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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구에 온 건 제가 지금 있는 칠곡 지천면 신동리까지 오라고 하기는 죄송스러워서 그랬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4일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대구를 택한 의미를 묻는 말에 그는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연설문을 읽는 동안에 '대구'만 38번을 언급했다. 장소 선택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이 전 대표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이유다. 

당 주도권 장악을 위해서 필요한 TK 헤게모니, 전면전 시작?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방식으로 지역 당원들과 시민들을 만났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방식으로 지역 당원들과 시민들을 만났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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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이날 행보를 두고 당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북에 기반을 둔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당 장악을 위해 TK(대구·경북) 헤게모니를 가져오고자 하는 의도라는 점에 동의한다. TK가 우리 당의 뿌리 아니겠나."

이 전 대표의 연설문 내용과 시기, 장소 등을 종합했을 때 대체로 당 장악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영남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성 지지층이 대구·경북 지역에 몰려있다. 바꿔 말해,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선 TK의 지지 확보가 필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27일 경북 칠곡에 조성된 선산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27일 경북 칠곡에 조성된 선산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다.
ⓒ 이준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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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이 전 대표는 TK 지역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이 전 대표는 칠곡의 조상 선산을 찾은 뒤 쭉 칠곡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저희 집안은 경북 칠곡 왜관에서 500년째 살아온 집안"이라고 연고를 강조했다. 이날 대구를 택한 것 역시 TK 공략이라는 맥락에서 풀이된다.

서진정책을 주창하던 이 전 대표의 TK 집중 공략 행보의 의도를 미뤄봤을 때, 이 대표는 당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전면전에 나설 결심을 굳힌 듯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의 한 대목은 대구 민심을 '내 편'으로 만드려는 의중이 묻어났다.

"대구시민은 항상 보수정당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 하지만 그것은 정당이 바르게 가고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이 버팀목을 믿고 무리수를 두는 것에 동조하고 호가호위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거다.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하려 드는 그런 행태에 대구의 의원들이 그 앞줄에 서 있다면 대구시민들께서 준엄하게 꾸짖어 주시라. 그리고 고쳐 쓰지 못한다면 바꿔 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들에게 심어주시라."

신당 창당 가능성에 재차 선긋기... "창당의 영광은 그들께"

이 전 대표는 이날 신당 창당 가능성에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그는 창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넘어 "창당의 영광은 그들에게 남겨두겠다"라고 말했다. 당을 떠날 사람들은 '윤핵관'들 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의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기자 : "당내에서 추가 징계를 한다고 하는데, 출당이 되면 새 당을 만들 수도 있나?"
이준석 : "누차 말하지만 제가 창당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무리수 두는 사람들이 더 이상 둘 무리수 없을 때 창당할 거라 생각한다. 창당의 영광은 그들께 남겨두겠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면서 당내 설 자리를 잃었다.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인용이 있었지만, 당은 '새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양두구육'·'신군부' 등의 발언을 문제 삼아 당 윤리위는 추가 징계를 시사했다. 이 전 대표가 자칫하면 당적을 박탈당할 상황에 처하면서 신당 창당설까지 나돌았다.

이 전 대표의 TK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앞서 경북에 기반을 둔 의원은 "아마 영남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가 칠곡 사람인 걸 모르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지지세가 있다는 점, 세대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전제로 했을 때 인물 면에서 유력한 정치인과 비교해서도 TK 지역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계열의 반란? 당 주도권 확보 가능할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방식으로 지역 당원들과 시민들을 만났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방식으로 지역 당원들과 시민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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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혼자가 아닌 세력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전날인 지난 3일 이 전 대표와 함께 '바른정당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토크콘서트에서 "전당대회에서 아군을 만들어 당을 장악해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유승민 전 의원을 여러 차례 언급한 뒤 두둔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이 말은 모두에게 뼈저리게 와닿는 이야기"라며 "1만 원을 벌면 3000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리고자 했던 대구 출신 정치인을 배신자에 간신으로 몰았던 그 광기에는 이성과 논리보다는 절대자에 대한 맹종만 있었고, 집단이 잘 돼야 한다는 전체주의적인 논리만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친윤(친윤석열)계 국민의힘 의원은 "'유승민계' 몇 명이 있다. 그들끼리 이제 뭘 해보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현"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는 당 주도권 장악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TK는 배신을 싫어한다. 배신의 아이콘을 버려야 대구 민심을 끌어올 수 있다. 민심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민심을 가져가겠다는 건 한마디로 정신 나간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제 이 전 대표는 도와주고 싶어도 스스로 너무 깊은 무덤을 팠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본인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되돌아볼 기회가 올 거다. 이번 기자회견이 얼마나 폭발력을 갖고 민심을 끌고 올 수 있을지는 시간이 보여줄 것이다."

지지자들 성원에 울컥... 윤 대통령 겨냥 "모든 것은 부메랑"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준비해온 연설문을 읽는 33분 동안에만 19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기자회견 장소였던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엔 지지자 700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이 전 대표는 열화와 같은 성원에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는 중간중간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와의 갈등 상황을 추후 후회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 후회할지 예단하고 싶지 않고 후회할지 아닐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라면서 "왜냐면 모든 것은 부메랑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발언과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PK(부·울·경)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물론 이 전 대표가 서운하고 섭섭한 거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면 뭐가 되겠느냐"라며 "또 다른 분열로 이어진다면 과연 그게 국민들이 동의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쨌든 당 대표였지 않느냐. 감정이 많이 개입된 (기자회견) 내용이 아쉽다"라며 "당원들에게 조금은 희망의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는데, 특히 국민들이 우리 당을 얼마나 손가락질하겠느냐"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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