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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후문
▲ 종달초등학교 골목길 후문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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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11시, 해안길을 벗어나 제주 종달리 마을로 들어섰다. 종달리는 시흥리와 달리 제주시에 속한다. 종처럼 생긴 산인 지미봉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종달리라 불린다. 전형적인 반농·반어촌 마을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들판, 바다와는 또 다른 풍광이다. 무, 당근 등이 겨울 밭을 초록으로 물들인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해변의 절경에 취했다면, 이제부터는 마을 길을 걸으며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차례다.   

제주도 최초 염전 종달염전
 
제주에서 처음으로 소금을 생산했다는 종달리 염전.
▲ 종달리 소금체험 관 제주에서 처음으로 소금을 생산했다는 종달리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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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소금이 귀했다. 소금을 말릴 수 있는 갯벌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래염전 작업으로 소금을 생산했다. 햇볕에 수분을 증발시켜 만드는 소금을 천일염이라 부르고, 가마에 끓여 만든 소금을 자염이리고 부른다. 

모래 위에 바닷물을 뿌리고 햇볕에 말리는 일을 반복해 '소금모래'를 만드는 일로 시작한다. '소금모래'로부터 간물을 분리해 낸 뒤 긴 솥에 넣고 가열하면 '구운 소금'이 된다. 일종의 자염 생산 방식이다. 

마을 353세대 가구 중 160 명이 소금을 생산하고, 가마가 46개나 있었단다. 종달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고 자부심인 셈이다. 그 소금밭에 방조제를 쌓아 간척지로 조성했다. 갯벌이 농지로 바뀌면서, 1990년대까지 농사를 지었던 농지는 폐답이 된다. 억새만 무성해졌다. 그런데 이 억새가 아이러니하게 가을의 운치를 더해준다. 

제주 종달리 벽화거리
 
골목길 담벼락에 꽃을 그리고 지붕에 색을 칠해 알록달록하다.  구름과 파란 하늘이 한데 어울려 이국적이다.
▲ 종달리 벽화거리 골목길 담벼락에 꽃을 그리고 지붕에 색을 칠해 알록달록하다. 구름과 파란 하늘이 한데 어울려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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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귤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귤 선별 마을 주민들이 귤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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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리의 건물, 지붕 등은 알록달록 색감이 아름답다.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는 차분하게 마음을 진정시킨다. 다듬고 보듬으며 간직하고 있는 고목도 낯설지 않다. 고요하지만 포근한 느낌이다. 마을 골목길에서 잠시 향수에 젖는다.  

'승희 상회, 순희 밥상, 책약방' 등 가게들도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다. "일요일은 식당 영업을 하지 않아요", 아주머니가 귤 한 봉지를 건네어주면서 한 말이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훈훈한 농촌의 향기도 맡을 수 있다. 농촌에는 이웃이 있다. 

모양이 새알처럼 생긴 알오름
 
현무암 돌담을 쌍아 짐승 피해를 막기도 하고 밭의 경계로 삼았다
▲ 밭담 현무암 돌담을 쌍아 짐승 피해를 막기도 하고 밭의 경계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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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리는 띠의 모습이 장관이다.
▲ 알오름 바람에 날리는 띠의 모습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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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점심 대신 아주머니가 준 귤로 배를 가득 채웠다. 종달 1 교차로를 건너 용눈오름길로 향한다. 주변에는 돌담에 둘러싸인 넓은 밭들이 많다. 무·당근밭이다. 현무암 돌담과 작물이 어우러져 연출한 자연공원 같기도 하다. 역방향 트레킹이라 올레꾼을 자주 만난다. 

알오름은 용눈오름길에서 왼쪽방향이다. 화살표와 리본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밭에서 골라낸 돌들을 이용하여 경계에 담을 쌓았다. 돌담의 기술이다. 아귀를 잘 맞추고 틈새로는 바람이 통과하도록 했다. 센 바람이나 태풍에도 담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정상은 해발 143.9m로 동네 산책길처럼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성산포의 푸른 들판과 성산일출봉, 다랑쉬오름 등 제주 동부의 아름다운 풍광이 내려다 보인다.  바당올레길을 걸으며 올려다보던 오름이다. 색다른 감흥을 느낀다.

말의 머리처렴 생긴 말미오름

말미오름은 두산봉이라고도 부른다.  말미오름의 정상(해발 126.5m)에서는 시흥리의 들판과 성산일출봉, 우도, 동쪽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푸른 들판과 일출봉의 아름다운 조망에 잠시 발길을 멈춘다.

오후 1시 30분, 전망대에 올라서서 심호흡을 해본다. 우도와 성산일출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힘찬 기운이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3만 866 보에 23.57km를 걸었다. 내려가는 길이 가뿐하다. 
 
말미오름에서 내려다 본 들판 모습. 좌 우도 우 일출봉 구름과 들판이 한 폭의 그림이다
▲ 말미오름  말미오름에서 내려다 본 들판 모습. 좌 우도 우 일출봉 구름과 들판이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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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종달리, #알오름, #올레길1코스, #종달리벽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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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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