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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팀플레이'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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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회생활이란 게 뭔지 생각해 본다. 남들 비위를 맞춰주고 눈치 있게 행동하며 본심과 상관없이 나를 굽히는 것, 이쯤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는 걸 아는데 아무도 힘든 티를 안 낸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그렇게 화목하고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

퇴사한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조우리 작가의 <팀플레이>를 보면 너도 나도 피해자인 사회생활이 그려진다. 먼저 첫 번째 단편소설 '언니의 일'에는 언니라는 역할에 익숙한 은희가 등장한다. 그녀는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상대는 대뜸 "언니"라고 불렀고 은희는 자기도 모르게 "응"이라고 대꾸한다. 그러자 상대는 이렇게 묻는다. "내가 저번에 이야기했던 거 말이야, 혹시 어떻게 됐어?"

이후 다음에 다시 전화를 받았을 때 상대는 지난 실수를 인정하고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은희가 전에 일하던 회사의 막내 다정이었다. 다행히 은희는 다정의 말을 듣고 다정을 기억해 냈고 "근데 누구세요?"라고 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상대를 모르는데 상대는 나를 알 때, 그리고 상대의 태도가 자연스러울 때 우리는 온 신경을 세워 기억을 떠올리려 애쓴다.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가 "언니"라고 부르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응"이라고 대답하는 은희처럼 우리는 각자 맡은 역할에 익숙하다. 상대의 생김새도 못 본 채 목소리만으로 다정의 정체를 유추하는 은희의 모습은 애잔하면서도 실소가 나오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특히 존댓말이 있는 한국어 화자로서 이런 상황에서는 반말과 존댓말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구사해야 하는 고충을 겪는다. 왜 우리는 "근데 절 어떻게 아세요?"라는 질문도 편하게 하지 못하는 걸까?

은희에게는 다정의 전화번호가 없었다. 회사 다니던 시절 얼마나 은희가 다정을 챙겨줬든 은희에게 다정은 딱 그 정도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정의 호출에 은희는 곧장 언니로 복귀했다. 그녀는 오랜만의 재회를 만들려 역시 직장 동료였던 세진에게 연락한다. 은희가 다정을 기억하는지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당연히 기억하죠. 10년 만에 듣는 이름이긴 해도, 잊기는 어렵죠. 우리가 함께 겪었던 일들이 있는데."

세 사람은 최악의 상사 오 차장 밑에서 함께 버틴 동지였다. 세진은 몇 년 전 은희의 생일에 명품 브랜드 향수 교환권을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은희는 편한 마음으로 세진이 곧 영국으로 떠난다고 하니 셋이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세진의 반응이 이상했다.

"양다정씨가 영국에 가기 전에 언니랑 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거죠?"

은희는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한 건지 불안했지만 세진이 막상 만남을 거절하지는 않아서 셋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재회한다. 은희는 세진과 다정 사이 미묘한 신경전을 목격하고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셋이 대화를 나눌수록 은희는 자신의 기억에 의심을 품는다. 다정은 오 차장을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했던 세진까지 다정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과거 은희는 오 차장과 세진, 셋이서 일머리 없는 다정을 흉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은희는 오 차장의 레이더에서 벗어난 걸 안심했다. 퇴사한 동기 대신 다정을 오 차장의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자신은 안정권으로 물러난 것이다. 그러면서 뒤에서 다정을 남몰래 챙겨준 것으로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냈다.

은희는 회사를 나오고 십 년 뒤에야 셋이 더없는 동지였다는 것이 착각임을 깨닫는다. 세진은 은희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셋이 한 자리에 부를 생각을 했냐고 화내면서 언니도 걔랑 한패냐고 물었다. 그 뒤 은희는 영문도 모른 채 세진에게 번호를 차단당했다.

원래 자매 사이 호칭인 언니는 참 살가운 말이다. 하지만 은희가 받아들인 언니라는 자리는 사회생활에서 파생되었다. 더없이 살가운 호칭을 쓰면서 다정과 세진은 본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은희가 '언니의 일'을 해냈다면 그들은 '동생의 일'을 해냈을 것이다. 은희에게 언니 대접을 하며 자신을 소모했을 것이다.

모든 회사원의 꿈은 퇴사라는 말이 있다. 오 차장, 은희, 다정, 세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꿈을 심어줬을 것이다. 잔인하지만 사회생활이란 내가 너의 일이 되고 네가 나의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서로 버티는 사회생활

세 번째 단편소설 '우산의 일' 역시 회사원의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다. 대리인 희진은 팀의 막내이자 인턴인 지우의 실수를 대신 수습해주고 그녀를 카페로 데려간다. 지우는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를 골랐는데 마침 그 메뉴가 품절이었다. 실망한 지우는 끝까지 다른 음료를 먹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풀죽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희진은 다른 카페까지 가서 그 음료를 사준다.

대화를 나누다가 지우는 오 년이나 한 회사에서 일한 희진을 대단하다고 치켜세웠고 기분의 좋아진 희진은 지우에게 점심을 사주겠다고 제안한다. 지우는 한참이나 걸어가야 하는, 게다가 인기가 좋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식당에 가고 싶다고 대답한다.

식사가 끝난 뒤 희진은 지우에게 법인카드를 주며 사무용품점에 가서 카트리지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회의 준비는 본래 인턴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우는 뜻밖이라는 듯 "제가요?"하고 묻는다. 희진이 자신의 실수를 수습해준 김에 끝까지 회의 준비를 마무리할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지우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희진이 건넨 법인카드를 받아든다.

희진은 지우가 보이는 일련의 태도가 썩 이해가지 않았지만 애써 그녀를 이해하려 애썼다. 과거 희진의 사수는 "이해가 안 되네"라는 말을 자주 하며 희진을 기죽였기 때문이다. 희진은 그와 같은 상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심부름을 간 지우가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전화를 걸었을 때 피식 웃고 말았다. 지우가 본인 자리로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겨우 끝자리 하나 다른 희진의 내선 전화를 몰랐다. 희진은 지우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과연 지우가 그 노력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중요한 것은 '희진이 막내였을 때 얼마나 지우와 달랐는가'이다. 사수가 희진에게 밥을 사주었을 때 사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희진 씨는 천천히 드시는 편인가 봐요?" 희진은 맞은 편 손님을 관찰하는 데 정신이 팔려 천천히 먹는 게 건강에 좋다고 대꾸했다. 사수는 식사를 끝낸 뒤였지만 희진은 꿋꿋하게 먹는 속도를 유지했다. 그리고 사수가 계산서를 집어 들고 "제가 살게요"라고 말할 때까지 내버려두었다. 아마 사수는 그런 희진이 이해가 안 되었을 것이다.

희진이 사수와 식사할 때 밖에는 비가 내렸다. 맞은편 손님의 우산을 다른 사람이 뽑아가는 것을 본 희진은 과연 맞은편 손님이 우산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 한다. 그런데 그는 자연스럽게 희진의 우산을 뽑아갔다. 남의 우산을 고민 없이 가져가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는 그렇게 돌고 돌았다.

사수와 신입의 끊임없는 굴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나에게만 해당할 뿐 그것을 무시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사회생활은 우리 모두 당연하게 여기는 범위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서로를 견디며 버티는 것에 가깝다.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그 와중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노력이 나와 상대방을 더 못 견디게 하는 건 아닐까?

팀플레이

조우리 (지은이), 자음과모음(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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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해지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달라지는 것에 겁을 먹는 이중 심리 때문에 매일 시름 겨운 거사(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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