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산불 3단계'와 산불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소방청은 5월 31일 발령한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6월 2일 '2호'로 격상했습니다.
피해 영향 구역은 2일 오전 9시 기준 676ha로 축구장 946개 크기에 달합니다. 다행히 인명이나 가옥 피해는 없지만 밀양시와 시민들은 산불재난으로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더 큰 피해 없이 신속한 완전 진화를 기대합니다.
이번 밀양 산불은 유례 없는 여름철 대형 산불입니다. 정부가 지난 1986년부터 산불을 기록한 이래 6월에 대형 산불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화마에 휩싸인 밀양은 30도를 훌쩍 웃돌며 이미 여름에 접어든 기온은 보였습니다. 올해 5월 밀양 강수량은 평년 106.7㎜에 훨씬 못 미치는 3.3㎜입니다. 평년 대비 3% 수준에 불과합니다. 5월 내내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동안 비가 내린 양이 174mm, 예년에 비하면 46%에 그칩니다. 고온건조한 대기에 여름철 산불재난은 정부도 시민들도 처음 마주하는 상황입니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면 산불이 끝난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동안 한시적인 산불 대응을 해 온 정부 정책에 새로운 과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밀양 산불 3일 차 현재, 산림청의 산림항공헬기는 가동율이 50% 미만입니다. 항공법의 기준에 따라 각 헬기는 사용일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산불 진화에 투입할 헬기가 부족한 물리적, 정책적 상황을 맞닥뜨린 것입니다.
시도와 시군의 임차헬기도 바닥이 났습니다. 산불비상 대책 기간에 계약한 민간 헬기 운영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시군의 산불진화 인력도 5월 31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더 이상 투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산불재난 대응 시스템은 봄철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산불은 겨울부터 봄을 거쳐서 여름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6일 영덕 산불 이래 이번 밀양 산불까지 올 들어 대형 산불 10개가 이어졌습니다. 한겨울 영하 10도의 영덕 산불부터 초유의 울진삼척 산불을 거쳐서 여름으로 접어든 밀양 산불까지 우리는 이제 연중 산불이라는 재난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대형 산불은 기후위기의 증거나 다름없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기후위기는 에너지전환을 통한 탄소 대응이라는 '감축'과 재해재난과 생물다양성 대응이라는 '적응'으로 집약됩니다. 정부는 산불을 비롯한 기후위기 재해재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봄철만이 아닌 연중 기후위기 재난 차원에서 산불을 대비해야 합니다. 산불 예방과 진화에 관한 법을 만들고, 상시 산불에 대비할 수 있는 본격적인 조직과 시스템도 현실화해야 합니다. 산불이 터졌다 하면 마음 졸이며 피해를 걱정하는 마을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도 촘촘히 만들어야 합니다.
기후변화는 지구적 위기입니다. 국경도 없고 정부와 시민도 예외가 없습니다. 위기를 위기답게 받아들이고 적응에 나서야 합니다. 기후위기 적응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생존을 위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