.

우리 조상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했다. 귀를 기울여 들어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타인의 험담은 금물이다. 인생 대선배 톨스토이도 조언했다. "타인을 헐뜯거나 비방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 차라리 침묵을 지켜라". 말은 입속에 감춘 칼과 같다. 그 칼로 상대방을 찌르거나 베어선 안 된다. 상처받은 마음은 평생 간다. 언젠가 상대방은 칼날을 연마해서 찾아온다.

침묵을 생활화하기로 했다. 올해는 SNS 계정도 없앴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입이 근질거릴 때는 글을 쓴다. 글은 퇴고할 수 있다. 문장을 지우고 단어를 보탤 수 있다. 절차탁마(切磋琢磨)가 가능하다. 문장은 고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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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경제학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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