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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대형 곰인형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 성낙선

가을여행 하면 떠오르는 여행 명소들이 있다. 서울에서는 창덕궁, 서울숲, 용산공원, 석촌호수, 월드컵공원 등이 꼽힌다. 창덕궁에서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숨겨진 가을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숲과 용산공원은 아이들과 함께 가을 소풍을 떠나기에 좋은 장소다. 석촌호수는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단풍 명소 중의 하나로 꼽힌다.

월드컵공원은 특히 가을여행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거의 다 갖춰 놓은 여행지다. 이곳에서는 시야가 가닿는 곳까지 넓게 펼쳐진 억새밭, 높고 푸른 가을하늘 위로 둥실둥실 떠가는 하얀 구름,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려오는 한강의 넓고 푸른 물줄기, 노랗게 물들어 가는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 가을을 대표하는 풍경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월드컵공원은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한강공원, 난지천공원 등 5개의 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가을철에 억새가 절정을 이룰 때가 되면, 하늘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하늘공원만 보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늘공원 주변으로 5개의 공원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의공원 어린이 놀이터인 모험놀이터. ⓒ 성낙선

여기에 월드컵경기장 북쪽에 있는 문화비축기지까지 포함하면, 공원 수는 모두 6개로 늘어난다. 공원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을 가졌다. 하늘공원뿐만 아니라, 다른 5개의 공원들도 모두 그곳만의 가을색을 지녔다. 하늘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과 즐길거리들이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가면 여행이 좀 더 풍요로워진다.

하늘공원을 중심에 놓고 봤을 때, 5개의 공원이 마치 하늘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공원에서 동쪽으로는 평화의공원이, 서쪽으로는 노을공원이, 남쪽으로는 난지한강공원이, 북쪽으로는 난지천공원과 문화비축기지가 있다. 모두 도로 하나를 건너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월드컵공원. 2002년 월드컵 경기 개최에 맞춰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에 월드컵공원이 만들어졌다. 월드컵공원 안에는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테마별로 5개의 공원이 조성됐다. ⓒ 성낙선

하늘공원

가을철이 되면 억새가 장관이다. 해발 98미터 높이, 눈이 가닿는 곳에 억새 바다가 수평선을 이루고 있다. 하늘공원 위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파도를 치듯이 이리저리 일렁인다. 억새가 하늘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에서 가을이 익어가는 걸 느낀다. 

하늘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이 아름답다. 하늘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하늘공원은 또 서울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해맞이명소 중에 하나다. 그런데 올가을 하늘공원에 오르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할 것 같다. 하늘공원에 오르는 방법이 최소 3가지다. 그중 지그재그로 걸어서 오르는 하늘계단이 유명한데, 그 길이 10월 21일까지 보수공사 중이다.
 
하늘공원을 오르는 맹꽁이 전동차. ⓒ 성낙선
 
하늘계단을 오르고 싶어 했던 사람들에겐 조금 아쉽게 됐다. 부득이 다른 길을 이용해야 한다. 대신 순환 산책로인 하늘길을 걸어 오르거나, 맹꽁이 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가을철에 맹꽁이 열차를 이용하는 게 쉽지 않은데, 올해는 더 어렵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하늘공원에 놀러 갈 계획을 가진 사람들은 이 점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겠다.
 
하늘공원에서는 매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억새꽃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14일(토)부터 20일(금)까지 7일간 '서울억새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다. 축제 기간에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야간 라이팅쇼'가 펼쳐진다. 그리고 10월 6일부터 11월 15일까지는 '서울정원박람회가 따로 열린다.
 
하늘공원 억새밭. ⓒ 성낙선

하늘공원은 억새밭만 유명한 게 아니다. 최근에는 메타세콰이어길이 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예전에 보던 그 길인가 싶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올해 8월, 이 길을 새로 단장하면서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 길이 '난지 테마관광 숲길'로 거듭났다.

약 1킬로미터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 길에 꽃무릇 등 다양한 꽃을 심어 산뜻함을 더했다. 그 길에 '시인의 거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역 시인들의 시 50편을 걸었다.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까지 만들었다. 이 길에서는 맨발걷기를 할 수도 있다. 메타세콰이어길 옆으로 강변북로가 지나간다. 소음은 여전하지만, 풍경은 예전과 다르다.
 
하늘공원, 새로 단장한 메타세콰이어길. ⓒ 성낙선

노을공원

노을공원은 해가 질 무렵, 노을을 바라보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잔디밭 위로 다양한 대형 조각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하늘공원의 억새처럼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풍경이 없어서 그런지, 하늘공원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노을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캠핑장과 파크골프장 등을 이용한다. 모두 예약제로 운영된다. 노을공원은 면적이 약 34만 제곱미터로 약 19만 제곱미터인 하늘공원보다 두 배가량 더 크다. 개장 초기, 대중이 이용해야 하는 공원에 골프장을 만든다고 해서 말이 많았다.

