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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 가결을 둘러싼 논쟁이 심해지고 있다. 보수 야당은 정부 여당이 다수의 권력을 이용해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선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임성근 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17기) 140여 명은 성명을 내고 이번 탄핵소추안이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주장에 힘을 더했다. 이들은 탄핵을 받아야 하는 것은 임성근 판사가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이 문제였다.

임성근 판사의 변호인 측이 4일 오전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금 탄핵하자고 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며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은 법조인 동료로서의 입장과 대법원장으로서의 입장이 뒤섞여 있는 발언이었다. 대법원장은 동료 판사로서 임성근 판사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법부의 이미지는 지켜야 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녹취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대법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그리고 그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독립성이 지켜지지 못한 이유는 그가 정부 여당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 개혁에서 출발해 사법부까지 이어진 사법 개혁의 길은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으로 정리할 수 있다. 현직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과 날을 세우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뒤로는 뇌물 성격의 술자리 접대를 받은 검사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사법부는 재판개입이 확실한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고는 위법은 아니나 위헌에 해당한다며 자기 역할을 피했다.

현재 탄핵소추안을 둘러싸고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삼권 분립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이 개념을 처음 가져온 몽테스키외 등의 정치철학자들은 모든 권력 기관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권 등의 법적 견제 권한이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마치 미국 국회 난입 사건의 원인을 IS에게 찾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문제의 원인은 내부에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의 본질은 적대라는 칼 슈미트의 말을 받아들인다고 한다면, 지금 임성근 판사를 옹호하고 있는 이들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이다. 결국 진짜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정쟁의 길로 들어가자는 의미다.

지금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 자기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개입은 문제가 안 된다면서, 삼권 분립의 원칙 아래에서 진행된 권력 견제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외친다면, 그들은 지금 국민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태그:#임성근 판사,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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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이 누군가에겐 낯설게 느껴졌으면 합니다. 익숙함은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세상을 낯설게 바라볼 때 비로소 세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디서나 이방인이 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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