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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10월 30일 오전 2시 50분께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으로 소방·경찰 관계자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사상자 이동을 위한 침대·휠체어 등도 연이어 배치돼 있다.
▲ [오마이포토] 이태원 인명사고, 줄지어 서 있는 구급용 이동 침대·휠체어 서울 이태원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10월 30일 오전 2시 50분께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으로 소방·경찰 관계자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사상자 이동을 위한 침대·휠체어 등도 연이어 배치돼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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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밤 서울의 한복판 용산구 이태원에서 무려 시민 158명이 희생되고 196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11월14일 기준). 사건 발생 수일이 지난 지금 정치권에서는 연일 책임 공방만 뜨겁다. 십수 년을 안전보건활동가로 살아온 필자로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한 몇가지 지적들을 하고 싶다.

흔히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안전은 세월호 참사 이후와 그 이전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또다시 발생한 이번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 수도에서, 그것도 하룻밤 사이에 발생한 대형 참사라서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분위기다. 외국 언론들도 집회나 시위때 일사분란한 통제를 잘 해왔던 한국 정부에서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안전보건활동가로 살아온 경험상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적 접근을 해 보고 싶다.

한국 수도에서 일어난 대형 압사참사... 다시는 없으려면 

첫째, 시민 밀집지역 분산대책이 필요하다. 상가 골목 등 특정지역에 인파가 너무 과중하게 몰리면 설치된 CCTV를 통해 지역 행정관청에 자동 통보가 되고 자동 확성기에서 경고방송이 계속해 나가게 해 시민들이 스스로 위험성을 인지하고 그 지역에서 분산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서도, 앞서 편법증축을 통한 과도한 승객 및 화물적재가 편심을 일으켜 침몰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듯 이번 이태원 참사도 과도한 밀집도가 대형 참사를 발생시켰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 곳곳 '위험지도'를 만들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둘째, 시민들의 원활한 이동 동선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산업안전심리학에서는 사고 중 많은 부분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의해 발생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동기(Motive), 기질(Temper), 감정(Emotion), 습성(Habits), 습관(Custom) 등을 안전심리의 5대 요소로 꼽고 있다. 가령 사람의 심리는 이동 중에도 최단거리로 이동하려는 심리가 있다. 그리고 또 대중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더 몰리는 현상을 보인다.

일례로 건설현장에서 추락 사고들을 목격하곤 한다. 각기 다른 업무를 통해, 수백 명이 중첩돼 일을 하다 보면 추락사고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들이 곳곳에 도사리게 된다. 그래서 안전팀에서는 안전로프를 미리 설치해 작업자들의 안전한 보행통로를 확보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간혹 높은 곳에서 최단거리로 이동하려고 하다가 추락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밀집지역은 반드시 '일방통행'을 만들어 원활한 보행로가 될 수 있도록 통제가 필요하다. 건물주와 상인들의 협조하에 화장실도 많이 개방해 시민들의 보행로를 막지 않도록 하고, 대중이 밀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대엔 '지하철 무정차 통과'도 필요하다.
 
밀집지역은 안전보행 표시를 하여 일방통행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건설현장 사진.
▲ 건설현장 안전보행통로 표시 밀집지역은 안전보행 표시를 하여 일방통행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건설현장 사진.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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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정부의 '국가안전대진단'의 문제점이다. 정부는 연례행사처럼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교량, 절개지, 화재, 발전소, 노후건축물 등 시설물들에 대한 안전진단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처럼 주최 측도 없고 인파가 몰리는 밀집지역에 대한 안전진단은 매우 부족했다. 이번처럼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파들이 핼러윈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측돼 안전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놓쳤다.

참사 당일엔 서울시장은 해외 일정 때문에 서울에 없었다. 관할 구청장의 당일 행적은 현재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태고, 경찰청장은 문제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했다. 시민안전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람들의 경각심이 매우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사가 발생해야만 대비를 하나

지난 2014년 10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의 야외 공연장에서 구경을 하던 시민들이 인근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 위에 올라가 있다가 관람객 27명이 약 20m 아래 주차장 환풍구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따라서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는 항상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큰 사고가 있기 전 반드시 사전 조짐들이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 또한 잘 알려져 있는데, 한국 사회는 아직도 과거의 참사 경험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편 어떤 지자체는 특수장비를 구입해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도로 싱크홀까지 면밀히 조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지자체를 본 적이 있다. 정말로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고 한다면 눈에 보지지 않는 현상들까지도 미리 챙겨야 한다. 이것이 국가 존재 이유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주최 측이 없어서"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자 핑계일 뿐이다.

넷째,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시민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야간이나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경찰 및 소방대원들에게 '과잉통제'라며 심한 욕설과 비난을 하는 행위들은 지양돼야 한다.

다섯째, 행정기관의 안전부서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 및 사기진작이다. 주지하다시피 안전사고는 불특정 지역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안전 분야의 전문성 있는 공무원들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관련 부서는 기피부서가 돼 버렸고, 잦은 교체로 인해 정책과 행정의 연속성들은 사라지고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친지 오래라고 한다. 여기에 대한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10.29 참사가 발생하기 전 이태원 주변 상황들을 나름 재구성해봤다. 추정컨대 정부와 사법당국은,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필요이상으로 골목 곳곳에 배치돼 있을 경우 비밀을 요하는 마약단속의 허점이 노출될 우려들도 했을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이런 맥락에서 기동대 배치도 많이 하지 않고, 교통경찰마저 최소화했을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이처럼 안전사고는 상식적으로 예기치 못한 장소 및 상황에서 발생하곤 한다. 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10.29 참사로 인해 책임 있는 당국자들의 면피성 행위들을 보면서 참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아직도 시스템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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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박종국씨는 전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입니다.


태그:#이태원참사, #분향소,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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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 20년간의 안전보건 활동 및 일자리산업정책 등 경험을 살려 취약계층 귄익보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전)경기도청 노동권익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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