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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기자말]
 지난 7일, 강동구의회 본회의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시작할 때의 모습.
지난 7일, 강동구의회 본회의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시작할 때의 모습. ⓒ 강동구의회
 
지난 7일, 서울 강동구의회 제302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분위기는 예전과 달리 사뭇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제30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조례 처리 등에 대한 여야의 팽팽한 의견 대치로 파행을 겪은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였기 때문입니다.

긴장감에 휩싸인 본회의

지난 4월 조례 심의를 하면서 극한대립을 했던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한 뒤 본회의 참석을 한 것은 이번 정례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강동구의회는 오는 21일까지 총 15일 간 잡혀있는 제302회 정례회에서 지난 2022년도 예산 결산과 2023년도 1차 추경을 심의하고, 구청장과의 구정질문을 통해 강동구의 안건 등을 질의할 예정입니다.

이날 본회의의 시작은 순조로웠습니다. 의장의 개회 선언 이후 7명의 의원들이 차례대로 나와 구정에 대해 5분 발언을 했고, 구청은 2022년도 결산과 2023년도 1차 추경에 대해 설명했으며, 의회는 이에 대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위원을 선임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물 흐르듯이 원활한 진행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어서 의장이 안건에 올라와 있는 결의안을 상정하자 갑자기 국민의힘 의원이 정회를 신청하였고, 의장은 정회를 선언하였습니다. 사전에 전혀 이야기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요, 갑작스러운 상황 아래 깔린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의안의 제목이 바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승인 규탄 및 철회 촉구 결의안'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못한다... 무조건 파행이야" 
 
 과거 독도 관련 역사왜곡에는 모두 함께 반대했던 강동구의회
과거 독도 관련 역사왜곡에는 모두 함께 반대했던 강동구의회 ⓒ 강동구의회
 
사실 이번 결의안이 본회의에 올라가면서 많은 의원들은 긴가민가했습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과연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여당 내 '오염수'가 아닌 '오염 처리수'라 부르자는 말이 나오는 이 시국에 과연 이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을까?

다만 기대할 수 있었던 점은 이 결의안이 한 달 전에 작성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비록 지난 4월에 2차 본회의가 파행을 겪으면서 결의안을 선택할 기회가 없었지만, 당시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18명 의원 전원이 흔쾌히 이 결의안에 서명했었습니다.

게다가 4월 1차 본회의에서는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침해 주장과 왜곡된 역사교육 검정 규탄 결의안'이 의원 전원 서명으로 결의되었습니다. 대통령실이 독도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조용해지는 상황에서도 그 당시 강동구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꺼이 결의안에 서명했었습니다. 제가 중앙정치와 생활정치가 다를 수도 있다고 착각했던 순간이지요.

그리고 6월 현재. 궁금했습니다. 약 한 달 동안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위험성이 물리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설마 지역에서 생활정치를 하는 구의원들이 중앙의 정치적 해석이 달라졌다고 자신들 의견을 바꿀까? 국민의힘 재선 이상 의원들 중 일부는 2021년도 8대 강동구의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 결의안'에도 참여한 걸로 아는데, 자신의 신념을 바꾸게 될까?
  
야당의 '괴담 선동' 탓하는 여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회의실 벽면에 '괴담·선동=공공의 적' 문구를 내걸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확산되고 있는 국민적 불안을 야당의 '괴담 선동' 탓으로 돌린 셈이다. 왼쪽부터 조수진 최고위원, 윤재옥 원내대표, 김 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강대식 최고위원.
야당의 '괴담 선동' 탓하는 여당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회의실 벽면에 '괴담·선동=공공의 적' 문구를 내걸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확산되고 있는 국민적 불안을 야당의 '괴담 선동' 탓으로 돌린 셈이다. 왼쪽부터 조수진 최고위원, 윤재옥 원내대표, 김 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강대식 최고위원. ⓒ 남소연
 
그러나 결과는 '역시'였습니다. 이날 국민의힘은 정회를 요청했고, 그것으로 강동구의회 1차 본회의는 자동으로 산회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결의안이 올라오면 국민의힘은 정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는 제게,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말했습니다.

"우리 못 하잖아. 다 당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럼 결론은 거의) 무조건 파행이야. 중앙에서 연락왔어. 국민의힘에서는 같이 하기에는 부담스럽지. 사실 저번에 했으면 통과됐어, 별거 아니었으니까. 근데 이게 (최근에) 사회적 이슈로 계속 올라온 거야, 한 달 동안. 민주당은 서명도 받잖아. 그러니까 이젠 못해."

중앙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정치는 가능할까

결국 강동구의회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하여 의원 18명 전원 명의로의 결의안은 채택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더불어민주당 9명 만이 '반쪽' 결의안을 내고 일본 정부를 규탄하겠지요. 지역에서 생활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순간입니다. 중앙의 압력에, 한 달 만에 자신의 의견을 180도 바꿀 수밖에 없는 게 정치라니요.

생활정치를 하는 구의회가 중앙정치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구의원이 정당의 공천을 받는 이상, 중앙정당의 의견을 거스르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구의원의 이름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합니다.

그러나 그런 구조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슬기롭게 지켜내는 것이 정치인의 할 일일 것입니다. 특히나 구의원은 지역에서 생활에 밀착하여, 주민들을 대신하여 발언하는 자기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인식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무 설명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철회한 강동구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유감을 표합니다. 저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승인을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합니다.
 
 지난8대에는 강동구의회 전원이 반대했다. 2021년 4월 당시 모습.
지난8대에는 강동구의회 전원이 반대했다. 2021년 4월 당시 모습. ⓒ 강동구의회

#강동구의회#이희동#일본 방사능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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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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