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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348채... 팔 수도, 그냥 둘 수도 없는 집 http://omn.kr/1sjk2

"마을에 빈집이 있으면 썰렁하고, 무섭고 안 좋지." (마을 주민)
"쓰러져 가는 폐가, 이제 와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어요." (빈집 소유자)
"지금은 빈집이지만, 나중에 다시 올 수도 있어 내놓는 것은 고민이 돼요." (빈집 소유자)


마을 주민들과 빈집 소유자의 입장 모두 만족시킬 만한 방법은 없을까? 빈집 문제가 농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충북 옥천군에서도 '새뜰마을사업'과 '귀농인의 집'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빈집을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해 마을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빈집 철거하자, 무한한 가능성이 드러났다
   
'새뜰마을사업'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한 사업이다. 사진은 증평군 새뜰마을사업 사례.
 "새뜰마을사업"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한 사업이다. 사진은 증평군 새뜰마을사업 사례.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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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뜰마을사업'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한 사업으로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주관한다. 옥천군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이원면 평계리(2015), 이원면 수묵리(2016), 안내면 방하목리(2017)가 사업에 선정돼 새롭게 단장했다.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이원면 개심리(2019)에 이어 지난해 추가로 안남면 도덕1리(2020)와 청산면 백운리(2020)가 선정돼 두 마을 농촌 지역으로서는 옥천군이 도내에서 유일하게 5회 연속으로 성과를 얻었다. 해당 마을들은 낙후된 빈집을 철거하고 슬레이트 지붕개량, 재래식 화장실 개선 등 집수리를 하는 것은 물론,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거나 가로등·CCTV를 설치해 생활편의와 안전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3년간의 사업 기간을 거쳐, 정비를 마친 평계리·수묵리·방하목리는 새뜰마을사업 이후 빈집이 눈에 띄게 줄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했던 빈집을 철거하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새 땅이 드러났다. 방하목리 정우영 이장은 공터를 "텃밭이나 화단으로 활용해볼 수도 있고, 또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이는 "앞으로 마을의 남은 숙제"라고 이야기했다.
        
새뜰마을사업으로 수리한 옥천의 한 민가
 새뜰마을사업으로 수리한 옥천의 한 민가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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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소유자에게 집을 철거하는 데 동의를 묻는 과정은 대체로 수월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다. 간혹 소유자가 여러 자녀 앞으로 되어 있어, 빈집 철거를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소유주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거를 허락했다는 설명이었다.

"오히려 (빈집 소유자들이) 고마워했지. 다 쓰러져 가는 집들, 개인이 정리하려면 돈도 들고 어려운데 나라에서 지원을 받아서 공짜로 (철거)해주는 거니까." (청산면 백운리 박선옥 이장)
"살던 집이라 정은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부지세도 있고 정돈하기도 어렵고 한 집이라 그분(빈집 소유자)들한테도 좋은 일인 거죠." (안내면 방하목리 정우영 이장)


새뜰마을사업으로 마을이 정돈되자 주민 수도 늘어났다. 평계리에는 지금까지 이곳에 정착한 귀농인만 10명 이상이 된다고 하니 큰 변화다. 새로워진 마을을 주민들도 "마을이 살아난 느낌"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농촌에서의 삶 꿈꾸는 이들을 위한 '귀농인의 집'
 
충북 옥천 귀농인의 집
 충북 옥천 귀농인의 집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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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의 집은 귀농·귀촌 희망인이 본격적인 귀농·귀촌 이전에 농촌에서의 삶을 미리 체험하고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귀농·귀촌 희망인에게는 월 15만 원 이내의 저렴한 임대료로 6~12개월 동안 농촌 임시 주거 공간이 제공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옥천군이 주관하며 빈집 개인 소유자가 귀농인의 집 조성을 신청하거나 마을회에서 소유한 빈집을 리모델링해, 5년에서 7년간 운영하는 형태다. 예산이 3천~4천만 원으로 한정돼 있기에 관리 상태가 양호한 빈집이 귀농인의 집 활용 대상이다. 옥천군에는 2016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0호의 귀농인의 집이 조성됐다.

