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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주민들이 홍동면 행정복센터 인근 도로에서 '마을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27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주민들이 홍동면 행정복센터 인근 도로에서 '마을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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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귀촌 1번지로 잘 알려진 충남 홍성군 홍동면이 마을 관통 도로 건설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최근 홍동면 소재지인 운월리를 지나는 609번 지방도의 우회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정작 홍동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도로가 마을의 주요 거점인 갓골어린이집과 밝맑도서관 앞으로 가로지르는데다, 유기농업 단지를 관통해 그 기능을 상실하게 하고, 마을 공동체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해당 우회도로의 노선은 홍동 유기질 퇴비 공장 앞에서 시작해 유기농업 중인 마을의 논과 갓골어린이집 부근 등으로 이어진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말이 우회도로이지 사실상 '마을 관통 도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흙을 쌓는 성토 형태로 도로가 건설될 경우 마을 공동체는 도로를 중심으로 양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지난 27일 홍동면 주민들은 홍동면 행정복지 센터 앞에서 '관통 도로 반대한다', '청소년 학습공간 관통도로 반대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주민 A씨는 "유기농업 특구인 홍동에는 연간 만 명이 넘는 탐방객들이 온다. 그중 상당수는 갓골어린이집과 밝맑도서관이 있는 갓골(운월리에 속한 작은마을)을 찾는다. 마을을 찾은 탐방객들은 마을의 논과 밭에서 이루어지는 세대간의 교류와 문화를 배우고 간다"면서 "우회도로는 갓골 마을을 관통한다. 홍동의 가치를 짓밟은 행위"라고 꼬집었다.
  
주민 B씨도 "이웃에 있는 보령시 청소면의 경우에는 우회도로가 생긴 뒤 구시가지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홍동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우회도로 노선은 100% 유기농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유기농업 농지까지 망치며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충남도 "주민 반대 많으면, 홍성군과 협의해 노선 삭제"

홍동마을 관통 도로의 노선이 풀무학교 전공부의 유기농업 실습장으로 쓰이는 농경지(논)를 반으로 가르며 관통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풀무학교 측에 따르면 도로에 편입되거나 영향을 받는 농지는 대략 14필지, 4200여 평에 달한다. 

귀농인과 청년들에게 유기농업을 가르치고 있는 풀무학교 전공부는 홍동 유기농업의 산실과도 같은 곳이다. 홍동주민들이 '유기농업 특구를 망치는 황당한 도로'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오후 홍동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풀무학교 관계자는 "도로가 관통되는 지역은 풀무학교에서 실습지로 사용하고 있는 농경지다. 학교법인 풀무학교 이사회에서는 해당 도로 건설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라며 "해당 농지는 친환경농업의 실습장이자 학교 입장에서는 (농지 개념을 넘어) 캠퍼스와도 같은 곳이다. 도로 건설을 강행할 경우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주민은 "기존 도로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인도를 확보하고 원형교차로를 만드는 등 도로를 개선하면 된다. 굳이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충남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현재 설계 단계도 아니다.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한 뒤 도로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의견을 수렴하고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홍성군과 협의해서 이 노선을 삭제할 수도 있다"면서 "주민들은 오늘 설명회 이후, 7일 이내에 (충남도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계획된 관통 도로. 주민들은 마을 관통도로 건설이 유기농업 특구인 홍동면을 망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계획된 관통 도로. 주민들은 마을 관통도로 건설이 유기농업 특구인 홍동면을 망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 갓골관통도로저지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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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면 마을 관통도로는 풀무학교 전공부의 실습 농지를 관통한다. 사진 가운데 하얀색 부분이 풀무학교 전공부 실습 논이다.
 홍동면 마을 관통도로는 풀무학교 전공부의 실습 농지를 관통한다. 사진 가운데 하얀색 부분이 풀무학교 전공부 실습 논이다.
ⓒ 풀무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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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홍동면 주민들이 27일 홍동면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주민들이 27일 홍동면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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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동유기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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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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