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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가 여전합니다. 특별법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규모 월세 사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전국 주거형 오피스텔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해온 업체가 임대인과 임차인의 보증금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태를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합니다.[편집자말]
지난 17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임대관리업체 '더굿하우스'. 불은 꺼진 채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지난 17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임대관리업체 '더굿하우스'. 불은 꺼진 채 문은 굳게 잠겨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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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인 줄 알았는데, 그 뒤로 아무도 안 오더라고요. 사무실이 꽤 큰데, 전에는 직원도 많았어요."

수십 명의 사람이 분주하게 오가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 IBS타워. 이곳 9층에 있는 임대관리업체 '더굿하우스'는 눈에 띄게 고요했다. 굳게 잠긴 문, 깜깜한 실내. 사무실 한편에 걸려 있는 설계도면만이 며칠 전까지는 이곳에서 활발한 영업이 이뤄졌음을 짐작케 했다.

임대관리업체 더굿하우스는 오피스텔 '이중계약'으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임차인과 임대인에게 계약 내용을 각각 다르게 적용해 돈을 빼돌리는 식이다. 예를 들어 임차인과는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13만 원으로 계약한 뒤 임대인에게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0만 원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통보하고 일부 금액만 지급하는 수법을 썼다. 

또한, 세입자들이 계약시 지급한 보증금을 더굿하우스가 관리해 세입자 수백 명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상태다. 해당 업체가 서울·인천·경기·부산 등 전국에서 임대사업을 벌여 전체 피해 금액은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입주사 직원은 최근에서야 수상함을 느꼈다.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7월 말부터 8월 15일 전까지 하루에 몇 시간씩, 1명씩만 출근해 이상함을 느꼈다"며 "그전에는 직원들도 많고 평범한 회사 같았는데, 뉴스를 보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건물 관리소 쪽도 이런 상황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관리소 관계자는 "더굿하우스는 입주한 지 4년 됐는데, 그동안 임대료도 꼬박꼬박 잘 내고, 양호한 입주사였다"라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주 전부터 서울, 경기서 피해자들 수시로 찾아와"
 
2022년 9월 29일자 동아일보 보도 화면.
 2022년 9월 29일자 동아일보 보도 화면.
ⓒ 동아닷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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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더굿하우스는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대상' 부동산 임대관리 부문에서 3년 연속 대상을 받은 점을 홍보하고, 5년간 무사고 경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관리소 쪽은 현재 90여 개 업체가 입주한 대형 업무용 빌딩인 이곳에서 이처럼 큰 문제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폐업하고 나가는 곳은 있었어도, 이렇게 사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2주 전쯤부터 피해자들이 찾아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부산에서 5명 정도 왔는데, 그 뒤로 서울·경기 등에서 수시로 찾아왔다"며 "(더굿하우스가 관리한 오피스텔) 재계약 시점에 연락이 안 된다며 온 분도 있었는데, 그대로 보증금을 떼인 것 같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찾아온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오히려 저희가 피해자들에게 피해자 모임을 안내해주고 있는 실정인데, 경찰이 협조를 요청하면 성실히 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자신이 피해를 입은 지도 모르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부산·울산·경남 김해·경기 파주·충남 서산·인천·서울 중구 등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되면서 임차인들이 이같은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당시 도입... "사기 저지르라 만든 법, 개정해야"
     
지난 17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임대관리업체 '더굿하우스'. 불은 꺼진 채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지난 17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임대관리업체 '더굿하우스'. 불은 꺼진 채 문은 굳게 잠겨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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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호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중개를 세분화하겠다는 명목으로 2014년 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됐는데,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라도 중개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업자들이 대리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 중개사는 "임대관리업자가 임대차 계약서를 쓰려면 임대인으로부터 받은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한데, 임대인에게 받아둔 서류를 10년 넘게 사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각 서류의 법적 유효기간은 3개월인데,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을 악용해 사기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대관리업자가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과 월세를 직접 받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굿하우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임대인과의 위탁 계약을 통해 임대인의 권한을 수임받은 대리인으로서 임대차 계약을 진행한다"며 "보증금 및 월세 수금·관리를 더굿하우스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퇴실 시 보증금 반환은 더굿하우스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장 중개사는 "임대관리업을 통한 임대차 계약이 전·월세 사기에 훨씬 취약하다"며 "보증금과 월세를 대신 수금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민간임대주택법은 사실상 사기를 저지르라고 만든 법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업체가 임대관리업으로 등록했더라도, 임차인은 보증금과 월세를 반드시 임대인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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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또 터진 대형 부동산 사기... 이번엔 월세, 피해 수천억 예상 https://omn.kr/25anh

태그:#더굿하우스, #전월세사기, #임대관리업체,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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