노을공원에서 남쪽으로 노을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강변북로 밑을 지나가는 나들목을 나온다. 이 나들목이  바로 난지한강공원 안에 있는 생태숲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강변북로 위를 넘어가는 길이 있다. 메타세콰이어길을 걸은 뒤, 이 길을 넘어 난지한강공원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난지한강공원 거울분수. ⓒ 성낙선

난지한강공원

난지한강공원에서도 억새 구경을 할 수 있다. 생태습지원 안에 있는 원형 데크 주변에 억새가 무성하다. 이곳 생태습지원에는 억새뿐만 아니라, 습지식물인 갈대와 부들이 함께 자란다. 억새와 갈대가 어떻게 다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곳에 가면 된다.

난지한강공원은 자전거 친화적인 공원이다. 공원 내에 자전거공원이 따로 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만들었다. 자전거도로도 저속자전거가 다니는 도로가 따로 있다. 자전거공원 옆에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자전거 마니아들을 위해서는 'MTB 코스장', 'BMX 경기장', '익스트림장' 등을 만들었다.

난지한강공원은 강물을 바라다보며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강변을 따라서 산책로가 미로처럼 깔려 있다. 난지한강공원은 한강공원 중에서도 부지가 넓은 편이다. 캠핑장과 물놀이장을 갖추고 있다. 이곳 잔디마당에서는 때때로 콘서트가 열린다.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의 작은 꽃밭. ⓒ 성낙선

난지천공원

난지천공원은 그냥 어린이들을 위한 공원이라고 보면 된다. '유아숲체험'에서부터 잔디마당까지 어디에서나 아이들이 뛰어노는 걸 볼 수 있다. 잔디마당에서는 마치 가을운동회라도 열린 분위기다. 부모들은 더러 나무그늘에 편하게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들을 뛰어노는 걸 지켜본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생일잔치가 벌어진다. 공원 탁자 위에 생일상이 차려져 있고, 탁자 옆 나무벽에는 'HAPPY BIRTHDAY'라고 적힌 은박지 풍선이 걸려 있다. 공원에서 생일잔치를 치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공원에서 '잔디밭 출입금지', '정숙'이라고 쓴 표지판만 보고 자란 세대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다.

공원 한가운데로 가느다란 난지천이 흐른다. 천을 사이에 두고 숲이 무성하게 우거졌다. 갯버들과 갈대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실개천을 따라가다 보면, 오리연못이 나온다. 이 개천과 연못이 과거 이 지역이 난지도라는 이름의 섬이었음을 알려주는 거의 유일한 흔적이다.
 
난지천공원, 잔디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 성낙선
 
평화의공원

월드컵공원 하면 대개 이 공원을 떠올린다. 평화의공원이 월드컵공원을 대표하는 공원이기 때문이다. 다른 공원에 비해 널찍널찍하게 열린 공간이 많은 편이다. 이곳에서는 지자체나 기타 단체에서 개최하는 행사가 자주 열린다. 하늘공원, 난지한강공원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육교로 연결돼 있다.

평화의공원도 난지천공원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공원이다. 평화의공원에서는 특히 아이들과 함께 모래놀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호숫가에 모래를 두툼하게 깔아 놓았다. '난지비치'라고 불리는 곳이다. 난지비치는 물론, 모험놀이터와 잔디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시끌시끌하다.

평지에 만들어진 공원치고는 나무숲이 꽤 울창하다. 나무 그늘에 그늘막을 치고 앉아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숲속에 몇 년 전 정원축제를 치르고 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 보면, 잘 가꿔진 정원을 거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평화의공원 모래사장, 난지비치. ⓒ 성낙선
 
평화의공원, 녹음이 짙은 나무 숲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 성낙선
 
문화비축기지

월드컵공원과 달리 조금 이색적인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석유비축기지를 리모델링해, 2017년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석유비축기지 당시에 건설한 석유탱크 등의 구조물들을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건축물로 되살렸다. 다른 공원들이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조성된 것과는 다르다.

탱크는 모두 6개다. 그중 1번에서 5번 탱크까지는 원래 석유를 보관하던 시설이고, 6번 탱크는 기존의 석유 탱크를 본떠 새로 만든 건물이다. 6번 탱크가 이곳을 대표하는 구조물에 해당한다. 거대한 원형 탱크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온다. 석유탱크의 본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려는 듯 외부는 매우 투박해 보이지만 내부는 완전히 다르다. 내부 구조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곳의 야외마당인 문화마당에서는 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문화비축기지는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각종 건축상을 받았다. 문화비축기지는 지난 4월부터 일부 시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탱크6을 제외한 나머지 탱크들이 정비 공사 중이었다. 이 탱크들이 9월 말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가을철로 접어드는 10월에 다시 문을 연다.
 
문화비축기지 탱크6. ⓒ 성낙선
 
문화비축기지 탱크6 내부의 에코라운지. ⓒ 성낙선
태그:#월드컵공원, #문화비축기지, #하늘공원, #억새, #평화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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