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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를 사랑하는 스물아홉살 서산댁 김영주 씨
 파충류를 사랑하는 스물아홉살 서산댁 김영주 씨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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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년 차 서울내기 김영주씨, 사랑하는 남편과 24개월 딸 라엘이가 있다. 그녀의 밤은 누구보다 길다. 아기를 잠재우고 살며시 들어가는 작은방은 그녀의 또 다른 세계를 선물해 준다.

"늦은 밤까지 머무는 공간이 바로 여기에요. 이곳에는 약 50여 마리의 파충류들이 살고 있죠. 낮에는 시간이 없어 아이들(파충류)을 잘 챙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른 아침과 밤에 도마뱀, 뱀, 밀웜 등을 보살펴요. 그리고 유튜브 '안도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이것 또한 늦은 밤에나 할 수 있어요."

그녀는 필자의 며느리인데, 나를 부를 땐 어머니 대신 엄마라고 부른다. 전형적인 요즘 새댁이지만 사는 방법은 또 억척스러운 부분이 있다. 워낙 이색적이라 먼저 인터뷰 요청을 하자 쿨하게 승낙해줬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고부간이라기보다는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서 진행됐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육아를 책임지며 부딪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털어놨다.

서산댁이 되기까지

그림을 잘 그렸다는 영주는 중국 하얼빈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난 후 미래를 꿈꾸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 어쩔 수 없는 형편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버렸다.

영주는 이후, 그림을 포기하고 집 근처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미련은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도 했다. 메이크업과 함께 속눈썹 연장술 등 美에 관한 것이라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물론 출근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은 상태로.

"그다지 즐거울 것도 없는 그때 사랑하는 오빠를 만났어요. 우리는 매일 통화를 했고, 시간만 나면 오빠가 서울로 오든, 제가 서산으로 내려가든 그렇게 만났어요. 물론 여러 번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워낙 대화가 잘 통해서 금방 풀어지기도 했죠. 어느날 엄마(기자를 두고 하는 말)께서 결혼을 하래요. 솔직히 너무 놀랐지만 시댁이 너무 좋아 바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사귀던 영주는 25살 9월, 두 살 많은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고, 영주는 서산 예천동으로 시집을 왔다.
 
영주씨의 손은 파충류라면 그 어떤 것들도 스스럼없이 만질수 있다.
▲ 자신이 키우는 뱀을 들고 있는 영주씨 영주씨의 손은 파충류라면 그 어떤 것들도 스스럼없이 만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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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관련 자격증 다수.... 하지만 높은 취업 문턱

"막상 서산으로 오긴 했는데 할 것이 없더라구요.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일하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로 하곤 동물에 관련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답니다. 동물은 어릴 때부터 너무너무 좋아하는 친구였거든요."

동물에 관련된 자격증만도 여러 개인 영주씨. 애견미용사자격증, 애견훈련사자격증, 반려동물수제간식전문가자격증, 장례지도사자격증, 동물매개심리상담사자격증 등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친정이 서울이다 보니 거의 서울로 자주 올라갔어요. 그래도 남편이 이해해 줬으니 가능했죠. 하긴, 그때는 아기가 없었어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서산에서 애견계통 일자리를 찾기는 그림의 떡이었다는 영주. 결국 그녀는 펫 관련 일을 집에서 하다 임신을 하게 됐다.

"임신하면 털이 좋지 않다고 어른들이 얘기하셔서 망설이다 접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파충류죠. 털이 없잖아요. 아기를 키우면서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고요."

24시간 플러스 알파의 하루

"파충류 공부는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마력이 있었어요. 책을 사다 읽고,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하나하나 메모해 나가기 시작했죠. 아무래도 동물 관련해서는 워낙 관심이 많아 금방 와닿더라고요. 또 원래도 파충류를 엄청 좋아하고 있었구요."

아파트 방 한 칸을 파충류 아파트로 만들었다. 파충류(뱀, 도마뱀) 먹이를 위해 귀뚜라미와 밀웜을 키웠다. 조금씩 분양도 했던 영주씨. 하지만 귀뚜라미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는 출근해야 하는 그를 위해 지금은 (귀뚜라미)키우지 않는다.

"우리 오빠요? 파충류를 좋아하죠 당연히. 처음엔 기겁을 했지만요(웃음). 여전히 만지지는 못해요. 그래도 옆에 앉아서 신기한 듯 구경해줘요. 우리 딸은 너무 어려서 만지지 못하게 해요. 손에 힘 조절을 못 하니까요. 그래서 파충류 방은 금딸구역이랍니다(웃음)."

파충류는 주로 라엘이가 잠들고 난 후 늦은 밤에 청소를 해주고 밥을 챙겨 먹인다는 그녀. 늦은 잠자리에 들지만 그럼에도 이튿날 아침이면 파충류에 남편 출근시키기, 아이 어린이집 보내기 등등 빠듯한 아침을 맞는다.
 
딸 라이엘와 함께 하루를 즐기는 김영주씨.
 딸 라이엘와 함께 하루를 즐기는 김영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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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로서의 직장생활은 한계가 분명 있어"

"원래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었지만 병원은 저녁 6시 이후까지, 또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니 저같이 아이 엄마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꿔요. 포기했죠. 지금은 카페에서 알바하고 있어요."

영주는 현재 서산 호수공원에 있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가장 힘든 것이 뭐냐고 묻자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남편 혼자 벌어서는 힘들어요. 우리처럼 젊은 엄마들이 사회로 나올 때는 주로 생계형으로 나오지 않겠어요. 때로는 사람과의 갈등으로 속상한 일이 있어도 스스로 마음 비우며 일해야 하는 게 힘들죠. 그렇지 않으면 시간 맞는 곳이 잘 없으니까요"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커피숍에서 일하는 것이 체질에 맞는다는 영주. 메뉴를 만드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는 그녀는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고 했다.

오후 5시면 아이를 맞이하러 집으로 곧장 달려가는 영주에게 경력단절 여성으로 있다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뭐냐고 묻자 "아기 엄마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어요. 경력도 뭐도 시간 때문에 전혀 맞지 않고요. 그러면서 아이 더 낳으라고 하는 이 사회가 저는 어폐가 있다고 봐요."

영주에게 꿈을 묻자 금세 환하게 웃으며 "파충류카페를 하고 싶어요. 분양도 하고 학습도 하면서요. 물론 전시 식으로 보여주고 만지는 것은 안 할 거예요. 파충류는 너무 만지면 오래 못 사는 사례가 상당히 많거든요"라고 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바쁠 듯하다는 영주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런 말을 남겼다.

"파충류들은 아침저녁으로 응가만 잘 치워주면 돼요. 게네들은 모두 진열장에서 사는 애들이니까요. 냄새나거나 지저분하지도 않아요. 털이 없는 이 아이들도 정말 이쁘답니다. 조만간 우리 아이들을 많은 분에게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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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화시킨 도마뱀을 찍어보내 온 영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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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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