"우리 마을 귀농인의 집은 햇수로 올해 3년째예요. 지금까지 두 팀 다녀가셨고 어제 또 새로 이사 오셨죠. 아이 두 명 있는 젊은 부부가 왔어요. 여기에서 학교도 다니고 할 텐데, 오신 분들 덕분에 마을 분위기가 좀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 (청성면 무회리 이기수 이장)

무회리 이기수 이장은 평소 마을에 사람이 없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왔다. 군에서 귀농인의 집을 조성한다는 공문을 보고 마을 내 상태가 양호한 빈집의 소유자와 협의해 공모에 신청했다. 찾아오는 귀농인이 거주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군에서 지원하는 금액에 추가비용을 들여 집을 수리했다. 덕분에 무회리 귀농인의 집은 "호텔같은 집"이 됐다고.

빈집 소유자도 "아무도 찾지 않는 빈집보다는 '쓸모있는 집'이 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개조를 환영했다. 또 계약 기간을 정해 임대하는 것이기에 집을 매매하는 것보다 부담이 덜했다. 이처럼 빈집 소유자와 마을 주민들의 선의로 조성된 귀농인의 집이지만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15만 원 이내의 임대료를 받는데, 이건 대부분 집 유지비로 사용돼요. 보일러, 수도 시설이 고장이 나면 이장인 제가 다 관리를 해줘야 하니까, 신경이 쓰일 때가 있지요." (안내면 도촌리 전재필 이장)
"귀농인의 집은 1년 계약인데, 한 번 오신 분들이 계속 사시는 게 아니라 자꾸 바뀌시니까. 마을에 정착하시면 좋은데 그게 쉽지 않은 점이 아쉽죠." (청성면 무회리 이기수 이장)


교육이주주택도 등장... "농촌의 활기로 이어지길"
 
충북 옥천 귀농인의 집
 충북 옥천 귀농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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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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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한계를 뛰어넘고, 작은 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청성면에서는 현재 귀농인의 집을 '교육이주주택'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신청인이 이곳에 입주해, 원한다면 자녀가 졸업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산계3리 마을회 소유 귀농인의 집을 활용한 교육이주주택에 최근 1호 가정이 입주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옥천군 관계자는 "청성면은 1년 내로 정해져 있던 귀농인의 집 거주기간을 확대하는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해 협약을 맺으려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군북면 향수뜰행복돌봄공동체 역시 마을 안 빈집을 수리해 교육이주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관련기사 : 아이들 저녁밥까지 책임지는 마을, 어떻게 가능했을까 http://omn.kr/1pyeu)

귀농인의 집 10호 중, 2017년도에 조성된 다섯 개소는 올해로 계약이 만료된다. 계약이 만료된 개소는 원소유자에게로 되돌아가는 상황이다. 가능한 오랜 기간 귀농인의 집을 활용하기 위해, 2019년 기존 5년 계약에서 7년으로 늘렸다.

늘어난 계약 기간으로 개인 재산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지적에 옥천군은 올해부터 "개인 소유보다는 마을 소유의 빈집 혹은 토지를 귀농인의 집을 조성하는 데에 우선 활용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냈다. 또 올해 추가로 조성되는 귀농인의 집 3개소는 시설의 보강이 미흡했던 기존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 예산을 4천만원으로 늘리고, 이동식주택(조립식주택) 형태도 새로 짓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팀 배보람 주무관은 "귀농·귀촌에 의지와 관심을 가진 분들이 귀농인의 집 조성 공모에 적극적으로 신청을 해주고 계신다"면서 "더 많은 이들이 귀농인의 집을 통해 마을에 정착해서 농촌 마을에 활기가 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월간 옥이네 2021년 3월호(통권 45호)
글·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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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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