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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화)부터 4월 15일(토)까지 2023년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이 개최됩니다. 최근의 도시·가스 요금 폭등, 작년 이태원 참사와 폭우 참사를 비롯한 재난 및 기후위기 등 삶의 위기가 노동자 시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이러한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탄압을 뚫고, 위기에 맞서는 실천을 만들어가는 ‘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의 이야기를 7회에 걸친 기획연재로 전합니다.[기자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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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노동제'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안

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현재는 주 단위로만 가능한 연장근로 정산이 노사 합의를 거치면 월·분기·반기·연 단위로도 가능하도록 해, 필요할 때는 주 최대 69시간까지도 장시간 집중노동을 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안이 주 69시간 노동제로만 이해되는 것을 불만스러워 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하면 주 최대 노동시간이 69시간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해 여론이 부정적으로 반응하자, 윤석열 대통령도 '주 69시간은 무리'이며 주 60시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였다. 이를 종합해서 보면, 주 52시간 상한제를 허물고 주 최대 69시간 혹은 60시간의 집중노동이 가능한 구조를 열어주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박성우(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정부안을 기준으로 ‘몰아서 일하기’로 근무시간표를 짜면 최대 가능 근로시간은 위 표와 같이 나온다(주 수 옆의 시간은 잔여 연장근로시간). 

이에 따르면 주 노동시간은 분명 최대 69시간까지도 가능해지고, 또 69시간 상한이 아닌 주에도 주 64시간 혹은 주 60시간까지 장시간집중 노동이 길게는 22주까지도 연속으로 가능해진다. 정부안의 초점이 주 최대 69시간까지 장시간집중 노동 허용에 있음은 이것을 통해서도 분명해진다. (자료 출처 :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과 노동자 건강권』)
 박성우(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정부안을 기준으로 ‘몰아서 일하기’로 근무시간표를 짜면 최대 가능 근로시간은 위 표와 같이 나온다(주 수 옆의 시간은 잔여 연장근로시간). 이에 따르면 주 노동시간은 분명 최대 69시간까지도 가능해지고, 또 69시간 상한이 아닌 주에도 주 64시간 혹은 주 60시간까지 장시간집중 노동이 길게는 22주까지도 연속으로 가능해진다. 정부안의 초점이 주 최대 69시간까지 장시간집중 노동 허용에 있음은 이것을 통해서도 분명해진다. (자료 출처 :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과 노동자 건강권』)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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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의 문제는 그러나 정부가 강조하고자 하는 몰아쉬기 내용을 포함하더라도 이 내용 자체가 타당성을 갖지 못한 것이지, 홍보 부족 따위가 문제는 아니다. 정부안의 주된 문제점은 다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라? 현실에선 어림없는 소리

첫째, 특정 기간 주 최대 69시간 집중 노동은 그 자체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과로사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몰아서 일한 후 몰아서 쉬게 해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로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청년 노조인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지난 3월2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날 예정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관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든 상자를 들고 있다.
 청년 노조인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지난 3월2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날 예정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관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든 상자를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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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대한직업환경의학회도 지난 3월 21일,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대한직업환경의학회의 입장'발표를 통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뇌심혈관질환 업무상 질병 판정기준에 따른 뇌심혈관질환 산업재해를 대폭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장시간 노동의 경우 우울 및 불안 등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노동자의 집중력 저하 등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야간노동과 결합되는 경우 암을 유발하는 등 다양한 건강문제를 일으킨다"고 하고 있다.

노동자 건강권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제도를 예외적, 제한적 적용을 넘어 모든 사업장과 노동자에 전면 적용하는 것은 그에 따른 위험성 역시 전 산업에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 건강권 보호 및 과로사 예방 측면에서도, 주 최대 69시간 노동제 도입 시도는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내용이다.

둘째, 한국 노동자 중 다수는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중소영세업체에서 일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다. 이들 미조직·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등한 노사관계 형성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 현행 법정 연차유급휴가조차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런데 여기에 주 최대 69시간 노동제와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노사 합의를 통해 몰아서 일하는 대신 몰아서 한 달 휴가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청년노동자들이 3월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노동시간 개편 관련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청년노동자들이 3월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노동시간 개편 관련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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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는 다양한 형태의 위법, 탈법적인 제도운영 과정을 거쳐 사측 필요에 따른 '몰아서 일하기'나 혹은 연장근로수당을 안 주기 위한 강제휴가, 즉 휴가 제도 활성화의 실질적 실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실현가능성 낮은 폐기 대상이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노동권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을 둔 현실 적합성이 정부 안에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셋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이다. 독일의 연간 1349시간에 비하면 1년에 무려 5개월이나 더 일하고 있는, OECD 국가 중 5위의 장시간노동 국가이다. 지금도 매년 평균 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OECD 기준, 2022년 0.78명)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은 육아 시간 확보와 노동시간 단축,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제도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건강권이나 삶의 질 증진 또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업무량 폭증 상황을 빌미로 한 '장시간 집중 노동 확대'라니? 물론 정부는 자신들의 주 69시간 노동제가 기존 노동시간 체계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전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특정 기간 장시간 집중 노동 규제의 칸막이를 허물어 주 최대 69시간까지도 집중노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노동시간 단축 방향, 건강권 증진 방향으로부터의 이탈이며 심각한 역주행이 분명하다고 본다.

장시간 집중 노동 확대의 부산물로 주어지는 휴가 활성화는 진정한 '워라밸'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그 휴가 활성화마저 대다수 노동자들에게는 자유로운 선택이 불가능하거나 임금삭감의 수단에 불과하다면, 이는 오히려 워라밸에 역행하는 조치일 것이다.

시대착오적 정책, 에너지 낭비...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정부는 주 69시간 노동제 같은 시대착오적인 정책 추진에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부재한 노사 관계에 자율적으로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업종별·공단별 노동권 보장 협의구조 강화,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가 우선 혜택을 받는 국가 주도 초기업적 노동복지·사회보장 시스템 강화,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 노동자들과 국가의 직접 소통 구조 강화 등을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 법·제도와 관행을 허물고, 모든 노동자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성있게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광규 씨는 노동중심사회대전환실천모임 대표입니다.


태그:#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 #노동시간 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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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중심 사회대전환 실천 모임 대표 대안센터 추진위원 서울지역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 추진모임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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