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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연장·휴일근로를 통상적·관행적으로 하지 않던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지침에 따라 추가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했다면 이를 정상적 기업 운영을 저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현대로템 노조 간부 A씨 등 6명의 상고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연장·휴일근로의 집단적 거부가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동자의 동의 방식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관행과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 등은 2013년 단체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노조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방산부서 소속 조합원 350여명이 포함된 쟁의행위를 결정·실행한 혐의 등을 받았다.

쟁의대책위 결정에 따라 현대로템 노동자들은 그해 7∼9월 모두 41회에 걸쳐 부분 파업과 연장근로 거부, 휴일특근 거부에 나섰다.

문제는 현대로템이 방위사업법에 의해 주요 방위사업체로 지정된 업체라는 점이다.

현행 노동조합법 41조 2항은 방위사업법으로 지정된 주요 방위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전력, 용수, 주요 방산물자 생산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연장·휴일근로 거부가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쟁의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2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대로템 노동자들의 '준법투쟁'이 쟁의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노동조합법이 애초에 쟁의행위의 목적·방법·절차가 법령이나 사회 질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고 조합원은 노조에 의해 주도된 쟁의행위만 할 수 있다는 등의 제한을 걸어두고 있다는 점과 헌법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 이유 등을 고려하면, 연장·휴일근로 거부를 무조건 쟁의행위로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현대로템의 노사 단체협약에는 노조의 사전 동의를 얻어 연장·휴일근로를 실시하되 노동자가 연장·휴일근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연장근로는 당일 아침에, 휴일근로는 통상 이틀 전에 중간 관리자를 통해 신청자를 받는 방식으로 그때그때 해온 점을 볼 때 연장·휴일근로가 통상적·관행적인 노동 형태라고 볼 수는 없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단체협상 기간에 노조 지침에 따라 연장·휴일근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방산물자 생산부서 조합원들이 통상적인 연장근로·휴일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쟁의행위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쟁의행위를 전제로 공동정범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다만 "모든 형태의 준법투쟁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에 해당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시된 기준에 따라 쟁의행위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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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방산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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