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열대과일의 한 종류인 리치는 5~7월인 지금이 제철이다. 리치는 중국 남부가 원산지로, 그곳에서는 '과일 중의 왕'이라고 불린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0년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사랑받은 과일이다.

북송의 시인이자 문인인 소동파는 리치의 맛을 과일 중 최고라고 칭송했다. '하루에 여지 삼백 알을 먹을 수 있다면, 영남 사람이 돼라 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기록한 바 있는데, 영남은 소동파의 유배지였던 곳으로 당시 무덥고 질병이 많아 살기 힘든 지역이었다.
 
나가사와 로세쓰, 18세기, 비단에 채색, 56x122cm
▲ 양귀비도 나가사와 로세쓰, 18세기, 비단에 채색, 56x122cm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관련사진보기


에도시대 후기의 화가인 나가사와 로세쓰(1754~1799)의 양귀비 그림이다. 중국 전설상의 인물 중 미인을 그린 작품이다.

양귀비(719~756)는 중국 당나라 6대 왕 현종의 비로, 서시·왕소군·초선과 함께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양귀비는 원래 현종의 18번째 아들인 수왕 이모의 아내였다. 그러나 그녀의 미모에 반한 시아버지 현종의 여자가 되어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게 된다.

현종은 양귀비가 즐겨 먹었던 과실인 여지를 2천 리 밖에서부터 매일 공수해오도록 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대의 시인 두보는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돌아가신 황제 현종과 양귀비 모두 죽어 적막한데, 여지는 오히려 또 장안으로 들어오네."
 
미하우 보임, 1656년
▲ 리치 미하우 보임, 1656년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관련사진보기


중국의 자연사를 다룬 책 <중국 식물(Flora Sinensis)>에 있는 그림으로, 작가인 미하우 보임(1612~1659)은 폴란드 예수회 선교사이다. 이 책은 근대적 식물학 관점에서 접근한 최초의 중국 식물 연구서로, 보임은 라틴어로 이 책을 저술하여 165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판했다.

그는 16세기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이 펴낸 약학서인 본초강목에 빠져 그중 22가지 약재를 정리했으며, 중국 전통의학의 진단과 치료법을 소개한 책을 쓰기도 했다. 서양에 리치가 도입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리치는 현재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지중해 연안, 미국, 호주 등에서도 대규모로 상업적인 생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및 베트남 이외의 지역으로 전파된 것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8세기 말에 태국, 미얀마,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으로 재배 영역이 확장되었고 호주,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으로 전파된 것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Ding Fuzhi, Shou Xi, 1941년, 19.7x55.9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근대 정보지 여지 선면 Ding Fuzhi, Shou Xi, 1941년, 19.7x55.9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관련사진보기


중국 근대 청나라 말, 정보지(Ding Fuzhi)의 여지 그림이다. 부채에 그린 것으로, 현재 미국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다.

리치의 효능

리치는 여지(荔枝), 예지, 이지라고 부른다. 리치의 원산지가 중국인 만큼, 리치(litchi, lychee)라는 이름은 여지를 영어식으로 부른 데서 나온 말로 추정된다.

여지는 열매를 맺을 때 가지가 약해서 꼭지를 잡아당겨 따면 안 되고 반드시 칼로 베어 가지를 잘라야 한다. 이 때문에 자른다는 의미의 리(劙)와 음이 같은 리(刕)라는 글자가 들어가 여지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여지는 가지에서 딴 지 하루가 지나면 색이 변하고 3일이 지나면 맛이 변하기 때문에 이지(離支)라고도 부른다. 즉, 가지에서 떨어지면(離, 떠날 리) 쉽게 변하는 여지의 특성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리치는 아열대 상록교목의 열매로 품종에 따라 크기, 모양, 색깔, 표면 돌기 등이 약간씩 다르다. 모양은 주로 원형이나 심장형(하트 모양)으로 지름은 3cm 정도이다. 표면은 거칠고 우둘투둘하며, 색깔은 붉은색이다.

리치를 생과일로 먹을 때는 붉은색이 강하고 광택이 있는 싱싱한 것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생과의 보관일은 일주일 정도로 기간이 짧은 편이라, 우리는 냉동 상태인 짙은 갈색의 리치를 볼 때가 많다.

과육은 달고 신맛도 있으며 독특한 향이 있다. 비타민C가 풍부하며, 항산화제인 폴리페놀도 함유되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정신을 깨끗하게 하고 지혜를 도우며, 갈증을 멎게 하고 얼굴빛을 좋게 한다'고 소개한다.

약재로 쓰이는 여지의 씨

여지의 씨인 여지핵은 맛이 달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기의 순환을 촉진하고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며 통증을 완화시킨다. 고환염, 복통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여성들의 아랫배가 차고 아플 때 좋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nurilton7)에도 실립니다.


태그:#리치 , #여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