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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충북교육감의 1호 공약인 다채움은 '다차원으로 학생을 진단하여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습을 관리하며, 나아가 학생이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수학습 통합 플랫폼'이다.

도교육청은 다채움과 관련해 "교사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손쉽게 수업을 설계할 수 있고, 학생에게는 필요한 콘텐츠(문제 또는 동영상)를 제공해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학습을 보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채움은 AI기반이기 때문에 학생에게 부족한 부분을 AI가 선별, 맞춤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 A가 수학 교과의 분수 문제를 많이 틀렸다면, 다채움 프로그램은 A가 분수를 잘 모른다고 인지하고 A에게 분수와 관련된 문항과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능은 선순환되어 분수 뿐 아니라 학생이 궁금해하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개념과 기능만으로만 보자면 다채움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는 '전제조건'을 간과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얘기다.

다채움은 앞서 언급한 AI기반이기 때문에 원활한 작동의 전제조건은 '활용도'에 있다. 교사는 물론 학생들이 다채움의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선 일단 많이 사용해야 하고 그만큼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다채움이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다채움이 원활히 작동되기까지 사용자들은 일정기간, 다채움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미약하더라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학생들 얼마나 활용할지 미지수

현재 다채움은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 우선 다채움이 내년 당장 학교 현장에 도입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교사는 다채움에 탑재되어 있는 영상과 자료를 이용해 자신의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로미(스마트기기)를 통해 교사가 설계한 수업안을 볼 수 있으며 이를 따라 수업에 참여한다.

기존 수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 설계에 용이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학생 입장에서는 교사와의 사이에 컴퓨터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 외에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자신이 제출한 과제와 기록이 한 곳에 저장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 외에 다채움의 목적, 수업 혁신을 기대하기는 현재로선 부족하다.

"사실 기존 수업에서는 교사가 모든 학생의 반응을 한번에 다 알 수가 없습니다. 다채움이 보편화되면 학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 수는 있겠죠.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국어 교과 글쓰기 수업의 경우 학생들간의 쌍방향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다채움에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기존 수업과 큰 차이점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청주지역 모 고교 교사 B씨)


"상위권·중위권 학생들에게는 한계 있어"

두 번째는 AI기반의 맞춤형 학습·피드백이다. 충북교육청은 교사들이 수업 이후 자신이 가르친 내용을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형성평가를 통해 즉각적으로 알 수 있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재 다채움에 탑재된 형성평가 문항이 얼마나 질적으로 우수한가, 또 앞서 언급했듯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활용할 것인가에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상위권과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최대의 방법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볼 때 한번 풀어보는 정도로 예상됩니다."(청주지역 모 고교 교사 B씨)

다채움에 탑재된 문항의 질적인 문제는 이미 <충북인뉴스>에 보도된 바 있다. '여전히 낯선 윤건영 교육감 1호 공약 다채움' 기사에서 보도한 대로 문항을 개발한 교사들조차도 문항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다만 기초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있다.  청주지역 모 초등학교의 교사 C씨는 자신의 맡고 있는 반 이야기를 했다. 그는 교육부 지원사업으로 사교육 업체와 계약을 한 후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게 한 결과 상당수가 평균 수준으로 학력을 높였다고 전했다.

"한 학기 동안 적게는 3500문항에서 6000문항을 풀었어요. 눈에 띄게 학력이 신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긴 했습니다. 2000만 원 넘게 들어갔습니다."(청주지역 모 초등학교 교사 C씨)

현재 다채움에 탑재된 기초문항 개수는 3000여 문항이다. 올해까지 6000문항~7000문항을 더 탑재, 총 1만 문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1만 문항은 초·중·고를 다 아우르는 것으로, 한(초 6)학년 한개(국어) 교과 기초학력 문항은 고작 180문항에 불과하다.

지적 영역과 더불어 신체 영역, 학습장애요인 등 학생을 다각도로 분석해 학습에 도움을 주겠다는 비인지적 부분의 진단 검사 또한 문제다.

학생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 도구는 수십여 개에 이르지만 현재 다채움에 탑재된 진단 도구는 SLT(학습진단검사), PAT(부모양육태도검사) 뿐이다.

다른 진단 도구를 탑재해 도내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또 다른 업무 될까 우려된다"

일선 교사들의 호응도도 다채움의 미래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반 교사들은 물론 현재 도교육청이 적극 추진하는 선도 교원 중 상당수는 다채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선도교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사 D씨는 "선도 교원으로 활동하는 교사 중 절반은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절반은 회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 교사들 상당수가 다채움이 또 다른 업무로 오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업 설계할 때 썸네일 넣고, 키워드 넣고 정리하는게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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