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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조지 포크예요.

18855년 여름, 조선은 청나라와 일본, 영국과 러시아의 각축장이 되어갔습니다.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나약한 나라가 외세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그럴수록 조선은 절박한 심정으로 미국의 지원을 고대하였습니다.

미국에서 군사고문관과 교사가 파견되어 오기를 학수고대했습니다. 딱한 건 나 조지 포크였지요. 절박한 조선과 벽창호 같은 미국 정부 사이에 끼여 있어 심적 괴로움이 몹시 컸습니다. 말 못할 고충을 고국의 부모님께 자주 털어놓았지요.

"청·일 양국의 분쟁이 겨우 해결되었나 싶을 때에 영·러 분규가 촉발되었답니다.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전쟁 대비를 위해 조선의 섬을 무단 점령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가 이곳에 사절을 파견하였는데 그는 영국이 조선의 섬을 점유하면 러시아는 그 열 배의 조선 땅을 점령하겠다고 말합니다. 만일 그런 일이 실행된다면 이 작고 가련한 은둔왕국은 종언을 고하고 말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에 고용된 한 독일인이 러시아와 조선문제로 비밀 교섭을 해 왔답니다. 이 자는 뼛속까지 우리 나라의 적입니다. 저는 이 자의 망동을 사사건건 간접적으로 견제하고 있답니다. 이제 고종 임금도 그 자가 반역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 자는 고종을 처분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답니다. 기가 찰 노릇이지요. 저는 만에 하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지요…..   

저는 이곳에서 가장 분주한 외교관이랍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없이 일한답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미국정부가 조선에 약속한 인적 지원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이지요. 솔직히 말하면, 미국정부는 약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만일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조선은 미국에 등을 돌릴 겁니다. 그러면 우리 미국인들은 여기에서 떠나야 할 거구요." - 1885. 6.21. 편지

이 편지에서 내가 '이 자'라고 지칭한 독일인은 물론 묄렌도르프입니다. 나는 그 자가 계략 술수로 조선 민중들을 충동질하여 다른 서양인들을 공격케 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조선은 이런 저런 소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그러나 서양인에 대한 심각한 증오는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혐일, 혐중 정서는 있을 테지만요. 헌데 서양인이 추방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한 가지 있습니다. 조선 정부에 고용된 묄렌도르프라는 자가 재앙 거리이지요. 애초에 조선 정부는 그 자를 선량하고 계명된 서양인으로 믿었기 때문에 막강한 권력을 위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악한 불한당이 지난 3년 동안 모든 국정을 농단하였습니다. 이제서야 그자의 가면이 벗겨져 흉한 얼굴이 드러나기에 이르렀지요.

그 자는 지금 조선인들, 일본인들, 중국인들 등등 모두에게 반역자로 비난받고 있답니다. 하지만 당장 해임되지는 않을 겁니다. 거액의 자금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죠. 그가 금전으로 농락한 나머지 이제 정부는 엄청난 문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가 떠나기 전에 수습이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며 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 자는 지금 진퇴양난에 처해 있는데 자신의 속임수와 비행을 다른 외교관들에게 덧 씌워 위기를 벗어나려 하고 있답니다. 그 자는 하류 조선인 무리에 둘러싸여 있는데 외국인들을 중상비방하여 대중의 분노를 충돌질할지 모릅니다. 만일 그가 그런 간특한 짓을 획책한다면 저는 국제적 개입을 요구하여 그를 범죄인으로 다루도록 할 겁니다." - 1885.7.18 편지

한편, 일본으로 망명한 나의 친구 서광범 그리고 서재필과 변수가 미국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6월 달에 접했습니다. 미국의 종교인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군요. 아마도 샌프란시스코의 교회에서 묵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아마 기독교인이 될 겁니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7월 20일께부터 한 달 반 가량 비가 쏟아집니다. 그 기간 중엔 장대비가 쏟아지지 않은 날이 매우 드뭅니다. 사람들은 둑을 쌓고 도랑을 만듭니다. 그리고 식량을 비축합니다. 멀리 장보러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공명정대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조선 우표를 국제 시장에 팔았습니다.

"아버님이 전 번 편지에 우표에 대해 물으셨지요. 저는 15,000개의 우표를 요코하마 상인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그가 그걸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 볼티모아 시장에 내놓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이곳에서 우표를 어떤 이에게서 3달러를 주고 샀습니다.

그가 우표 입수 경위를 이야기 해주지 않더군요. 사실 저는 우표를 손에 넣었을 때엔 조선에서 우정업무가 재개되면 돌려주려고 생각했었죠. 그 뒤로 상황을 살펴보니 우정국이 다시 열리더라도 그 우표들은 막살하고 새 것을 만들어 사용한다더군요. 그러다보니 제가 한 몫 잡게 된 것이지요." - 1885.7.18. 편지

태그:#조지 포크, #우표, #묄렌도르프 , #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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