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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행정복지센터. 신암면 주민들이 조곡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며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지난 30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행정복지센터. 신암면 주민들이 조곡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며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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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오랫동안 (살고 노후를) 준비한 곳이다. 자연환경에 반해 먼 훗날 (귀촌해) 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산업단지 조성을 반대한다."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에 산업단지가 건설된다는 소식에 청년들이 한숨 지었다. 예산군(군수 최재구)은 지역 발전을 위해 산업단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고향 혹은 부모가 거주하는 예산으로 귀촌하려는 청년들은 귀촌 의지가 꺾이고, 지역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곡산업단지는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 일원에 약 140만㎡(약 43만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단지 내에는 3만2884㎡ 규모의 폐기물 매립시설도 건설될 예정이다. 신암면 주민들은 산업단지에 폐기물 처리시설까지 들어 선다는 소식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예산군에 조곡 산단 건설을 반대하는 180개의 민원을 넣었다. 이들은 내년 2월까지 추가로 민원을 넣을 계획이다. 주민들이 낸 민원에는 고향마을 혹은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예산으로 귀촌을 원했던 젊은 청년들의 글(민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런 식이면 어느 곳도 안전한 귀향처 될 수 없어"
 
예산으로 귀촌을 하려던 청년이 쓴 조곡산업단지 반대 민원글이다.
 예산으로 귀촌을 하려던 청년이 쓴 조곡산업단지 반대 민원글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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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신암면 주민 A씨는 "도시 삶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안식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귀향 목적 자체가 아이(자녀)들 에게 고향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살아보니 도시의 삶보다 훨씬 편안하고 행복해서 제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산업단지가 앞마당에 조성된다니 어이가 없다. 이런 식이면 어느 곳도 안심하고 귀향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고향을 빼앗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주민 B씨도 "70살이 되면 집(신암 집)을 물려주고 실버타운에 가겠다고 자녀들에게 얘기를 해둔 상태"라며 "주말주택으로 쓰다가 우리(부모)처럼 나이 들면 내려오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좋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산업단지와 폐기물매립장이 생기면 나조차도 떠날 판이다. 아이들은 당연히 오지 않을 것이다. 집과 땅은 팔지도 못하니 경제적으로 손해고, 집도 폐가가 될 것이다. 너무 속상하다. 지금 바라는 건 조곡산단 건설 계획이 취소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0일 예산군 신암면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조곡산업단지 건설 관련 주민설명회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로 주민설명회는 결국 무산됐다.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것은 지난 10월 31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주민 C씨는 "최재구 예산군수는 주민들이 반대하면 산업단지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주민설명회를 막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예산군 관계자는 "조곡 산업단지는 현 군수가 아닌 지난 2017년 (황선봉 전 군수 시절)에 시작됐다"면서 "주민설명회는 산업단지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과 환경영향평가법에 의거한 것이다. 주민 설명회는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어 취소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22년 8월 31일 신암면 주민들의 예산군청 앞 집회 현장을 찾은 최재구 군수는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산업단지를 조성할 생각은 없다.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이 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피콋을 들고 있다.
 지난 30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이 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피콋을 들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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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곡산업단지,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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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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