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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짧게나마 자전거를 타게 되니, 여태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교통수단의 선택지가 하나 늘었고, 자전거 이용자들을 보면 괜한 친근감도 느껴졌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좋은 자전거를 타면 얼마나 좋을까! 나같은 초보자도 마음편히 탈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서울이 자전거 도시가 된 모습을 상상하며, 활동에 대한 열의가 끓어올랐다. 왜 서울이 자전거 타기 힘든가에 대한 첫 활동으로, 서울시의 자전거 정책을 꼼꼼하게 뒤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제 막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뿐인 활동가는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장 자전거 도로의 종류가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몰랐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차로의 차이는?
 
왼쪽부터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분리, 미분리) 순서다.
▲ 자전거 도로의 종류 왼쪽부터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분리, 미분리) 순서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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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만 다른 이 두 단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자전거 도로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2014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자전거 우선도로가 추가되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말 그대로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도로다. 자동차나 보행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분리대나 경계석으로 구분되어 있다. 자전거 이용할 때 가장 마음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다.

자전거 전용차로도 차도에 설치된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도로다. 하지만 노면 표시나 안전표시로만 구분되어 있고, 자전거 도로는 끝 차선에 만들어 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정차하는 차량, 승객이 승하차하는 택시와 도로가 겹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공유하는 도로다. 자동차의 통행량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보다 적은 도로의 일부 구간이나 차로를 공유한다. 표지판과 노면 표시로 알 수 있다. 별로 실효성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달려보면 자전거 표시가 보일 때마다 조금 안심된다. 하지만 맹점도 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선 차도로 달려야 하므로, 자전거 도로 표시가 없어도 차도에서 주행할 수 있다. 자칫 우선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거나,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있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는 도로다. 길을 걷다 보면 벽돌로 자전거 모양을 만들어 놓거나, 자전거 도로에 쓰이는 우레탄이 보도에 깔린 것을 본 적이 있을 텐데, 그렇게 시각적으로 분리된 도로와 분리되지 않은 도로로 나뉜다. 그렇지만 아무리 구분해 놓아도 효과가 크지 않다. 물리적으로 따로 구분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보행자 입장에서는 전부 보도로 느껴져 자전거 도로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사실상 보도에 자전거 도로를 밀어 넣은 형식이다.

신경 쓸 게 너무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
 
2019년 서울시 자전거도로 길이와 비율.
 2019년 서울시 자전거도로 길이와 비율.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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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서울시 총 도로 연장(길이)은 8309km이다. 그중 총 자전거 도로는 940.6km이다.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148.7km, 자전거 전용차로가 58.9km, 자동차와 함께 이용하는 자전거 우선도로가 111km,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가 622km다. 길이만 보더라도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는 도로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우선도로와 겸용도로를 합하면 733km로, 무려 77% 비율에 달한다. 자전거 도로라고 있는 대부분의 도로가 함께 이용해야 하는 도로다 보니, 안전하기는커녕 제대로 타기도 힘든 상황이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자전거 도로 상황도 비슷하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비율이 2009년에는 86%였고, 최근에는 75%까지 줄었다. 지금까지 자전거 도로 연장이 약 2배로 는 것에 비하면 겸용도로 비율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공자전거 확충에 집중하고 있는 서울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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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전거 정책 하면 가장 먼저 '따릉이'가 떠오른다. 실제로 따릉이는 2015년에 도입되어 7년째를 맞았다. '내 삶을 바꾼 서울시 10대 뉴스' 투표에서 3년(2017~2019) 동안 1위를 차지해 시민 만족도도 높은 편이고, 코로나로 인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수단으로 자전거가 주목 받으면서 따릉이의 이용도 늘었다. 연간 대여 건수는 2019년 대비 24.3% 증가했고, 누적 대여 건수 2020년 12월 기준 5900만 건을 돌파했다.

서울시도 인기에 힘입어 따릉이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2020년 7월 그린뉴딜을 발표하며 2021년까지 따릉이 4만 대, 대여소 3040개를 확충하고,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도로를 확충해 자전거 수단분담률 15%, 전용 도로율 7%를 달성하겠다고 계획했다.
 
전체 자전거 이용 인구를 확인할 수 없어 한국교통연구원에 문의한 결과, 파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 한국교통연구원 답변 전체 자전거 이용 인구를 확인할 수 없어 한국교통연구원에 문의한 결과, 파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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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따릉이를 확대하는 건 참 좋다. 하지만 따릉이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자전거 이용자가 아닌 자전거 이용자 전체를 늘려야 하는데, 개인 자전거 이용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자전거 이용 인구가 궁금해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어 한국교통연구원에 문의했더니, 공공자전거 이용실적을 활용하라는 슬픈 답변을 받았다.

따릉이는 또한 만성 적자 문제도 안고 있다. 2015년 도입 이후 5년 동안 241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따릉이가 교통기본권, 대기오염 방지, 시민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수익성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밝혔지만, 따릉이를 열심히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가 더 커질 것은 뻔해 보인다.

자동차 중심에서 벗어나야

서울이 이렇게 자전거 타기가 힘든건 도로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자전거는 통근·통학의 주요 수단으로 수단분담률 20% 이상을 차지했으나, 1980년대 자동차 시대가 개막하며 점차 밀려났다. 1980년대 20만 대였던 자동차는 2020년 310만 대를 돌파했다. 모든 교통이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고, 이 단계에서 자전거는 고려되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레 교통수단에서 밀려났다.

그린뉴딜 정책의 모빌리티 부문에서도 자전거가 아닌 전기·수소차가 중심이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 비율이 높고,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은 한국에서 전기·수소차는 아직 친환경 차라고 말하기 힘들다. 서울시가 2050 온실가스 감축전략에서 보행친화도시를 넘어 그린 모빌리티를 선도하겠다고 밝힌만큼, 친환경 차가 아닌 생태교통 자전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태그:#자전거, #따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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