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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직장인이 운동을 안 하는 핑계는 차고 넘친다. 내가 운동 안 하는 핑계를 늘어놓자면 맞벌이에 초등생, 유치원생 아이 둘에, 왕복 한 시간 반이 걸리는 출퇴근 생활을 하느라 운동을 게을리하고 있다. 이제는 하도 운동 빼먹은 날이 많아서 어느 순간부터 달력 체크를 포기해 버렸다. 노년기에 근육 1 킬로그램이 모자랐을 때 드는 의료비의 가치가 1300만 원에 달한다는 연구가 떠오르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살았다.

그러던 중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교실에서 머리가 핑 도는 체험을 했다. 전담 없이 내리 6교시가 이어지고, 3과목 수행평가를 채점하고 결과를 입력해야 했던 날이었다. 학기 말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을 덜어 놓아야 한다고 무리한 것이 화근이었다. 정신없이 자판을 내리쳐서 퇴근 시간까지 얼추 작업을 끝냈는데 일어서는 순간 세상이 빙글 돌았다. 두 발로 몸을 버티지 못해서 무릎을 짚고 섰다. 그리고는 삼 분 정도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뇌압이 가득 차서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두피에서는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뇌출혈, 과로사 같은 무서운 단어가 의식의 한가운데를 통과해 지나갔다. 눈을 감은 채 눈알을 돌렸다. 묵직한 통증이 안구 뒤로 밀려왔다.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직 애들도 어리고,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가 너무나도 많았다. 심호흡을 했다. 

운동해야겠다, 살기위해

겨우 진정이 되었을 때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운동해야 한다.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생존 방안으로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다만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거나 체육관에 등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핑계 같고 핑계가 맞기는 하지만, 맞벌이로 두 아이를 케어하며 크고 작은 집안일까지 챙기다 보면 덩어리 시간을 정기적으로 빼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을 긁어모았다. 
 
일, 주, 월 단위로 걸음 수를 게임처럼 체크하고 있다. 목표의식이 생긴다.
 일, 주, 월 단위로 걸음 수를 게임처럼 체크하고 있다. 목표의식이 생긴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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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반복적으로 3분이라도 좋으니 몸을 움직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예전에 사용했다가 지운 피트니스 앱을 다시 깔았다. 스무 살의 활력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겠지만, 예고도 없이 쓰러지는 일만은 막아야 했다. 삼십 대 후반은 무조건 젊고 건강한 나이가 아니었다.

먼저 출근 시간을 7분 앞당겼다. 일부러 학교 안 주차장 대신 외부 공영주차장에 차를 놓고 걸었다. 5분을 더 걷고 싶어서 그랬다. 걸음수로 따지면 600보 남짓인데 왕복으로는 1200보를 벌 수 있었다. 하루 8000보를 힘차게 걸으면 노후 의료비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공돈을 줍는 기분이었다. 

별 것 아닌 듯해도 5분 간 활기차게 걷기의 힘은 대단했다. 몸을 풀고 하루 일과를 개시하는 것과 아닌 것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에 가까웠다. 잠깐 걷는 사이에 생각이 정리되고 몸이 가벼워졌다. 나는 별도의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들고 의식적으로 걸어야만 피트니스 앱에 걸음 수가 쌓인다. 그래서일까 스마트폰 만보기에 걸음수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건전한 압박감이 생겨났다. 

쉬는 시간에는 책상과 의자를 이용한 근력 운동을 했다. 짬짬이 근력 운동의 핵심은 시간 2분 내에, 남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단순한 운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의자 높이를 낮춘 후 엉덩이를 의자 앞쪽으로 옮긴다. 그다음 양 팔꿈치를 책상에 대고서 두 발을 바닥에서 뗀다. 끝이다. 두 다리를 위로 들고 정확히 1분씩 두 번 버티면 된다. 끙, 하고 신음 소리가 나면 정상이다.

