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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에 부착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벽보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월 23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에 부착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벽보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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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마음의 정리가 다 되어있지 못한 우리에게, 사실상 가장 큰 선거인 지방선거가 바로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오는 6월 1일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우리는 이날 전국에서 17명의 광역단체장, 226명의 기초단체장, 824명 정도의 광역의원, 2927명 정도의 기초의원, 17명의 교육감을 뽑는 어마어마하게 큰 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시민들은 지방선거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듯하다. 우리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많은 일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되기 일쑤인데 말이다.

이웃 도시에 좋은 공원이 많아서 부러웠다면, 밤길 걷다가 안전이 걱정되는 곳이 있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생활의 문제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보다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잘 뽑아서 일을 시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선거에 모두 정신이 팔려 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었다.

선거구 획정, 언제까지 미룰건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 처지에서는 2~3개월 후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미리 신경 쓸 필요는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투표하는 지역의 선거구가 선거 2개월여를 앞둔 지금까지 구역도 의원 정수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은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이미 한 달 전부터 시작되었다.

출마할 지역의 정확한 경계선도 알 수 없고, 몇 명이 선출되는 선거구인지 알지도 못한 채로 2개월 일주일밖에 남지 않는 선거에 출마해야 하는 기초의원 후보자의 관점에서 한국 지방선거의 문제점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이다. 애초 지방선거 6개월 전인 작년 12월 1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하도록 공직선거법으로 정해놓았으나(공직선거법 24조의3), 국회는 법정 시한을 넘기고 3개월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법을 위반하며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고 있어, 지방선거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앞서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은 선거 2~3개월 전에 결정되었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적 의무를 이토록 소홀히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반복되고야 마는 한국의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관련 기사: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그래서 될까 안될까 http://omn.kr/1xygt ).
 
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가결 중인 국회의원들 모습.
 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가결 중인 국회의원들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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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2006년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소수정당을 비롯한 여러 세력의 정치참여 확대로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함에 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이 거대양당은 기초의원 3~4인을 뽑는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잘게 쪼개어 중선거구제 도입의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를 전국 곳곳에서 자행했다.

서울시의회는 동대문구의 4인 선거구 3곳을 2인 선거구로 모두 분할했고, 인천시의회도 4인 선거구 8곳을 모두 2인 선거구로 바꿨다. 강원도 또한 춘천의 4인 선거구를 2개로 쪼갰으며, 대구에서도 4인 선거구 6곳을 모두 2인 선거구로 나눴고, 울산도 전북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났다.

2018년 3월 19일 당시 대구시의회는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위원회가 만든 획정안을 무시하고 기초의원 4인 선거구 6곳을 모두 2인 선거구 12곳으로 쪼갰다.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했지만, 시의회 78%를 차지한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은 4인 선거구를 모두 쪼개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대구시의회는 자유한국당 21명, 바른미래당 4명, 더불어민주당 1명, 대한애국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표결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다른 정당 시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대구시의회는 2006년 중선거구제가 도입된 이래 2006년, 2010년, 2018년 세 번의 지방선거에서 선거구획정 위원회의 획정안을 무시하고 4인 선거구 쪼개기를 해왔다.

이처럼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는 현행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로, 정치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이자 거대양당의 탐욕을 드러내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2018년 지방선거의 기억... 정치개혁 가로막는 게 누군가 

2018년의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당선자를 살펴보면 전국에 걸쳐 2926명의 기초의원 의석의 56%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4.5%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가져가서 거대양당이 90%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나머지 의석도 5.9%를 무소속 후보가 가져가고, 소수 정당인 민주평화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중당은 1%~0%대의 정당 지지율에도 턱없이 부족한 의석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불공정하며 주권자인 국민의 표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선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훼손한 거대 정당들의 횡포 때문이다.

이제 곧 선거구 획정을 해야만 하는 시한이 돌아오고 있다. 얼마 전 초박빙 대결의 대선 과정에서 1%라도 아쉬운 민주당이 뒤늦게 정치개혁과 다당제를 약속하는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주위의 시선은 싸늘했다. 과거에도 거대양당의 정치개혁 약속은 선거 시에만 반짝하고 드러났다가 다시 수그러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선거구 획정에서 우리는 민주당의 진심과 대한민국의 정치개혁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하나의 선거구에서 최소 3인의 기초의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정치개혁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는 기초의회 원리상 맞지 않는다는 억지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 기초의원을 2명씩 뽑는데도 선거구 면적이 넓어서 의원들이 주민의 삶을 밀착해 돌보기 어렵다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는 대통령선거 때 정의당, 국민의당과 어떻게든 해보려고 민주당이 던진 것이고 선거 전략으로 던진 카드를 실제 하자고 덤벼들면 어쩌냐는 등의 조롱도 들린다.

똑바로 아시라. 기초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주민의 삶만을 밀착해 돌보는 우리 동네만의 도우미가 아니다. 지역구를 포함한 자신이 속한 기초자치단체 전체 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을 살피고, 그 전체 주민을 대신하여 기초자치단체의 중요 사항을 최종 심의하고 결정하는 대리인이다.

6.1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부터 제대로 하라
 
정치는 시민들의 삶 가까이 다가왔다. 사진은 지난 4일 주한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정치는 시민들의 삶 가까이 다가왔다. 사진은 지난 4일 주한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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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양당 국회의원들에게 경고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2016년의 촛불혁명으로 정말 많이 바뀌었다. 정치가 시민들의 삶 가까이 다가왔다. 과거에 정치는 늘 가까이 있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무엇이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무엇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중앙무대의 화려한 조명에 시야가 가린 여의도 정치인들은 깨닫지 못하는 듯하지만, 대한민국은 지방자치의 시대로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시민의 입이 열릴 때 정치개혁의 시대적 과제에 뒤처진 거대 정당은 도태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볼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요구되는 오늘,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정당이 과연 그 자격이 있는 것인지. 그 첫 번째 시험대인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에서 국민들은 진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경고를 새겨듣기를 바란다. 6.1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부터 제대로 하라. 4년 전 자행했던 선거구 쪼개기 횡포를 또다시 재현한다면 이제는 시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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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의당 성남시위원회 위원장 현) 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 보좌관 현) 선거제도개혁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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