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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란 늘 무겁게 다가오지만, 내게 이번 시험은 지금까지 본 시험 중 가장 무겁게 다가왔다. 그만큼 무거웠던 시험을 마치고 친구들과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통해 나눈 이야기 중 일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험이란 늘 무겁게 다가오지만, 내게 이번 시험은 지금까지 본 시험 중 가장 무겁게 다가왔다. 그만큼 무거웠던 시험을 마치고 친구들과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통해 나눈 이야기 중 일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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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기도의 고교 비평준화 지역에 거주하는 중학교 3학년이다. 시험이 끝난 다음날 밤, 친구들과 화상회의 앱 줌(zoom)을 이용해 이야기하며 밤을 새웠다.

일찍 잠자리에 든 친구도 있었지만, 나와 해 뜨는 것을 보고 잔 친구도 있었다. 시험 직후라서 그런지, 친구들과 일곱 시간 남짓 이야기 하는데 고등학교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1학기의 끝자락에 서 있는 우리는 고등학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깜깜하게만 보이는 고등학교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이번에 입시 제도가 바뀐 게 있는데, 우리 때 고교학점제(경기도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가 짜증난다. 고등학교를 생각하면 짜증 나고, 무섭고,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학원에서도 문제 하나 틀릴 때마다 '이거 틀리면 6등급'이라면서 겁주는 것이 무섭다. 저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든 간에 무섭다." 
"제발… 아… 너무 깜깜하다…."

학생들에게 고입의 목적은 대입인 경우가 많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 그중에서도 명문 대학에 가기 위해서 많은 학생이 공부의 기계가 된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도 한두 해 뒤에는 공부의 기계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학벌과 가방끈이 삶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입시는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친구가 학원에서 문제 하나 틀렸을 때 들었다는, "이거 틀리면 6등급"이라는 말은, 어쩌면 친구의 말처럼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말은 친구에게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등급도 등급이지만, 6등급이라는 단어 안에는 이대로라면 내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괜히 나도 문제를 풀지 못할 때마다 저 말이 떠오르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런 이야기가 비단 나와 내 친구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6등급이라는 단어가 아니더라도, 내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모두의 두려움이 아닐까.

또 다른 친구의 "제발… 아… 너무 깜깜하다…"라고 한 건 말 그대로 정말 앞이 깜깜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도 나도... 정말로, 정말로 앞이 깜깜하다. 고등학교가 눈앞에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는 2022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
뭔지도 모르겠는데... 내신 등급 걱정부터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들이, 특히 경기도의 중학교 3학년이라면 고교학점제에 관한 두려움도 클 것 같다. 고교학점제는 2025학년도부터 전국에서 시행되지만, 경기도의 경우에는 2022학년도부터 전면 시행하기 때문이다.

새롭고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제도를 내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접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고교학점제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여러 글도 읽어보고, 관련 홈페이지에도 방문해 보았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냥 '이런 것이구나' 하고 어렴풋이 짐작만 해 볼 뿐이다.

작년 말, 한 선생님께서도 고교학점제 이야기를 하시며 이런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해주셨지만 확실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은 내신 등급을 얻기 위해 몇몇 과목에 수강자 수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말씀해 주셨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고교학점제가 더 두렵게 다가온다. 분명한 것은, 고교학점제를 맞이하더라도, '내신 9등급제가 존재하는 한 우리의 삶은 변화하지 않겠구나' 하는 것이다. 

이 글은 고등학교에 대한 공포심을 확산시키고자 쓴 글이 아니다. 특정한 대안을 제시할 능력도 없으며, 그러한 의도로 쓴 글 역시 아니다. 그저 중학교 3학년이 느끼는 고등학교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글로 기록해 두고자 했다. 3년쯤 뒤에 이 글을 다시 읽는다면 어떤 감정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 정말 고등학교에 입학할 날이 머지 않았다. 한 주 정도 지나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한 달쯤 뒤에는 2학기를 맞이할 것이다. 많은 학생이 자신의 내신 점수와 가고자 하는 고등학교의 커트라인을 비교하며 머리 아파하는 날은 결국 오겠지. 시험에 머리 아파하고, 고등학교를 두려워하는 것도 삶이라면 삶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태그:#고등학교, #중학교, #중3, #입시, #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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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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