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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조계종 관계자들과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헌화를 마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조계종 관계자들과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헌화를 마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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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다', '한심하다', '놀다가...'. 

10월 29일 YTN의 '[속보] '핼러윈 인파' 몰려 수십여 명 심정지', 한국경제의 '[속보] '핼러윈 인파' 이태원서 압사사고…수십명 심정지'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어느덧 참사 발생 50일이 되어가는 요즘, 혹자는 희생자들을 기리며 손이 닳도록 기도한다. 혹자는 손을 잠깐 움직여 씻을 수 없는 말을 댓글(악플)로 남긴다.

지난 12일, 이태원 참사로 2명의 친구를 떠나보낸 고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평소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등의 악성 댓글로 고통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참사는 희생자 대부분이 10대~20대라는 점, 기념일을 즐기려다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MZ세대', 젊은이들을 문제삼는 듯한 댓글들이 많다.

참사 발생에 있어 정말 '제 발로 놀러 간 MZ세대'가 근본 문제인 걸까. 지난 15일,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을 찾아 시민들을 만나 물어봤다.

영하 6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많은 이들이 골목을 찾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추모 포스트잇을 바라봤다. 이날 만난 4명의 시민에게 핼러윈 데이에 이태원을 찾은 MZ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대다수에게서 "세대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나이가 중요한가", "뭘 하든 죽진 않아야... 국민 안전 지키는 게 국가 역할"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
ⓒ 고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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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유니온 김지현(29) 집행위원은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사회 안전망은 존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사에 달린 악플들에 대해서는 "일종의 자기 위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핼러윈 데이에 이태원에 놀러 가지 않은 이들, 혹은 놀러 가는 행위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나는 다르다'라는 위안 삼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재발 방지대책과 진상규명이 중요할 뿐, 희생자 비난은 아무 소용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참사 골목에서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기도하며 자리를 지킨다는 진원 불일 스님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그저 우리는 젊은 청춘들이 꽃피우지 못하고 간 것을 안타까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늘 처음 이 곳에 들렀다는 김난주(55)씨 역시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사 골목을 살펴보기 위해 들렀다는 조연주(28)씨는 "시민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 죽지 않도록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라며 "참사의 원인을 놀러 간 개인의 잘못으로 규정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라고 말했다. 그는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약 20년의 세월을 아우르기에, 그 안에서도 생각과 행동이 모두 다르다"라며 "'MZ세대'라는 용어 자체가, 그저 젊은이들을 한데 묶어 비판하고 싶은 이들의 허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누가 가라고 했나', '젊은 세대가 통제가 되겠나'. 

10월 29일 기사의 댓글이 아니다. 그제(14일) 올라온 한국일보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76명 얼굴·이름 첫 공개... 유족 주도 합동분향소 설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여전히 희생자들을 향한 비난이 가득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양옆으로 추모 문구가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그중에는 이런 문구도 있었다. 

'본인들이 미래를 알고 간 게 아니잖아요. 잘못 없어요.'
 
이태원역 1번 출구 벽면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이태원역 1번 출구 벽면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 고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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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1029참사,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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