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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중장 이재수의 묘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 495호)
 육군중장 이재수의 묘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 495호)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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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인물이 여럿 안장돼 있습니다. 제자들을 구하다 순직한 선생님,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희생된 선원들, 그리고 침몰 해역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복귀하는 과정에 순직한 소방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군 2묘역 495호에 세월호 참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안장돼 있습니다. 바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입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5조 1항 마목 '장성급(將星級)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에게 안장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이재수 전 사령관은 2016년에 중장으로 전역했고, 2018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현충원 안장이 가능했습니다.

그는 2013년 10월 26일부터 2014년 10월 16일까지 41대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으로 재직했습니다. 원래 기무사령부의 주요 업무는 군사보안과 군 첩보의 수집 처리입니다. 그 임무와 역할이 철저하게 군대와 관련된 사항에 제한돼 있는데, 그 이유는 기무사가 이전에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내 정치에 관여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왔기 때문입니다. 법률은 이러한 행위들을 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기무사는 2014년 4월 28일 내부에 세월호 TF를 설치했습니다. 5월 13일부터는 이를 증편했고, 2014년 10월 12일까지 약 6개월 동안 운영했습니다. 소속된 인원은 지휘관과 부대원을 포함해 총 60명. 이들의 업무는 유가족 지원, 탐색구조·인양, 불순세력 관리 등으로 나뉘었습니다.

이재수 당시 사령관이 지휘하던 기무사는 세월호 TF에 세월호 참사 관련 첩보 등을 수집 작성 처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2018년 기무사의혹 군 특별수사단은 당시 기무사가 6.4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부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자 이를 전환하기 위해 TF를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기무사 지휘부는 제310부대와 제610부대에 세월호 유가족의 특이언동과 분위기 등을 수집 파악하도록 지시하는데요. 진도의 참사 현장에는 제610부대 소강원 부대장이 파견됐고, 안산 지역에서는 제310부대 김병철 부대장이 파견 나갔습니다.
 

더 나아가 사이버 부대까지 동원해 유가족의 통장 사진, 포털사이트 활동 내역, 인터넷 쇼핑 물품, 전화번호, 학적사항 등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수집했습니다. 또한 유가족들이 개최하는 집회에 대한 사실을 보수단체에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회의를 했으며, 누가 어떻게 참석하는 집회를 했는지, 어떤 구호를 외치는지 조사하고 정보를 넘겼습니다.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종북 좌파가 반정부 선동 및 국론분열 조장 등 체제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고자 활동을 기획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윽고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활동은 물론 안산 지역 단원고 선후배, 지역 주민들의 촛불시위를 반체제 징후로 몰아갑니다. 이후 종북세력 준동 대비 언론기고 맞대응 집회 등 정부 지지 활동을 요청합니다.

또한 기무사는 세월호 정국 수습을 위한 이른바 '실종자 수색 포기와 수장 방안'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세월호 관련 투입비용,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언론에 공개해 수색 및 인양에 대한 부정적 여론를 형성하고, 경제 분야 전문가를 활용해 세월호 사고로 인한 국가 경제의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게 했으며, 이후 보수단체 주관 국민 대상 여론조사 실시를 유도하는 등 국면 전환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내용들은 기무사개혁위원회, 국정원 개혁위원회, 적폐청산 TF, 국방사이버댓글사건조작 TF, 기무사의혹 군 특별수사단의 수사를 통해 드러나게 됐습니다.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이재수 전 사령관
  
육군중장 이재수의 묘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 495호)
 육군중장 이재수의 묘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 495호)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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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이 사건의 관련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립니다. 310부대장인 김병철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610 부대장인 소강원은 징역 1년에 벌금 1천만 원, 박태규 세월호TF현장지원부팀장은 징역 1년, 손정수 세월호TF현장지원팀장은 징역 1년 6개월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이들은 2023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으로 전원 형을 면제받고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손정수 팀장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이재수 전 사령관의 혐의에 대해서도 적법하지 않은 직권 남용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령관은 2018년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후 대전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그는 유서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한을 남용해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은 군인과 세월호 관련 희생자들이 같은 공간에 안장된 것. 바로 대전현충원의 불편한 현실입니다.

*참고자료 : 4.16세월호 참사 판결 및 특수단 1차 수사결과 비평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2021, 4.16재단) 연대 (https://www.416act.net)

태그:#대전현충원, #세월호참사, #기무사령부, #민간인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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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시민활동가입니다. 우리 지역 현장 곳곳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마이크가 필요한 분에게 마이크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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