발을 떼는 순간 배와 양 팔꿈치에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팔꿈치로 균형을 잡으면서 복근에 긴장을 주는 이 운동은 2분만 해도 허벅지와 아랫배가 부들부들 떨린다. 속는 셈 치고 해 보면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벽을 활용한 벽 플랭크나 벽 스쿼트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훌륭한 운동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눈치가 보인다. 사무 근무를 하는 직장인에게는 의자와 책상을 응용한 운동이 꽤 유용할 것이다. 별로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할 때 발뒤꿈치를 들어 올려 까치발 자세를 해 보자. 세면대 옆에 아무도 없을 때 습관처럼 뒤꿈치를 들면 하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전철이나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까딱까딱 발 뒤꿈치를 들어봐도 좋다.

나는 모니터를 자주 보고, 키보드도 많이 두드리는 편이다. 이런 근무 환경에서는 쉽게 어깨가 뭉치고 목도 뻣뻣해진다. 자칫 거북목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경험상 아주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본 스트레칭이 있다. 하나는 양손을 깍지 끼고 위를 향해 뻗으며 고개도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다. 열 번만 해도 충분히 목과 어깨가 시원해진다. 승모근을 죽어라 주물러대는 것보다 이 자세가 좋았다. 여러 자세교정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철봉은 그냥 매달려 있기만 해도 근력 운동에 도움이 된다. ⓒpexels
 철봉은 그냥 매달려 있기만 해도 근력 운동에 도움이 된다.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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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에도 틈새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문틀 사이에 철봉을 끼웠다. 화장실에 오가며 30초 간 매달리기 위하여 달았다. 철봉은 그냥 최선을 다해 매달려있기만 해도 등, 어깨, 복부가 단련된다. 거북목 증상이 완화되는 것은 덤이다.

보름쯤 열심히 매달려 있었더니 의외의 효과도 발견했다.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서 일하고, 출퇴근 운전 시간도 길다 보니 종종 허리가 욱신거렸다. 그런데 철봉 운동을 하는 사이 척추가 이완되어 등 뒤쪽이 시원해졌다.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이득이었다. 나중에 찾아보았더니 허리가 안 좋은 분들 사이에서는 철봉 매달리기가 거의 상식 운동으로 통했다.

달라졌다, 그러나 멈추면 안 된다

요즘 나는 웬만하면 밤 11시 이전에 잠든다. 노력해서 억지로 잠드는 것이 아니라 스르르 눈이 감긴다. 저녁에 분리수거를 하고서 걷는 버릇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파에 누워 웹소설을 읽는 대신 동네를 바삐 걸어 목표 걸음수인 7500보를 채우고 나면 기분 좋은 피로감이 쌓인다. 샤워 후 아이들을 재우면서 옆에 같이 누우면 어느새 나도 잠들어 버린다. 중간에 잘 깨지도 않는다. 최소 일곱 시간 이상을 푹 자고 일어나면 무척 개운하다. 

철봉에 매달리는 시간도 늘었다. 사십 초를 겨우 채우던 나는 이제 일 분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아빠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어린 두 아이들도 의자를 받치고서 철봉에 도전한다. 아내도 질 수 없다며 15초를 목표로 덤벼든다. 어쩌다 시작한 짬짬이 운동이 가족으로 번졌다. 

체중도 빠졌다. 올해 육아휴직에서 복직하며 82kg에 육박하던 체중은 이제 저녁 식사를 하고도 78kg을 가리킨다. 백일 만의 변화다. 4킬로그램이 대단치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앞자리 숫자가 바뀌니 몸이 훨씬 편하다. 고작 4킬로그램이 아니라, 굉장한 4킬로그램이었다. 

한편 이제는 슬슬 겁이 난다. 나아진 컨디션에 만족하면서도, 운동을 멈추는 순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만 같아 두렵다. 게으름도 그대로다. 나는 여전히 저녁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화를 바꿔 신고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기까지 결심이 필요하다. 매일 눕고 싶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렇지만 현관에 놓인 210, 220사이즈 어린이 신발을 보는 순간 엉덩이를 일으키게 된다. 적어도 우리 집 꼬마들이 다 자라서 245사이즈 이상을 신게 될 때까지는 씩씩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 강제로라도 건강해야 부모 노릇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운동 동기부여 용도로 가족 신발을 사진 찍어 놓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도 해보았다. 동기가 무엇이 되었든 다른 직장인 분들도 부디 몸 챙기며 건강하게 생활하셨으면 좋겠다.

태그:#운동, #건강, #직장인, #체력, #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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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산지니 2021>, <선생님의 보글보글, 미래의창 2024> 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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