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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 직무를 개시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취임 직후 캐나다·일본·한국 순으로 외교장관 전화회담을 진행했다. 그가 강경화 외교부장관 및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과의 통화에서 공통되게 강조한 것은 '한미일 협력'이다.

그런데 한국 외교부나 미국 국무부와 달리, 일본 외무성은 그 부분을 브리핑에서 생략했다. 이로 인해 논란이 생기자 모테기 외무대신은 이틀 뒤 기자회견에서 해명에 나섰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1월 27일 외무성에서 기자들에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첫 전화 회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지난 1월 27일 외무성에서 기자들에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첫 전화 회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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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사히TV> 기자가 "대신의 회견이나 일본 정부의 발표에는 일·미·한 제휴에 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라며 "현재의 일한관계를 반영한 게 아닌가 하는 일부 지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모테기 대신은 '내용 일부를 요약해 발표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런 뒤 "예컨대 일본·미국·호주·인도라는 쿼드(QUAD)를 포함한 동지국과의 제휴, 이것은 어느 쪽이냐 하면 FOIP(Free and Open Indo-Pacific,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등에서의 제휴라든가, 다양한, 예를 들면 연계성 강화라든가 하는 이러한 맥락에 있고, 한편으로 일·미·한에 관해서는 북조선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제휴해 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 통화에서 언급됐다고 소개했다. 한미일 협력이 대북 대응 분야에서 중요하다는 점이 언급됐다고 말한 것이다.

'한미일 협력'이 누락된 것이 불편한 한일관계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들이 있었다. 모테기에게 질문을 던진 사토(佐藤) 기자도 그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모테기는 직접적 답변을 내놓진 않았지만, '한국 관련 내용을 왜 누락시켰는지'를 은근하지만 명확한 방법으로 시사했다.

일본이 말하는 '동지국'

위에 소개한 모테기의 언급을 살펴보면,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두 번째는 "한편으로 일·미·한에 관해서는 북조선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제휴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一方、日米韓につきましては、北朝鮮に対する対応ということで連携していくことが重要だと)"라는 대목이다.

두 번째를 제외하고 첫 번째에 주목해보면, 최근에 사용빈도가 조금씩 나타나는 생경한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동지국(同志国)'이다. 동맹국이 아닌 동지국이라는 표현이 쓰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테기는 동지국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미일 양국의 중점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논의됐다고 한 뒤, 한미일 협력은 대북 대응에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미일 3국 협력은 동지국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는 그의 인식을 드러낸다.

앞부분에서는 미국을 동지국으로 분류해놓고 뒷부분에서는 미국이 포함된 한미일 협력을 동지국 문제에서 제외했다. 이는 한국이 관련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동지국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포함된 한미일 협력은 동지국 문제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는 외무성이 전화회담 브리핑에서 한미일 협력 대목을 생략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불편한 한일관계 때문인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한국의 중요도'에 있음을 드러낸다. 미국·호주·인도 등은 동지국이지만 한국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과 관련된 내용은 덜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생략했으리라고 판단할 수 있다.
 
 2019년 5월 31일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미·호·인 협의(日米豪印協議)' 발표문.
 2019년 5월 31일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미·호·인 협의(日米豪印協議)" 발표문.
ⓒ 일본외무성홈페이지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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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국은 동맹국과 비슷한 표현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두 가지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이 점은 2019년 5월 31일 방콕에서 열린 일본과 인도·호주·미국의 고위급 접촉 사실을 브리핑할 때도 드러났다.

'일·미·호·인 협의(日米豪印協議)'라는 제목으로 외무성 홈페이지에 실린 이 발표문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운용 주체인 쿼드 4개국이 자연재해·해양안보·테러나 사이버 안보 등에 관한 국제 협력을 증대시킬 필요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동지국 및 동맹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음에도 유의했다"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 관한 영어 번역본에서 외무성은 동맹국은 ally로 표기하고 동지국은 like-minded partner로 표기했다. 동지국과 동맹국이 동어반복이 아니라는 점을 영어 번역본을 통해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외무성의 용례를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대(對)중국 압박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주체인 일·미·호·인 4개국 상호간은 동지국 관계다. 인도·태평양 전략 같은 긴요한 문제에 뜻을 함께해주면 여타 국가들도 동지국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한편, 전통적인 군사동맹 등으로 묶이는 정도에 그치는 나라는 동맹국으로 분류된다.

