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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기자말]
작약은 결혼식 부케로, 특히 봄에 많이 사용하는 꽃이다. 줄기는 여러 개가 한 포기에서 나오며, 꽃은 5∼6월에 줄기 끝에 1개가 핀다. 큰 꽃은 지름이 10cm나 되며, 붉은색 · 흰색 등 다양하다. 꽃잎은 기본종이 8~13개이고 계란형이며 길이는 5cm 정도이다.
 
작약(좌)/모란(우)
 작약(좌)/모란(우)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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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름다워 원예용으로 쓰며, 재배 역사는 모란보다 오래 되었다. 보통 작약을 '피오니'라고 부르는데, peony(=paeony)에는 모란이란 뜻도 있다. 모란과 작약은 모두 작약과 작약속에 해당된다. 다만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에 속하기 때문에, 모란을 tree peony(목작약)라고도 부른다.

피오니(paeony)는 그리스신화에서 이 식물을 약용으로 최초 사용한 파이온(Paeon)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파이온은 약초를 이용해 신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신들의 의사'이다. 올림포스 신들이 아무리 불멸의 존재라 해도 그들이 다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의 화살에 어깨를 다친 하데스, 디오메데스(아르고스 왕)의 창에 아랫배를 찔린 전쟁의 신 아레스도 파이온에게 치료를 받았다. 파이온은 상처에 고통을 멎게 하는 약초를 붙여 치료하는데, 이때 사용한 약초가 작약이다. 
 
에두아르 마네, 1864~, 캔버스에 유화, 59.4x35.2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베르타 베그먼, 1906년, 73x51cm, 개인 소장
▲ (좌) Peonies / (우) 꽃병에 아이리스와 피오니가 있는 정물 에두아르 마네, 1864~, 캔버스에 유화, 59.4x35.2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베르타 베그먼, 1906년, 73x51cm, 개인 소장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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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에두아르 마네(1832~1883)가 그린 피오니 그림이다. 프랑스의 화가인 마네는 근대회화의 선구자이자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린다.

피오니는 모란, 작약이란 두 가지 뜻을 모두 가지므로 이 그림의 제목 역시 자료에 따라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마네의 그림 속 피오니는 보통 모란으로 해석한다. 마네가 모란을 좋아했으며, 젠빌리에의 정원에서도 모란을 키웠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젠빌리에는 파리 중심부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교외의 소도시이다. 마네의 할아버지가 이곳의 시장을 역임했으며 마네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덕분에 모네를 비롯하여 세잔, 르누아르, 반 고흐 등 인상주의 화가들이 찾아와 그림을 그린 곳으로 유명하다.

오른쪽은 베르타 베그먼(1847~1926)의 작품이다.  덴마크 초상화 화가인 그녀는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의장을 맡은 최초의 여성이기도 하다. 꽃병에 꽂힌 아이리스와 피오니를 그린 그림으로, 아이리스는 일반적으로 붓꽃을 뜻한다.
 
조선시대, 비단에 채색, 172x56cm / 전 허난설헌, 16세기, 종이에 채색, 99.7x48.8cm
▲ (좌) 책거리 / (우) 작약도 조선시대, 비단에 채색, 172x56cm / 전 허난설헌, 16세기, 종이에 채색, 99.7x48.8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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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책거리(부분)에 있는 작약 그림이다. 책거리는 '책가도'라고도 하는데, '책가'는 책을 놓는 시렁(긴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든 것)을 뜻한다. 조선 후기에는 이렇게 책과 여러 기물들을 함께 그린 책거리도가 유행하였다.

오른쪽은 허난설헌(1563~1589)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작약도>이다. 난설헌은 조선 중기 선조 때의 시인으로,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누나이기도 하다. 
 
작약
 작약
ⓒ 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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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은 가을에 뿌리를 캐서 깨끗이 씻고 끓는 물에 넣어 잠깐 삶아 내어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맛은 쓰고 시며 성질은 약간 차다. 혈액을 풍부하게 하고, 땀을 멎게 하며 지혈하는 작용이 있다. 월경이 많거나 부정자궁출혈 같은 부인과 질환이나 식은땀, 저절로 땀이 나는 데 활용한다.

약리 실험 결과 진정 · 진통 · 진경 작용 및 해열 · 소염 · 항균 작용이 있다. 복부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어 위장 경련으로 인한 복통에 좋다. 가슴과 옆구리 통증, 팔다리가 오그라들며 아픈 데, 신경통, 류머티스성 관절염,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데, 생리통 등 다양한 통증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약재를 그대로 쓰는 생용(生用)은 두통, 어지럼증, 이명 등의 증상에 적당하다. 볶아서 쓰는 초용(炒用)은 약재의 성질이 순해져서 혈(血)을 길러주고 음(陰)을 안으로 모아주어, 혈액의 부족으로 생기는 월경 장애나 심신이 약해져서 땀을 흘릴 때 좋다. 주초(酒炒 약재를 술에 적셔서 볶는 것)는 속을 조화롭게 하여 급박한 것을 이완시키는 효능이 있어 복통이나 가슴과 옆구리, 허리가 아픈 병증에 효과적이다. 

또한 작약을 사용할 때는 몸이 차고 허약하면서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경우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태그:#작약, #작약꽃, #피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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