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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화)부터 4월 15일(토)까지 2023년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이 개최됩니다. 최근의 도시·가스 요금 폭등, 작년 이태원 참사와 폭우 참사를 비롯한 재난 및 기후위기 등 삶의 위기가 노동자 시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이러한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탄압을 뚫고, 위기에 맞서는 실천을 만들어가는 '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의 이야기를 7회에 걸친 기획연재로 전합니다.[기자말]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참사 현장 인근 한 상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 배, 감, 밥, 국 등으로 차려진 제사상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참사 현장 인근 한 상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 배, 감, 밥, 국 등으로 차려진 제사상을 내놓았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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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남은 질문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이후 159명의 젊은이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린 지도 여러 날이 되었다. 너무도 황망했지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한 '10.29참사 추모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용산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을 꾸려 추모의 마음을 모았다.

유난히 추운 날이 많았던 지난 겨울, 1인 시위 서명운동을 하면서 의문이 계속 떠올랐다. 왜 그날 국가가 없었는지, 왜 용산구청과 서울시청은 매년 하는 핼러윈 축제 전에 제대로 된 안전사고 대책을 안 세웠는지, 왜 그 많은 경찰들은 삼각지 주변에 쏠려 있었고, 이태원에는 필요한 인력이 없었는지….

참사 당일 저녁 경찰에 "위험하다, 살려달라"는 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국가는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마저 져버렸다. 시민행동에서는 매주 일요일 분향소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유가족 분들과 함께 실종된 국가를 찾고 있다.

참사 이후 2022년 11월 8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당연설회에서 "재발 방지책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았으나, 여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참사 후 근 한 달 만인 11월 23일, 여야는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그러나 어렵게 성사된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여당 위원들의 비협조로 난항을 거듭하였다. 결국 여당 조사 위원들의 방해로 국정조사는 반쪽짜리로 마무리됐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새로운 과제로 남게 됐다.

독립조사기구를 발족하라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호소하는 ’10.29진실버스’ 전국순회 출발 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서울시청앞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호소하는 ’10.29진실버스’ 전국순회 출발 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서울시청앞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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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협의회는 1월 26일 야당과의 간담회에서 독립조사기구 구성과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10.29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독립적 조사 기구의 필요성을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째,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서는 잘못한 개인을 지목하여 조직에서 퇴출하는 것을 넘어, 조직 문화를 진단하고, 시스템 작동 관행을 들여다보고, 과거의 어떤 선택과 학습이 현재의 문제로 이어졌는지 살펴야 한다.

둘째, 공동의 재난 서사를 사회에 남겨야 한다.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재난의 핵심적 원인과 재발 방지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관된 서사가 없다. 사람은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이야기'를 기억한다.

건설적인 재난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참사의 위험을 키워왔는지, 참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서 어떤 시스템이 멈췄거나 잘못 작동했는지 종합적인 하나의 서사를 제시해야 한다. 공적으로 승인된 서사는 공통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제대로 된 애도도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셋째,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 희생자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최대한 복원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유족들을 위로하는 일이다. 생존자들 또한 자신이 겪은 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공적으로 인정받아야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고 살아갈 수 있다.

독립된 조사기구가 설치되어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회시스템을 점검하고 작동이 안 된 국가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한다.

특별법 제정,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

한국에서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의 원인은 명백하다. 사회의 안전 및 생명 보호 시스템 붕괴, 아니 구축조차 못 한 것이 그 원인이다. 한국은 1993년 3월 28일 구포역 전북 사고 이후 건설 현장의 관리 감독 강화를 위해 책임감리제도를 강화했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설물의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한 입법 조치는 후퇴하고 있다. 턱없이 낮은 사망시 산재 보상금과 사업장의 중대재해에 대한 발주기업의 책임 소재 약화(중대재해처벌법 5인 이하 사업장 제외, 3년 유예 설정 등)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럼에도 국정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당 조사위원들의 입장과 태도, 구속 전 피의자 심사에서 지자체의 책임을 부인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모습 등은, 이들이 자발적으로는 안전과 생명을 위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호소하는 ’10.29진실버스’ 전국순회 출발 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서울시청앞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호소하는 ’10.29진실버스’ 전국순회 출발 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서울시청앞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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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이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책임을 정치인들이 회피하려 할 때, 이들에게 그 책임을 강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필요하다. 4월 23일까지 국회에서 국민 동의 청원을 받는 10.29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관련 링크)된다면 유가족단체가 추천한 3인이 포함된 추천위원회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반쪽짜리 국정조사보다 더욱 독립적이고 진전된 조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사회가 안전과 생명 존중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은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철로씨는 10.29참사 추모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용산시민행동 간사 및 용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입니다.


태그:#2023차별없는서울대행진, #이태원 참사, #이태원참사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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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졸업 후 아쉬운 일상생활 속에서 지내다가 항상 정치를 그리워했지만, 일생생활에 젖어 멀리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퇴 후 지역활동에 참여하다보니, 이제는 이것저것 간섭 안하는 일이 없다. 현재는 용산에서 1029이태원참사에 애도하고 연대하는 일을 조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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