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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TV 보는데, 왜 엄마들은 야단치고 혼내는 엄마로 그려지는 거야?"

<도라에몽>, <안녕 자두야>라는 만화애니메이션을 즐겨보던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 엄마에게 건넸던 말이다.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듯도 하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 안에서 엄마들의 모습은 유독 아이에게 야단치고 화를 많이 내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다른 집 엄마들도 다들 저래? 왜 엄마는 저렇게 화내지 않는 거야. 참 이상해."

TV 속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보통 가정에서의 엄마의 모습을 상상한다.
 
 TV 속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보통 가정에서의 엄마의 모습을 상상한다.
▲ 아이가 그린 그림  TV 속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보통 가정에서의 엄마의 모습을 상상한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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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아이를 키우다 보면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무슨 일을 해도 서툴고 노는 거 좋아하고 때론 위험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자꾸 신경이 쓰이게 되고 행여나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 마음이 그만 앞질러 나오다 보니 자연스레 톤이 높아지고 화라는 감정으로 표출되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걱정 가득한 부모의 마음에서 나온 감정. 다칠 게 뻔해 그저 불안하기만 한 부모의 마음에서 나온 언어. 우리 아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좀 사납고 무서운 엄마 아빠의 모습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 아빠의 깊은 뜻이 담긴 이 종합언어를 아이들은 번역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단순하기에 엄마번역기, 아빠번역기를 작동하지 못한다. 아직은 부모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하는데 한 아이가 자신의 엄마를 가리켜 헐크라고 표현했다. 엄마가 헐크처럼 화를 많이 내신다는 것이다. 왜 화를 많이 내는 것 같냐고 물으니 그 아이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라도 우리 같이 생각해 보자."

그제서야 아이는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다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제가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할 때면 헐크가 되셨어요."

이 대답을 듣고서 난 아이에게 열심히 엄마번역기를 두드려가며 이 아이 엄마의 말에 담긴 뜻을 해석하고 전달해 주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단순하다. 스스로가 엄마 말을 번역하는 게 아직은 힘든 아이들이다.

우리 또한 초보엄마, 초보아빠였던 시기를 돌아보자. 우리 아이들이 아기였던 시절을 떠올려 보자. 아기들은 말을 못 하니 울음으로 의사전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때 우리 부모들은 어땠었나.

아기의 울음소리에 대한 의미를 배고프다는 소리인지, 기저귀 갈아달라는 소리인지, 아프다는 소리인지 나름의 아기 번역기를 열심히 두드리며 해석하며 의사소통을 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막 엄마가 된 초보였던 시절은 아기들만의 언어를 그저 울음 그 자체로만 받아들여 당황하는 일이 참으로 많았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라는 거다. 속 깊은 부모의 뜻을 헤아리기보다 화라는 감정에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위험한 행동 하지 말아야지', '앞으로는 동생과 싸우지 말아야지',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야지'라며 엄마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무서워', '우리 엄마는 늘 화만 내셔', '우리 엄마는 헐크야' 라는 생각만이 아이 머릿속에 크게 자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단호하게 훈육을 해야 할 순간이 있긴 하다. 하지만 너무 화라는 감정을 남발하지는 말자. TV 애니메이션에 비춰지는 엄한 엄마의 모습을 탈피해 자상하고 다정한 엄마가 되어보자. 그리고 앞으로 만화애니매이션에 그려질 엄마들의 모습 또한 변화되어 가길 기대해본다. 다정하게 아이들과 소통해 나가는 지혜로운 엄마의 모습으로 그렇게 우리네 보통엄마들의 모습이 새롭게 정립되어 나가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유튜브 <작가의식탁TV-초중등교육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블로그에도 게시될 예정입니다.


태그:#엄마의모습, #TV속엄마, #엄마번역기, #아기번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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