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제 7차 글로벌 펀드(Global Fund) 재정공약회의 행사에 참여했다. 그 후, 이른바 '비속어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해명이 있었는데, 본질적 문제에 대한 사과도 없고 대통령 발언에 대한 확인도 없던 이 해명 내용 자체도 논란이었지만 필자의 귓가를 때린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 회의가 "한국 등이 저개발국가 질병퇴출을 위한 재정 기여금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라는 초반의 배경 설명이다.

먼저 놀랐던 건 "저개발국"라는 표현이다. 요즘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발전 및 부흥을 하고 있는 상태의 나라라는 뜻의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 신흥경제(emerging economies)라는 표현을 쓰지 "저개발국"과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다. 개발이 뒤쳐진 '낮은' 상태를 확정하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바꾸어 말해 우리보다 경제력이 앞선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향해 "저개발국"과 같은 표현을 쓴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동 분야에서는 시혜적인 관점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필자가 10여 년 전 브루킹스 연구소와 2011년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 기념책을 집필할 때, 그리고 국무총리실 odakorea 플랫폼의 첫 콘텐츠를 작성할 때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했었다. "원조"를 "개발협력"으로 표현하고, "수혜국" 대신 "파트너 국가" 등으로 용어를 전환하는 추세를 따랐다. 그런데 2022년 공식 브리핑에서 이같이 동등한 표현은 아니더라도 "저개발국"이라는 사양화된 단어를 쓰는 것은 개발협력에 대한 이해나 감수성이 다소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짚어봐야 할 건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 공여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습니다"라는 부분이다. 미국과의 협상 기회를 얻기 위해 우리나라 개발협력 재정을 보건, 특히 글로벌펀드라는 협소한 분야에 편중되게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들게 했다. 글로벌펀드 기여금을 확대하기에 앞서, 국제빈곤감소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예산 분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카드라는 장기적 효과는 좀 더 지켜 보아야 하겠지만, 외교무대에서의 직접적인 효과는 불분명해 보였다.

반면 연설 후 치뤄야 할 비용인 '3년간 1억 달러'(약 1409억 원)는 내년 ODA 예산 4조5450억 원의 3%에 가까운 규모이고 이는 앞으로 3년간 지원 규모를 지금의 네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 재원은 정부 출연과 국제선탑승객이 내는 조세저항이 적은 출국납부금이지만, 감염병, 물가, 환율로 인한 해외 여행 감소 등의 요인과 공약한 예산의 증가로 국회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글로벌 국제질병퇴치 사업에 233억 원이 편성되어 있는데, 이 예산으로 글로벌펀드 뿐아니라 세계백신면역연합 등에도 기부를 해야 하므로 예산 증가가 적어도 600~700억 원은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ODA 예산을 경제 수준에 맞게 늘려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도적 책무를 다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전 지구적 빈곤 감축의 큰 그림에 어떻게 기여할지 질적인 면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300여 개가 넘는 국제기구 중 어떤 기구를 지원하고 어떤 분야에 얼마나 예산을 편성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펀드와 세계백신면역연합은 수직적 펀드(Vertical Fund)로 불리는데, 특정 분야(예: HIV/AIDS)에 초점을 맞추어 지원한다. 따라서 각 국가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지원을 제공하는 수평적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 수직적 펀드는 기존의 관료주의적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고 성과중심적이라는 게 장점이나, 국제개발협력을 분절화시키고 파트너 국가의 행정비용을 증가시키며, 좁은 분야적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분야의 재원을 쓰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한 국가 빈곤은 다차원적,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한정된 재원 하에서 단기간에 성과 측정이 가능한 보건분야 특정 질병에 대한 막대한 자금 투입은 단기간 성과 측정이 어려운 농업과 같은 타 분야의 재원을 축소시키고 분야 간 개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현재 뉴저지 주립대 (Rutgers)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인 정우진이라고 합니다. 연구 분야는 국제빈곤, 개발협력, 사회복지정책입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및 AI를 활용한 개도국의 빈곤 취약성 분석, 사회복지 사각지대 해소, 국제개발협력 관련 이슈, 포용/다양성/평등, 한미관계에 대한 기고를 하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빈곤과 원조를 다루는 시각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