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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시민기자들이 일상 속에서 도전하고, 질문하고, 경험하는 일을 나눕니다.[편집자말]
​몸무게가 10kg 가까이 줄었다. 주변에서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어머, 어디 몸이 안 좋은 거 아니야? 이제는 살이 빠져도 걱정할 나이잖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다.

한 달에 약 1kg씩 줄었으니,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몸매 관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꾸준히 해 온 습관 하나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너무나 우연히 시작한 습관이,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다.

좋은 습관이 가져온 나비효과

​이 습관은 작년 8월, 친구들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바쁘게 사느라 정말 오래간만에 4명이 모두 모여 1박 2일 동안 먹고 마시고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앱테크(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 앱에서 모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꿔 돈을 버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집 주변에 지정 장소가 있거든. 그 앞에 가면 포인트 받으라고 파란 버튼이 떠. 그거 누르면 된다."
"야, 요새 이거 안 깐 사람 없는 것 같던데, 아직 안 하고 있었나?"


그 말을 듣고 나도 얼른 앱을 깔았다. 그때부터 매일 걷기가 시작되었다. 포인트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걸어야만 할 일이 생겼다. 정기적으로 하는 건강검진에서 당이 높게 나와 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이미 걷기를 시작했으니 약 대신 체중을 줄이겠다고 의사에게 약속했고, 한의사 친구의 조언에 따라 식습관까지 바꿨다. 그때 1만 보 걷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약을 먹으며 하던 대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1만보 걷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 걷기 1만보 걷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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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체중감량을 해야 될 상황이었지만 내 관심은 여전히 포인트 모으기에 가 있었다. 보통 5천 보 정도 걸으면 그날의 포인트를 거의 채울 수 있었지만, 나는 매일 5천 보를 더 걷고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최대 포인트를 모았다.

걷다가 포인트를 받는 것이 습관이 되니 이제는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계속 보게 되었다. 어떤 날은 몇 개의 앱을 돌아다니며 포인트만 계속 모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렇게 포인트 모으기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평소에 어떻게 할까 생각했던 문제가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방법이 떠올라 해결되는 것이었다. 그걸 알고 난 다음, 포인트를 모으려고 깔았던 앱을 모두 지웠다.

대신 휴대전화에 있던 만보기로 걷기를 계속했다. 그때부터는 온전히 걷는 것에 집중했다. 지정된 곳을 가야만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 매번 같은 길만 걸었는데, 이제는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걸었다. 자유로워서인지 걷는 게 더 재미있었다.
 
걷기기록
▲ 만보기 걷기기록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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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을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회복탄력성(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도 좋아졌다. 걸으며 멍때리는 순간을 만끽하다 보면 상상력도, 집중력도 샘솟는 것 같았다. 몸무게가 줄어 가벼워진 느낌도 좋았다.

​습관을 넘어, 도전으로

좋은 기분을 유지하며 걷다가 근처 도서관에 도착하면 잠깐 쉬었다. 그런 다음, 걸을 때 떠올랐던 내용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그 분야 전문가들이 쓴 글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을 메모하고, 집까지 걸어오면서 다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의 책을 찾아 읽는 습관까지 생겼다. 책을 통해 알게 된 해결책으로 몇 년 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일을, 그래서 용기 내어 도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 도전하는 일은 아는 게 거의 없어 모든 것을 다시 공부했다. 게다가 한 번도 관심가져 본 적 없던 강의를 들으러 쫓아다니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또 열심히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체력이 안 되면 머리를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최대한 집중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당장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다. <정리하는 뇌>(대니얼 J 레비틴, 2015)를 읽고 거기에 나오는 방법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멀티태스킹을 멈출 것(그래서 휴대전화는 되도록 보지 않는다), 생산성이 가장 높은 오전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할 것(나의 경우 글쓰기를 오전에 2시간 정도 한다. 여기에 점심 먹고 햇빛 받으며 2시간 걷고, 걷고 들어와 독서하는 오후 2시간까지 '222시간 법칙'을 혼자 만들었다) 등이다.

습관은 두 달을 꾸준히 해야 자리 잡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걷기는 이미 두 달을 넘겨 잘 되고 있으니 이제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늘 읽다가 포기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루틴으로 만드는 노력은 나에게는 단순히 습관을 넘어 하나의 도전이었다.

우연히 시작한 걷기가 체중도 줄고 미래를 향한 도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 이런 결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습관은 이미 오랫동안 되풀이된 방식이라 바꾸기 힘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좋은' 습관을 '선택'하고 그것을 '유지'해 나간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잘 선택하고 계속 해 나가는 것, 그거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저의 브런치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부산 지역 시민기자들이 일상 속에서 도전하고, 질문하고, 경험하는 일을 나눕니다.
태그:#좋은 습관, #습관을 넘어 도전으로, #살빠졌다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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