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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1월 13일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의 모습.
2023년 11월 13일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의 모습. ⓒ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즈>의 11월 12일자 기사(Democratic Aides in Congress Break With their bosses on Israel-Hamas War)에 따르면 지난주 100명이 넘는 민주당 소속의 의원실 직원들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전쟁 중단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이들은 개인에 대한 공격과 일자리 상실의 위험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로 국회의사당 앞에 앉아 "국회의 직원들이 전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Congress your staff demands a cease-fire)"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일어난 이래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소속정당을 가리지 않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스라엘에겐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들을 공격한 적을 공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민주당, 공화당 국회의원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만큼은 의견을 통일을 이룬 듯 보였다. 전쟁은 격화해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민간인이 폭격으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침묵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19일, 11년 넘게 미 국무부에서 근무했다는 조쉬 폴(Josh Paul)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 국장은 바이든 정부의 편향적인 이스라엘 지원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에도 반한다면서 사임했다. 이번에는 의회노동자들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현저히 이스라엘 측으로 기운 미국 정치지도자들의 확증 편향에 반발하여 정치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 35세 미만의 젊은 층을 이루고 있는 의원실 직원들(staff members)은 개인적인 양심과 직업적 의무 사이에서 고뇌한 끝에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에서 의원의 입장과 반대되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일을 내부적으로 금지한 의원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말을 해야 했던 것이다.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직원은 의회에서 이뤄지는 논의가 가자와 이스라엘의 현실은 물론 그들의 직원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의회노동자들이 자신의 상사인 국회의원과 모든 정치적 이슈에 대해 동일한 관점을 갖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해서는 의회노동자들이 특히 괴로워 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하는 일(자신의 생각과 다른 성명서 작성하기 등과 같은)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파업이 있기 전 몇 주 동안 550명이 넘는 의원실 직원들은 국회의원들을 향해 휴전을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하고 서명하는 운동에 참여했다. 비슷한 시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함께 했던 500명의 사람들이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관료제 속의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위계와 명령이 있는 조직 안에 속한 개인이 겪는 근원적인 괴로움이 있다. 한 개인을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단 하나의 존재'로 만들어주는 특성들이 조직생활에 있어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것은 종국에는 실체가 모호한 조직만이 남고, 개인은 사라져버리는 관료제의 폐해로 얘기돼 왔다. 특히나 그곳에서 내려지는 명령이 어느 개인의 내적인 양심과 충돌하게 된다면 그 개인은 자기 자신이 붕괴되는 경험까지 겪을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관료제는 개인이 익명의 그림자에 숨기에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관료제는 인간의 얼굴이나 이름을 요구하지 않는다. 직함과 명령이 있을 뿐이다. '개인은 명령을 수행하는 하나의 부품일 따름이고 부품에게는 권한도, 따라서 책임도 없다. 악이란, 그토록 평범한 것'이라고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그녀는 나치의 유대인 수송 실무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을 통해 관료제 안에서 개인이 자신의 부당한 선택을 어떻게 합리화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도.

유발 하라리는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종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상상력 때문이라고 했다. 그 상상력으로 호모사피엔스는 거대한 국가와 그것을 운영하는 조직을 만들어내고 자본이나 평화, 자유, 평등, 인권과 같은 개념을 신봉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양심의 목소리를 따라가기로 마음 먹은 미국 정치계 노동자들의 선택을 환영한다.

#이스라엘하마스전쟁#미국의회노동자파업#반전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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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닌 지 10년, 아이를 키운 지는 3년이 되었고요,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에 대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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