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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후보자 지명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후보자 지명 소회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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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데 불쑥 외람된 글을 올리게 돼 송구합니다. 현직 교사인 제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직책을 맡게 되셨으니, 바쁘신 와중에도 일독해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군대 내무반 생활에서 사단장보다 선임병이 더 두렵듯, 교사에겐 대통령보다 교육부장관의 한 마디가 더 힘이 센 법입니다. 

아직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으니 '후보자'라는 호칭이 적확할 테지만, 이미 떼어 놓은 당상인 마당에 굳이 이어 붙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국회에서 장관 해임 건의안이 가결됐는데도 일언지하 거절하신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로 미루어 장관님이 낙마하실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입니다. 더욱이 10여 년 전 인사청문회를 경험하셨으니 말입니다. 

사실 장관님께서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낙점됐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가짜 뉴스인 줄 알았습니다. 언론들이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일단 기사부터 내지르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무슨 '카드빚 돌려막기'도 아니고, 10여 년 전에 교육부(당시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셨던 분을 다시 같은 자리에 임명한다는 게 황당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정부의 공식적인 제안이 있었다 해도 장관님께서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거절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장관님께서는 이미 오래전 정관계의 모든 요직을 두루 섭렵하셨기 때문입니다. 실세 여당의 국회의원에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 교육부 차관을 거쳐 장관까지, 실로 관운을 타고 나셨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지난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셨을 때, 장관님의 관운에 화룡점정을 위한 '마지막 도전'이구나 싶었습니다. 비록 보수 후보단일화 과정에 사퇴하셔서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만약 당선되셨다면 고위공직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임기 초반부터 레임덕에 빠졌다고 조롱을 받는 현 정부의 제안이 그리 달갑지도 않으셨을 겁니다. 최근 20대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더더욱 당황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부서도 아닌 교육부의 수장이라면, 정책으로서 청년 세대의 삶을 살피고 보듬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일 테니 말입니다. 

낡은 인물, 낡은 철학

그렇다고 장관님을 후보자로 낙점한 대통령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도 장관님을 썩 내켜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장관님을 우리 교육을 이끌 적임자라며 추켜세웠던 비서실장이,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장관님을 내정할 수밖에 없었던 솔직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장관님은 과연 다음의 둘 중 어떤 것이 대통령실의 '본심'이라고 여기십니까. 

"국회의원,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 수석 비서관과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에 이어 장관까지 역임하는 등 교육 현장과 정책에 두루 정통한 전문가로,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한 미래 인재 양성, 교육격차 해소 등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사회부총리로서 부처 간 긴밀한 협력과 조율을 통해 따뜻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실현해 나갈 적임자다."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거의 다 고사를 했다. 지금처럼 탈탈 터는 방식의 청문회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가족들도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온갖 미사여구를 다 가져다 붙인 '발탁 이유'보다 '발탁이 늦어진 이유'가 더 진솔하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대통령실의 고충이 느껴져 괜스레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비서실장의 말인즉슨, 모시려던 '새로운 인물들'이 죄다 손사래를 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낡은 인물'을 불렀다는 고백과 같습니다. 장관님이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입니다. 

외람됩니다만, 장관님을 '낡은 인물'로 본 대통령실의 인식만큼은 그다지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순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장관님의 교육 철학은 이미 10여 년 전에도 퇴행적이라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학력 신장을 위한 경쟁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위한 고등학교 다양화, 과거 장관님이 추진한 대표적인 교육 정책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여쭙습니다. 장관님이 관철했던 정책들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공교육이 겪고 있는 숱한 난관 중에 상당수는 당시의 정책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온존한 학벌 구조 속에서 추진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고등학교조차 서열화하는 부작용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국제고와 과학고, 외고 등의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일반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은 이름만 다양할 뿐 종국에는 명문대로 수렴되는 학교별 '칸막이'에 불과했습니다. 

그 책임에서 장관님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시민 의식의 후진성을 핑계 대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눙치면 곤란합니다. 경쟁 교육과 고교 다양화의 필연적 결과일 뿐입니다.

교육부의 수장으로서, 미래 인재 양성과 교육개혁을 운운하기 전에 과거의 그릇된 정책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합니다. 정책의 실패에 대한 성찰 없이는 그 어떤 대안도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적 신뢰는 정책 추진의 가장 중요한 동력입니다. 안타깝게도 'MB 교육 정책의 설계자'라는 장관님의 별명은 지금 '불신의 낙인'일 뿐입니다.

보복당할까 두렵습니다만,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도 멀다 하고 별의별 사달을 다 일으키는 것도 대통령이 될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1년 만에 국가원수인 대통령직에 올랐으니까요.

섣부르지만, 장관님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지금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갑작스럽게 '대타로 기용된' 까닭일 테지만, 지금 당면한 교육 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 않아서 입니다. 과거의 교육 철학과 상반되는 정책들이 나오는가 하면, 맥락도 없이 진영 논리를 답습하는 주장까지 있어 헷갈릴 지경입니다. 한마디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뜻일 겁니다. 

예컨대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 교습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건 하나 마나 한 흰소리입니다. 이는 기껏해야 EBS 인터넷 강의에다 학업 상담과 같은 '+α'를 제공해 학습을 돕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교육격차는 경제적 양극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를 첨단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면 안 됩니다. 자칫 지난해 영국 정부가 AI 기술을 활용해 아이들을 성적 산출을 시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것 같은 소동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개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학력 신장을 꾀하겠다는 식의 정책 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일컬어지는 고교학점제에서는 성적 비교가 어렵습니다. 학교마다 개인마다 가르치고 배우는 과목이 천차만별인 상태에서 한 줄로 세워 등급을 내는 상대평가는 불가능합니다. 고교학점제와 수능이 공존할 수 없는 건 그래서입니다. 

10여 년 전 장관님께서 추진했던 학력 신장 방안은 전국 단위의 일제고사를 치러 학교별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반교육적이라는 여론이 팽배해 결국 몇 해 못 가서 공식 폐지됐지만, 그때의 생채기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성과를 오로지 계량화된 지표로 판단하려는 관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다들 기대치를 낮춰야 해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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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교육부장관은 '삼고초려'할지언정 덕망과 자질을 갖춘 새로운 인물이 지명될 줄 알았습니다. 온갖 저질 비리로 사퇴한 김인철 후보자와 느닷없는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물러난 박순애 전 장관도 모자라 정부가 출범한 지 고작 다섯 달 동안 세 번째 장관 후보자를 검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것만이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유일한 해법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갑툭튀' 장관님의 이름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습니다.

장관님이 지명됐다는 소식에 한 동료 교사가 반색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비록 최선은 아닐지라도 최악은 면했다는 겁니다. 평소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의 교육 정책이 역대 최악이었다고 평가하는 그였기에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껏 이보다 더 노골적인 비아냥거림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들 기대치를 낮춰야 해요.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는 법이죠. 우리가 최선이나 차선을 바라니 속상한 거예요. 현 정부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듣자니까, 장관님의 인사청문회가 국정감사 기간이 끝난 뒤 열린다고 합니다. 부디 준비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지방에 사는 일개 교사의 이 글이 불편하셨다면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주호 장관님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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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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