일본의 가치외교

일본이 전통적 개념인 동맹국과 별도로 동지국이라는 개념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최근 10년간 세계 외교에서 두드러지는 새로운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동맹국 개념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에 부응하기 위한 것인 측면이다. 이른바 '가치외교'의 대두에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2019년에 <문화와 정치> 제6권 제1호에 실린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의 논문 '가치외교의 부상과 가치의 진영화'는 "가치외교란 특정 가치를 외교정책에 반영해 이를 국제사회에서 대변하고 증진하며 실천하고자 하는 외교"로 개념화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이런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니 뜻을 함께하면 동참해달라'는 식으로 진영을 구축해가는 것이 가치외교라고 할 수 있다. 자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마인드가 같은 동지들은 모여달라'고 촉구하는 식이라고 할 수 있다.

1945년에 끝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라는 경제체제를 기준으로 국가들이 동맹을 결성하고 진영을 형성했다. 그런데 1991년 소련 붕괴를 계기로 냉전체제가 힘을 잃은 데다가 2000년대 들어 미국식 자본주의인 신자유주의가 약해지면서 그런 구도의 필요성이 더욱 낮아지게 됐다.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세력 확장이 어려워진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주요 국가들은 대략 10여 전부터 가치외교에 기반한 진영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제의를 받은 미국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건설'을 명분으로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며 진영을 구축하는 것이나, 푸틴 대통령이 '유럽과 아시아의 이분법'(미국과 유럽의 기존 개념)을 극복하는 유라시아 개념을 내놓음과 동시에 유라시아에서 파생되는 가치관을 앞세우며 신질서 수립을 시도하는 것 등이 이 흐름을 반영한다.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사진은 지난 2007년 방한 당시 모습.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사진은 지난 2007년 방한 당시 모습.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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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가치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더불어 십수 년 전부터 가치외교를 확산시킨 인물이 있다. 2009년 9월 16일 총리직을 물러난 뒤에도 심각한 표정으로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아소 다로다. 그가 외무대신 시절이던 2006년 11월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세미나에서 가치외교를 역설한 일은 지금의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이 연설문을 분석한 강동국 나고야대 교수의 논문 '일본 외교의 행방'(2007년 <동아시아 브리프> 제2권 제3호)은 "아소 장관이 말한 '가치'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 법의 지배 그리고 시장경제이고 그의 아시아주의는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아시아에 실현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적극적 역할을 담당함을 의미한다"라고 짚는다. 민주주의·자유·인권·법치·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앞세워 아시아 국가들을 일본 중심으로 묶어내는 게 아소가 말하는 가치외교라고 할 수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대신이 지난 29일 언급한 동지국은 아소 다로가 말한 것처럼 일본이 제창하는 가치관에 동조하고 일본의 적극적 위상을 인정해주는 나라들이다. 자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면 가장 확실하게 동지국으로 인정한다.

그림자

문제는 그런 가치외교를 명분으로 삼아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위험성을 은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북한의 위험성을 제어하고 선의의 가치관을 확산시킨다는 미명 아래 평화헌법 개정 등을 노골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일본이 추진하는 가치외교의 위험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략에 편승하는 순간, 한국 기업들의 중국 활동이 타격을 받게 된다. 일본이 볼 때, 한국은 자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판결 등으로 일본의 부도덕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 적어도 지금은 일본의 동지국이 아니다. like-minded partner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이 '마인드가 같아야' 동지국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이 생각할 때 한국은 마인드를 달리하는 나라다.

그런 한국이 포함된 사안이기 때문에 '한미일 협력'은 일본의 동지국 관계에서 하위에 놓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 외무성이 통화 내용을 브리핑할 때에 이 부분을 생략한 것은 최근의 불편한 한일관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제외하고 자국 중심의 질서를 추구하는 일본의 가치외교 때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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