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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조선시대의 대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은 주자학의 대가이자 노론의 영수이며, 우리나라에서 '-자'(子)를 붙인 유일한 학자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송자대전>이 있다. 그는 수백 명의 후학을 가르쳤는데 이로 인해 당대 뿐 아니라 훗날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송시열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는 지금까지도 여러 개가 남아있다.

다음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송시열 초상의 일부로, 원 그림은 두 손을 앞으로 모아 포개어 잡은 공수(拱手) 자세를 한 채 서 있는 모습의 입상이다. 깊이 감싸는 형태로 흰 옷에 검은 선을 두른 심의(深衣)를 입고, 머리에는 검은 천으로 만든 관모인 복건을 쓰고 있다. 뭉툭하고 큰 주먹코, 귓불이 길게 늘어진 귀, 주름이 많고 짙은 피부와 풍성한 수염이 특징적이다.
 
세로 124.2 * 가로 52.1cm
▲ 송시열 초상(일부) 세로 124.2 * 가로 52.1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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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83세에 사약을 받고 죽는다. 사약은 '죽을 사(死)'가 아닌 '주다, 하사하다, 은혜를 베푼다'는 뜻을 가진 '줄 사(賜)'를 사용하는데, 임금이 내리는 약이란 의미이다.

송시열은 이러한 사약을 먹고 시간이 흘러도 죽지 않아 여러 번에 걸쳐 많은 양을 마시고 나서야 겨우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약을 구성하는 약재나 성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약을 먹고 불을 지핀 방에 가둬 죽이는데 고열에 시달리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보아 부자 등 몸을 덥히는 한약재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독이 있는 남성, 중금속인 비소와 수은 등이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송시열이 사약을 먹고도 쉽게 죽지 않은 것은 이미 치료 목적으로 중금속인 비소(As)를 복용한 적이 있어 내성이 있었다는 설도 있고, 사약에 들어간 한약재인 부자와 남성이 그의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삼류화비소(As2S3)를 주성분으로 하는 광석인 웅황은 가래를 삭이며 기생충을 없애고 독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악성 종기나 부스럼 등의 질환에 사용했다. 동의보감에서 소개하고 있는 우황청심원의 처방 속에도 웅황이 포함되어 있다.

웅황(비소)은 살균 해독 작용이 있는데 송시열의 몸에 이미 독이 쌓여 있었다면 웅황이라는 약재 자체에 독성이 있다 하더라도, 웅황의 해독 작용이 더 강하게 몸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말이다. 웅황 독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몸 속의 독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일화가 있다. 송시열이 소변을 약으로 오랜 기간 먹었는데 그 소변독으로 몸에 문제가 생기자 치료를 위해 비소를 먹고 나았던 과거가 있다(어린 아이의 소변을 약이 된다고 먹는 일이 종종 있었다). 소위 '독으로 독을 치료한다'는 이독치독(以毒治毒 독을 없애기 위하여 다른 독을 사용함. 약물이 지닌 독성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원리)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 몸이 찬 사람에게 정말 좋은 약재
 
부자
 부자
ⓒ 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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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자는 몸이 찬 사람에게 정말 좋은 약재인데, 이 역시 송시열이 양기(陽氣)가 적고 몸이 찬 체질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어릴 때는 양기가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양의 기운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미 80대 노인인 송시열에게 부자는 독이 아닌 약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이다. 여러 번 사약을 먹고도 바로 죽지 않은 이유다. 

부자는 오두의 뿌리를 건조시켜 만든 약재로 성질이 뜨거워 몸의 양기를 회복시키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저린 관절염의 통증을 없애는 데에도 좋다. 다시 말해 몸에 찬 기운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그야말로 약이 되는 한약재이다.

부자를 한의원에서 사용할 때는 주로 법제한 것을 사용하는데, 법제는 약재를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공 처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소금을 사용하여 처리하는 염鹽부자, 강한 불로 볶는 포炮부자 등이 있다. 법제는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약효를 변화시키거나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도 할 수 있다.

이처럼 똑같은 약재라 하더라도 어떤 처리를 했는가, 어떤 사람이 복용했는가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송시열의 체질이나 그가 갖고 있던 질병, 증상에 부자와 비소 같은 약이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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