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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근무할 때, 구내식당 직원분과 구내약국 약사분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그 무렵에 마침 내가 쓴 책이 있어 그 책을 드린 적이 있었다. 그 뒤 그분들을 만나보니 중학교 다니는 아들과 딸이 그 책을 보자마자 얼른 가져가 열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인기가 있다니 책 쓴 사람으로서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더구나 출판계에서는 어떤 책이 잘 팔리려면 중학교 2학년이 재미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책이 바로 <청소년을 위한 사기>였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미리 정보를 알고 떠나는 여행과 같다
  
청소년을 위한 사기 책 표지
▲ 청소년을 위한 사기 청소년을 위한 사기 책 표지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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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왜 역사를 배우는 것인가?

역사란 결코 우리와 무관한 케케묵은 옛날얘기가 아니다. 어제 없이 오늘이 존재할 수 없고, 오늘 없이 내일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바로 지나온 역사의 산물이다. 역사를 아는 사람은 내일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된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역사상 발생한 사건만이 아니라 그 사건에 관계된 인물들의 내면적인 심리와 갈등 관계, 나아가 그들의 영광과 좌절이 교차되는 세상사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역사 인물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성장하게 된다면, 어려서부터 곧 인간의 본질과 한계 그리고 그러한 인간들로 구성되는 사회의 속성을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사회와 역사에 대하여 이미 상당히 인지(認知)한 상태에서의 삶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역사를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마치 여행지에 대하여 각종 정보를 숙지하고 떠나는 사람과 거의 알지 못한 채 떠나는 사람의 차이와 같이 그 출발선이 이미 서로 상이하게 되는 셈이다.

 '인간학' 교과서, <사기>

<한서(漢書)>의 저자 반고(班固)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에 대하여 "사마천의 문장은 공정하고, 그 역사 기록은 정확하며, 거짓으로 좋은 말을 지어내지 않고, 나쁜 일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하여 가히 실록이라 할 수 있다"라고 평가하였는데, 이는 사마천의 이러한 '실록정신'은 실로 그의 철저한 조사와 연구, 현지답사 그리고 비교 검토를 통하여 탄생할 수 있었다.

무릇 자신의 명성을 날리고자 하는 이유는 자신이 그 명예를 누리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사마천은 자신이 생전에 그 명성을 누리는 것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역사에 자신의 이름이 길이 남겨지지 못하는 것만을 한으로 여겼다. 그는 견디기 어려운 비통함을 비장미가 감도는 명문장으로 승화시켰고, 인생을 관조하는 지혜로써 역사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파악하여 가장 적확하게 묘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문장은 결코 권력에 억눌리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오로지 진실에 토대하여 자신의 영혼을 불살라 태움으로써 <사기>라는 절세의 명문(名文)을 창조해낸 것이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평생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들이 만드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하였다. <사기>는 그러한 문제 제기에 대한 사마천의 답인 셈이다. 그리하여 <사기>는 결국 인간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정밀하게 묘사한 '인간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1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태그:#청소년을 위한 사기,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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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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