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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송참사 골든타임 허비... 엉뚱한 곳 '뺑뺑이' 돈 소방지휘차
ⓒ 소중한 복건우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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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출동한 소방 지휘차가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도 1시간 가량 엉뚱한 곳을 수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침수 지점을 다른 곳으로 인식한 충북소방본부의 잘못된 지시 탓에 현장을 이탈하면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소방지휘차, 무전받고 다른곳 1시간 수색

<오마이뉴스>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을 통해 확보한 충북소방본부 유무선 녹취록, 상황보고서, 블랙박스 영상 등을 종합하면, 청주서부소방서 지휘차(청주서부소방서 지휘팀장 탑승)는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37분 궁평2지하차도에서 최초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불과 10분여 후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

블랙박스 영상과 구조활동기록지에 따르면, '서부 3호' 지휘차는 오전 9시께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 구조자 3명이 구급차로 이송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돌연 9시 12분께 차를 돌려 현장을 빠져나갔다. '오송읍 일대 지하차도를 순찰하라'고 한 충북소방본부의 지시를 받은 직후였다.
 
지난 7월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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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무선 녹취록을 보면, 충북소방본부는 오전 8시 43분과 9시 두 차례 "오송 1산단 및 2산단 지하차도를 모두 수색해주길 바란다"는 무전을 지휘차에 보냈다. 무전에 따라 지휘차에 타고 있던 청주서부소방서 지휘팀장은 궁평2지하차도를 벗어나 궁평1지하차도, 바이오폴리스 지하차도 등 오송읍 일대 순찰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시각 궁평 2지하차도에는 이미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오전 9시 45분까지 10명이 구조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지휘차가 궁평 2지하차도로 되돌아온 시각은 10시 10분경으로 이미 침수로부터 90분 이상이 지난 시점이었다. 

앞서 충북소방본부는 상황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당시 궁평1지하차도와 궁평2지하차도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고 <오마이뉴스>에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단독] 지하차도 위치 잘못 파악... '오송참사' 소방 보고서 엉망 https://omn.kr/259it)

소방 측 "충북본부 무전으로 일대 순찰... 동시다발 신고에 따라 판단"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일(7월 15일)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과 청주서부소방서 지휘차(서부3호) 간 나눈 재난안전통신망 녹취록 일부.
▲ 7월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후 재난안전통신망 녹취록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일(7월 15일)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과 청주서부소방서 지휘차(서부3호) 간 나눈 재난안전통신망 녹취록 일부.
ⓒ 용혜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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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소방본부는 <오마이뉴스>의 관련 질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청주서부소방서 지휘팀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침수된 궁평 2지하차도 위로 물살이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며 "현장에서 2명이 실종돼 있다는 얘길 들었지만, 오전 8시 51분께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에서 받은 '궁평리 인근에 차량 10명 고립 사고가 있다'는 무전이 더 긴급하다고 보고, 일대 지하차도 전반을 순찰 및 통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구조자들에게 확인해 보니 10명 고립 사고는 (궁평 2지하차도에 갇힌) 버스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며 "상황실에서 지하차도 위치가 특정되지 않았고 동시다발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다 보니 저희도 나름대로 판단해서 그렇게 진행했다"라고 덧붙였다.

용혜인 "정부 차원의 재난 원인 조사 이뤄져야"

지휘차는 재난 현장에서 출동부대별 임무 부여, 유관기관 연락 등 전반적인 상황을 진두지휘한다. 소방청의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에 따르면, 현장지휘관은 재난 현장 도착 시 지휘권을 확립하고 각 단위 지휘관을 현장지휘소에 소집하거나 상황에 따른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재난 관련 부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은 지휘차에서 전파한 내용을 토대로 현장 상황을 알 수밖에 없다. 상황실에서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장을 이탈한 지휘차 역시 SOP에 따라 재난 현장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용혜인 의원은 "지하차도 완전 침수라는 재난 상황을 현장 지휘관이 목도하고도 지휘 선언 없이 현장을 이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충북소방본부가 정확한 구조 장소와 인명 피해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초기 상황 파악에 실패해 엉뚱한 지령을 내린 초유의 사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송 참사의 진상규명을 검찰 수사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재난 원인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번 참사에 대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13일 소방청을 상대로 진행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이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태그:#오송참사, #지하차도, #충북소방본부, #청주서부소방서, #용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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