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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경기도 김포농협에서 열린 '김포 한강2 공공주택지구' 연합주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 및 주민설명회에 김포 서울 편입 추진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세워져있다.
 4일 오후 경기도 김포농협에서 열린 '김포 한강2 공공주택지구' 연합주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 및 주민설명회에 김포 서울 편입 추진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세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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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 다낭에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이 생기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다낭을 방문한 한국인은 총 87만 3790만 명. 베트남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8%로 1위를 차지했다.

지금도 매일 인천·부산·청주 등에서 다낭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20회가 넘는다. 한국인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진짜 경기도에서 다낭을 다낭시로 편입시키겠다며 법안도 발의하고,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정책을 발표하면 어떨까.

제목에 이끌려 기사를 클릭한 분들도 "이것도 기사냐"라며 들어왔을 것이다. 맞다. 이런 칼럼을 쓰면서도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이 황당무계하기만 하다. 바로 서울시의 김포 편입 얘기다.

인구가 소멸로 지방 대학이 통합하고, 지방 도시의 선거구가 합병하는 사례는 봤어도 인구가 넘치는 서울이 다른 지자체의 도시를 편입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은 처음 본다. 무엇보다 김포를 서울로 편입시키려는 이유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시 면적이 런던, 뉴욕, 베를린과 비교해 좁다', '김포 주민 85%가 서울 출퇴근 한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 면적이 런던, 뉴욕 등과 비교해 좁다는 건 당연한 얘기지 않나. 대한민국 땅은 영국이나 미국, 독일과 비교했을 때 수십 분의 1로 작다. 미국은 한국 면적의 98배나 크다. 수도인 서울 면적이 런던, 뉴욕, 베를린과 비교해서 작다는 건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이보다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인구 밀도다. 서울이 다른 국가의 주요 도시보다 면적은 좁아도 인구 밀도는 상당히 높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OECD 국가 중 1위다. 굳이 메가시티로 더 키우지 않아도 충분히 큰 메가시티인 도시가 서울이다.

출퇴근 인구가 많다는 이유라면 김포(6만 4명)보다 더 많이 서울로 통근하는 고양시(16만 3298명), 성남시(12만 8860명), 부천시(10만 5457명) 등은 서울로 편입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심지어 경기도 과천시와 광명시는 지역 번호도 02로 서울과 같이 쓰고 있다. 과천과 광명보다 김포가 서울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라면 올해 87만 명이 방문한 다낭도 대한민국으로 포함시키자고 주장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어디까지 서울로 편입시킬 건가
 
1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김포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비판한 유정복 인천시장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포시 서울 편입 비판한 유정복 인천시장 규탄 시위 1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김포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비판한 유정복 인천시장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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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서울 편입 논란은 중장기적인 도시·인구 정책이 부재한 대한민국 여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국은 심각한 저출생과 가파른 고령화로 노동 가능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북 군위군, 경북 의성군, 전남 고흥군 등은 벌써부터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지자체로 꼽히고 있다.

반면 서울은 몰려드는 인구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높은 집값에 청년들은 서울 근처의 도시로 이주한다. 가끔 서울에 등장하는 주택청약은 로또보다 더 당첨되기가 어렵다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거나 청년 주택, 신혼부부 청약 주택 등이 많은 서울 외곽으로 이사해 서울로 출퇴근한다. 괜히 김포 주민 85%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게 아니다.

지방은 인구가 줄어 소멸의 위기에 처해있고, 서울은 인구가 넘쳐난다. 비싼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서울 인근에는 신도시와 위성도시가 우후죽순 등장하고 다시 베드타운으로 전락한다. 이런 모순을 안고 있는 서울에 필요한 건 메가시티가 아니라 탈서울이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히려 서울-김포 통합이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다가 미래에는 경북 의성군, 전남 고흥군 같은 도시까지도 서울로 편입시키자는 주장이 나오는 건 아닐까.

인구나 도시의 중장기적인 계획이 부재한 속에서 막무가내식으로 던지는 정책들이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이나 지역 경제를 저해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논쟁으로 국민의 피로감만 높이고 있다.

당연한 얘기가 쓸데없는 논쟁이 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이런 칼럼을 써야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전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태그:#서울시, #김포시, #서울김포, #김포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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